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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맞바꾼 아보카도

아보카도 한 개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물은 대략 320리터로 토마토, 오렌지 등에 비해 월등히 많은 물이 필요하다. 유통과정에서 소요되는 다량의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아보카도 한 개로부터 탄소중립의 해법을 찾아보자. 글. 최원형 생태환경 작가,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시민협력분과 위원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 ‘얼음 얼어 반짝이는 달’, 아메리카 선주민들은 1월을 이리 불렀다고 합니다. 4월은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9월은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로 이름 붙였다고 해요. 달마다 붙여진 이름과 연결된 자연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나요? 열두 달 이름에서 자연의 흐름에 따라 살았을 그들의 삶과 철학을 가늠해 봅니다. 바람에 봄이 묻어오기 시작하면 마음 설레 었을 그들의 일상도 상상해봅니다.인류는 오래도록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아왔습 니다. 최근 기후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와 기후가 아주 밀접하다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던 게 아니라 인류 생존에 기후의 힘이 그만큼 결정적이었다는 거지요. 이상기후로 점점 수량이 줄어드는 브라질 판타나우 습지 기후 변화라는 말은 조만간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 다. 기후 문제가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기후가 변화 하는 정도를 넘어 인류에게 위협적이라는 의미로 ‘기후 위기’라는 말이 대세가 됐기 때문입니다. 2015년에 체결한 파리협약에 따라 기후 위기의 원인인 탄소를 부지런히 줄여서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하는 게 인류 모두의 목표이자 과제입니 다. 탄소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하는 양만큼 흡수해서 총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이고요. ‘탄소중립’ 이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에까지 들어올 정도로 기후 문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만 기후가 정말 위기로 느껴지나요? 기후 위기와 내 일상은 서로 연결돼 있을까요? 지구촌 곳곳이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 각지를 습격한 기상이변 작년에도 예외 없이 폭염과 폭우, 산불 그리고 가뭄등 이상기후가 지구 곳곳을 난타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는 브라질입니다. 백 년만의 가뭄으로 세계 최대 담수 습지인 판타나우는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말라가는 습지 웅덩이로 물을 찾아 몰려갔던 물고기가 켜켜이 쌓인 채 떼로 죽은 모습은 처참하다는 말로도 충분치가 않았습니다. 이토록 건조한 상태에서 시속 90km가 넘는 돌풍이 불자 모래 폭풍이 발생하면서 브라질 동남부 여러 도시를 덮쳤어요. 지평선 끝에서 끝까지 수백 미터 높이의 모래 폭풍이 길게는 7시간 가까이 대낮을 깜깜한 밤으로 바꿔놓았지요. 처음 겪는 당혹스러움에한 시민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예상치 못하게 변한다면 충분히 공포스러울 겁니다. 이렇듯 기후 위기란 예상치 못한 여러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2010년 UN은 깨끗한 물과 위생에 대한 접근을 인권으로 선언했어요. 물은 생존에 필수이기 때문이지 요. 이상기후로 가물어서 강바닥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강물을 과도하게 뽑아 쓰는 바람에 말라버리기도 합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멕시코 요리 과카몰리의 주재료는 아보카도 아보카도 나무를 베어버린 이유 과카몰리를 아시나요? 인터넷에 과카몰리를 검색하면 다양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과카몰리 만드는 법부터 보관 방법까지요. 독특한 발음의 과카몰리는 멕시코 요리의 소스 가운데 하나로 아보카도가 주재 료입니다. 슈퍼푸드 목록에 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아보카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생산도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물 문제입니다. 아보카도 한 개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물은 대략 320리터로 토마토 5리터, 오렌지 22리터에 비해 월등히 많은 물을 필요로 합니다. 칠레에서 가장 큰 아보카도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페토르카 지역의 강이 말라버렸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아보카도 농장을 확장하 면서 숲이 계속 사라지니 강이 마르기도 할 테지만 더 큰 이유는 대규모 아보카도 농장이 이 지역에 있는 강에 수백 개의 파이프를 연결해서 물을 뽑아 올려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소규모로 아보카도 농사를 짓던 이들도 물 부족에 시달리며 결국 아보카도 나무를 베어버려야 했습니다. 물을 구할 길이 막막해지자 정부에서 일주일에 한 번 트럭으로 물을 실어다 줍니다. 그 물로 요리와 식수, 빨래, 목욕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다 보니 늘 물 부족에 시달리고 삶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어쩌다 잠깐 단수가 되어도 불편한데 오직 물 트럭에 의지한 삶이라니요? 아보카도가 가져온 비현실적인 현실은 세계가 상품 사슬로 얽히면서 벌어진 고통입니다. 물 부족으로 인해 베어진 아보카도 나무들 우리 몸과 지구를 위한 실천, 로컬푸드 멕시코와 칠레 그리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 일부 지역과 뉴질랜드에서 주로 재배하는 아보카도가 화물선에 실려 멀게는 1만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해 소비자에게 닿습니다. 대략 3주 정도 걸리는긴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아보카도를 4~8℃로 냉각 시킵니다. 바다를 횡단하는 동안 익는 걸 방지하고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지요. 항구에 도착하면 이번에는 대략 16~20℃의 온도에서 7~14일 정도 보관하면서 인공 숙성 과정을 또 거칩니다. 