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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의 품격을 쌓다

고맹연 쌍둥이돼지국밥 대표


서른 해 넘게 한자리를 지켰다. 비법 대신 ‘기본’을 믿고, 화려함 대신 ‘정직한 재료’를 택했다. 고맹연 대표가 끓여내는 한 그릇은 부산의 서민밥상에서 시작해 이제는 여행자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동네의 아이들과 어르신을 잇는 따뜻한 연결고리가 되었다.


“국밥은 배를 채우는 그릇이 아니라, 사람을 잇는 약속입니다.”



기본으로 완성한 맛

모든 시작은 ‘부담 없이 든든한 한 끼’에서 출발했다. 30년 전, 그는 부산 곳곳의 국밥집을 찾아다니며 배우고 메모하며 연구했다. 국물을 고고히 우려내며 매일같이 맛을 비교했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한 그릇을 위해 수없이 솥을 비웠다.

“처음 그대로 머무르지 않았어요. 더 나은 방법이 있으면 과감히 바꿨죠.”

그렇게 다듬어진 쌍둥이의 국밥은 특별한 비법보다는 기본의 힘으로 완성됐다. 정직한 재료를 아끼지 않고, 시장에서 매일 신선한 고기를 공수해 오며, 솥 앞에서 시간을 지켜왔다. 맛의 차이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청소년에겐 식감 있는 부위를 넉넉히 주고, 어르신에게는 결이 부드러운 부위를 가위질해 얹는다. 

혼자 온 손님이면 먼저 눈을 맞추고, 부족한 게 없는지 살핀다. 그에게 맛은 ‘식감’만이 아니라 ‘기억’이다. 한 그릇의 온기를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그는 지금도 하루 다섯 번 넘게 솥을 올린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소량씩 삶아내며, 삶은 고기는 오래 두지 않고 바로 내어드린다. 손님의 발걸음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다.

“많이 삶아두면 편하지만, 그건 제 편의죠. 손님께 드릴 건 ‘방금’의 맛이에요.”



한 그릇이 만든 나눔의 선순환

쌍둥이돼지국밥의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위로가 되었다. 어느 날, 치매를 앓는 단골 어르신이 결제를 깜빡 잊고 나가려고 하셨다. 통장 잔액이 없다는 이유로 소동이 벌어졌지만, 고 대표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다음에 오시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그는 그 어르신에게는 언제든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치매로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다가도 신기하게 쌍둥이돼지국밥만은 꼭 찾아오는 어르신이었기에, 그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 작은 선택은 이웃을 향한 나눔의 시작이 되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오면 사정을 묻지 않고 자연스레 국밥을 내왔다. 경제적·가정적 어려움으로 대안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는 구청과 연계해 식권을 지원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아이들이 대학에 합격해 합격증을 들고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제가 한 건 국밥 한 그릇이었는데, 아이들은 삶을 바꿔오더라고요.”

이후로도 경로당 무료 급식, 명절 쌀 나눔, 부산 남구청과 함께하는 정기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그의 국밥이 닿았다. 최근에는 ‘꿈 응원의 집’ 사업에도 참여해, 취약계층 가정의 ‘가족 외식’을 매달 

5세대씩 지원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우리도 외식했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의 손길은 음식점을 넘어 지역공동체로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건 거창한 기부금이 아니라, 눈앞의 국밥 한 그릇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증명해왔다.



부산을 알리는 소울푸드

부산을 찾는 여행자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맛집이 되었지만, 그 시작은 여전히 소박하다. 쌍둥이돼지국밥의 문은 언제나 모든이에게 열려 있다. 홍콩·대만·일본 등지에서 온 여행팀이 매일같이 들르고, 현지 가이드의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 손님들이 줄지어 찾아온다.

고 대표는 이들이 그릇을 비우고 나설 때면 슬며시 계산대 밖으로 나가 표정을 살핀다. “잘 먹었구나, 그 얼굴 보면 가장 기뻐요.”

돼지국밥은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래던 서민밥상이었지만, 지금은 부산의 자부심이자 외국인들에게는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국밥은 부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에요. 그 한 그릇에 이 도시의 땀과 정, 그리고 자부심이 다 들어 있거든요.”

국밥을 통해 처음 부산을 알게 됐다는 외국인 손님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언어는 달라도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모두 같은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를 볼 때마다 그는 다시 국자로 국물을 뜬다. ‘이게 바로 부산의 맛’이라며.

또한 그는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공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제가 아무리 잘 삶아도 손님께 직접 대접하는 건 직원들이에요. 한 분 한 분이 가족처럼 지켜온 가게죠.”

실제로 쌍둥이돼지국밥에는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들이 여럿이고, 20년 가까이 함께한 이도 있다. 고 대표는 이들을 ‘직원’이 아닌 ‘동업자이자 가족’이라 부른다. 국밥의 온기는 솥 앞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내미는 순간의 태도에서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가 아무리 맛있게 삶아도 불친절하게 응대하면 그 음식은 맛없게 느껴져요. 결국 손님에게 전해지는 건 사람의 마음이거든요.”

그는 지금도 홀을 돌며 직원들에게 “한 분 한 분을 귀하게 대접하라”고 거듭 당부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이들이 그 철학을 지켜왔기에, 이곳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하나의 ‘작은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함께 성장한 금융 파트너, 부산은행

장사를 시작하며 만든 첫 통장은 부산은행이었다. 현금 장사가 일상이던 시절 그는 매일 창구를 찾았고, 직원들은 절세와 상품 설계를 꼼꼼히 설명해 주었다. 위기가 닥치면 먼저 전화가 왔고,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끝까지 챙겨줬다.

“첫날 매출이 43만 원이었어요. 그날 번 돈을 통째로 들고 가 계좌를 만들었죠.”

지금 그의 곁에는 손지혜 PB가 있다.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주고, 자산을 ‘내 돈처럼’ 신중히 다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친절은 기본이고, 실력이 뒷받침돼야 진짜 신뢰가 생기더군요.” 

그에게 부산은행은 그저 돈을 맡기는 곳이 아니라, 동고동락하며 함께 성장해 온 동반자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융처럼 삶도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화려함보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생활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에 올리는 정직한 한 그릇과 같이 말이다.

“작은 습관을 지키는 게 몸과 마음을 지킵니다.”

그는 일상의 성실함이 결국 쌍둥이돼지국밥의 맛을 지켜온 힘이라고 믿는다. 


(좌) 손지혜 W스퀘어지점 PB (우) 고맹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