아보카도를 실어나르는 화물선은 말할 것도 없고 유통과정에서 필수인 냉각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를 소비하고 탄소를 배출합니다. 거리에 따라, 운송 수단에 따라 편차야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아보카도의 탄소발자국은 상당합니다. 아보카도는 인스타에서 스타가 된 과일입니다. 이스타 과일 때문에 누군가는 일주일에 한 번 트럭이 가져다주는 물로 요리를 할지 빨래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또 어느 지역은 최악의 가뭄이 가져온 모래 폭풍의 공포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과카몰리 대신 우리 땅에서 나는 로컬푸드로 내 건강을 챙겨보면 어떨까요? 내가 사는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한 지역 먹거리를 먹자는 건데요.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 푸드가 대표 적인 로컬 푸드 운동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먹거리는 탄소발자국을 적게 발생할 뿐 아니라 어디서 누가 생산한 농산물인지 알 수 있으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지요. 가까운 곳에서 제철에 나는 로컬푸 드야 말로 우리 몸을 살리고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실천이라 생각합니다.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원 헬스(one health)를 이야기합니다. 생태계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바람 속에 봄이 묻어오는 달을 기다리며 아메리카 선주민들의 삶을 또다시 떠올려봅니다. 자연스러운 삶이야말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닐까요?

사람과 동물이 맞잡은 손

하나를 사더라도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가치소비’. 이러한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예로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를 연결해주는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를 들 수 있다. 유기동물을 소중한 생명체로 존중해주고 그들을 보호하는 포인핸드의 활동들을 살펴보자. 전국 유기동물 입양 정보서비스 제공 유기되거나 실종된 반려동물들을 보관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는 매년 전국적으로 10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모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중 절반은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되고 있다. 포인핸드(Paw in Hand)는 매년 보호소의 유기동물 약 1만 마리에게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이를 위해 포인핸드는 유기동물 입양 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 한다. 고객들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유기동물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포인핸드는 특히 국내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1위로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는 80만 건에 이른다. 플랫폼에는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 다양한 종의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공고번호, 발견장소, 특이사항, 보호센터와 담당부서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어 보호센터로 직접 문의할 수 있다. 또 검색조건을 설정해 자신이 찾고 있는 동물의 종류를 자신이 사는 지역에 맞게 찾을 수 있다. 게더 프리에이커 치킨 레시피 도그들판에서 자유롭게 방목하여 키운 닭으로 만든 개 사료. USDA(미국 농무부)에서 인증받은 닭과 완두콩, 천연 칼슘의 공급원인 달걀껍질 가류, 피부와 모질건 강에 효과적인 오메가3와 오메가6, 심장과 뇌기능 향상에 좋은 DHA&EPA, 면역력 강화하는 천연 황산화 원료 등이 포함됐다. 반면 모든 원료에는 유전자 변형원료를 포함하지 않았다. 포인핸드X마하그리드 인플루언서 두들 스웨트셔츠포인핸드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마하그리드’가 콜라보로 만든 스웨트셔츠.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5월 ‘WE ARE PAWSITIVE INFLUENCER’(위 아 포지티브 인플루언서) 협업 캠페인을 펼쳤 다. 캠페인은 입양된 동물들은 새로 만난 가족들에게도, 유기동물 입양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포지티브 인플루언서’라는 의미를 담았다. 제품판매 수익 50%는 유기동물 입양카페에 후원 포인핸드는 이와 함께 포인핸드몰을 운영해 제품 판매수익의 50%를 유기동물을 구조하여 입양까지 보내는 입양카페에 물품으로 후원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실종 시 전단지와 보호동물 공고를 통해 안전한 귀가를 도우며 반려동물의 입 양 후 건강한 생활을 위해 유기동물 건강검진을 지원한다.포인핸드를 창업한 이환희 대표는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하며 유기동물보호소의 시스템적인 문제를 발견해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다 회사를 설립했다. 대학시절 취미로 공부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도움이 됐단다. 현재는 플랫폼 고도 화에 성공해 포인핸드몰 운영, 매거진 발행, 입양 홍보 캠페인 등을 진행 중이다.특히 포인핸드몰은 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으면서 물품의 판매수익을 유기동물에 후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애완동 물을 키우는 이들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개와 고양이용 사료, 간식, 영양제, 장난감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패션, 잡화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인핸드 2022 캘린더 평생 함께할 가족을 찾는 12마리 유기견을 소개하는 달력. 유기견들은 보금자 리를 찾지 못해 현재 임시보호처에 머물고 있다. 각 월마다 입양 가능한 개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수록돼 있다. 포인핸드는 이들에게 평생가족을 찾아주기 위해 ‘Will you be my family?(나의 가족이 되어주시겠어요?)’라는 프로젝트명을 붙였다.

겨울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겨울의 추위가 깊어지는 1월이다. 의사들에겐 겨울하면 생각나는 무서운 질병이 있다.바로 뇌졸중이다. 우리는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사실 최고의 방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글 김경렬 양지기쁜병원 원장, ‘부산의사 김원장‘ 유튜브 채널 운영자 가장 무서운 질병, 뇌졸중을 예방하려면뇌졸중이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을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중풍이라고 했었죠. 겨울철엔 기온이 내려가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뻣뻣해지기 때문에 뇌졸중 발생률이 증가합니다.저는 다양한 종류의 질병들을 보아왔지만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단연 뇌졸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신에 마비가 오고 인지장애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서 매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뇌졸중에 걸리고 있습니다.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고혈압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생기는 질병이기 때문에 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는 모든 질병에 영향을 받습 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고혈압이죠. 혈압이 높으면 높아진 혈액의 압력이 혈관 내벽을 손상시켜서 혈관이 터질 수 있고 터지지 않더라도 혈관 내벽이 손상된 부분은 탄력을 잃어서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막힐 수 있습니다.이런 증상이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에서 생기면 심근경색과 심장마비가 되고 뇌혈관에서 생기면 뇌졸 중이 됩니다. 혈압이 조금 높다고 해서 일상생활에 불편한 건 전혀 없지만 높아진 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 내벽에 상처를 입히고 그 결과 이런 치명적인 질병들이 발생합니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 있으면 정상인에 비해서 뇌졸중 발생확률이 4배까지 올라갑니다. 2. 당뇨고혈압 다음으로 위험한 질병은 당뇨입니다. 혈당이 높으면 혈관 벽에 염증을 유발하고 그 결과 혈관 벽이 탄력을 잃고 좁아지면서 막히거나 터지기 쉽게 변합니다. 당뇨가 오랫동안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미세혈관뿐만 아니라 심장관상동맥이나 뇌혈관 같은 큰 혈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통계에 따르면 당뇨환자는 일반인 보다 뇌졸중 발생 확률이 2배가 넘습니다.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제된 당류를 피해야 합니다. 꾸준한 운동 특히 식사를 마친 후 30분 정도의 가벼운 산책은 식후 혈당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천드립니다. 3. 고지혈증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지방질 그러니까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고혈압과 비슷하게 그 자체 로는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콜레스테롤이 뇌혈관 벽에 달라붙어서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면 뇌경색이 생길 수 있습 니다. 특히 당뇨나 고혈압 때문에 혈관 벽에 손상이 있으면 그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잘 달라붙어서 뇌경색 발생 확률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조절입니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은 운동과 식이 조절이다 TV와 인터넷에 수많은 건강식품 광고들이 쉽고 편하게 건강해질 수 있다고 현대인을 유혹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최고의 방법은 운동과 식이조절밖에 없습니다.“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일주일에 두 번 정도의 근육 운동. 짜고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과식하지 않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지겹게 들어왔던 너무 당연 하고 고리타분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들은 뭔가 획기적으로 새로운 방법, 아무도 모르는 건강을 위한 특효약을 찾아보려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평소 식사량을 줄이고 하루 30분이라도 걷는 것이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추위가 사람들을 움츠려들게 만드는 1월이지만 점심식사를 마치셨다면 햇살이 짧은 시간 얼굴을 비출 때 잠깐이라도 산책을 나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음 가는 대로
가수 조영남

가수, 예능 프로그램 MC, 라디오 DJ, 화가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종합 엔터테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조영남.그가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에 그간 묵혀두었던 속마음을 고이 담아 우리에게 건넸다.힘든 일도 있었지만 불평하지 않겠다며, 남은 인생 마음 가는 대로 즐겁게 살아보겠다는 그를 만나보았다.50년 음악 인생을 기념하며 누군가에게는 뜨겁고 호소력 있는 발성으로 감동을 전하는 가수 로, 또 누군가에게는 엉뚱하지만 기발한 유머로 폭소를 안겨주는 방송 진행자나 라디오 DJ로, 또 누군가에게는 화투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조영남은 가수이면서 다방면에서 많은 활약을 펼쳐 오면서 대중에게 늘 가까운 얼굴로 자리 잡았다. 그는 스스로를 ‘화수’라고 칭한다. 화가이면서도 가수라는 뜻이다.지금이야 가수이면서도 MC도 하고, 연기도 하고 라디오 DJ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연예인이 흔한 세상 이지만 그가 처음 1989년 ‘자니 윤 쇼’라는 토크쇼의 보조 MC로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게 느꼈다. 그런 개념의 연예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니 윤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자 이후 1993년에는 ‘체험 삶의 현장’이라는 프로그램의 메인 MC로도 등장하며 ‘종합 엔터테이너’로서 조영남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그럼에도 그에게 가장 큰 이미지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가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거 청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세시봉’의 한 축으로서 여전히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고, 공연을 한 번 하면 좌석은 쉽게 매진된다. 그런 그가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을 지난해 말에 냈다. 타이틀곡은 ‘삼팔광땡’이다. “니꺼 내꺼 다 무슨 소용, 너나 나나 빈손 나그네, 세상 잣대 다 무슨 필요, 마음 가는 게 장땡이지.”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다. 구수 하면서도 한층 더 농익은 그의 음색이 듣는 이들에게큰 위안을 준다.“‘내 나이가 어때서’를 작곡한 정기수 작곡가하고는 ‘삐 뚤빼뚤’ ‘빙글뱅글’ ‘깜빡깜빡’ 같은 노랠 함께 내봤는데 여태까진 큰 호응을 못 얻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들고온 ‘삼팔광땡’이라는 노래는 듣자마자 ‘아, 이건 딱 내노래다.’라는 감이 온 거야. 그래서 이 노래로 데뷔 50 주년 앨범을 내게 된 것이지요.”무대를 통해 다시 얻은 힘삼팔광땡은 화투에서 가장 좋은 패이다. 그는 정치인이건 연예인이건 누구나, 모든 국민이 ‘삼팔광땡 같은 좋은 패’가 되고 싶어 한다면서, 새해에는 모든 이들의 삶에 삼팔광땡 같은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고 말했다. 한편, ‘세상 잣대 다 무슨 필요. 마음 가는 게 장땡이지.’와 같은 가사도 그렇 고, 같은 앨범 수록곡인 ‘인생무상’ ‘옴마니 반매훔’ 같은 노래를 들어보아도 이번 앨범은 삶에 달관한 듯 덤덤한 태도가 돋보인다. 어떻게 보면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노래들이다.“왜 그런 노래들을 부르게 됐냐 하면 내가 지난 6년 동안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때 불교에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이죠. 젊었을 때는 기독교가 날 먹여 살렸고, 내가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을 때는 불교가 나를 먹여 살렸 어요.”특히 부천 석왕사의 고산스님은 그가 그림 대작 논란으로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힘든 상황이었을 때 그에게 많은 위로를 전해주었고 4년 연속으로 절에 와서 콘서트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는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상황인데다 매번 같은 레퍼토리로 무대에 서는데 사람이 오겠냐고 고사하기도 했으나 스님의 격려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한다. 막상 콘서 트가 열리자 수많은 청중이 몰려들었고 그의 노래에 기뻐하고 환호를 보내주었다. 거기에서 그는 심적 치유, 용기, 새로운 힘 등을 얻었다고 한다. ‘인생무상’은 고산스님의 시에 그가 곡을 붙인 노래로 지난해 타계 하신 스님을 추모하는 앨범에도 들어가 있다.남 부끄럽지 않은 그림 보여주고파세간에 화제가 되어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그는몇 년 전까지 그림 대작 관련 논란으로 법정에도 섰었 다.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그 판례로 인해 현대미술의 제작방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납득을 하긴 했지만 그 자신은 많은 재산을 잃었고 아직도 그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도 다소 남아 있다.“난 50년 동안 이 나라에서 유명한 가수로 호강을 누리며 별 문제없이 살아왔잖아요. 그런데 고작 5 년 동안 재판 받은 걸 갖고 불만스럽게 얘기하면 쪼잔한 남자가 되는 거예요. 이 나라에 신세를 그렇게 많이 졌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 하는 거죠.”그 사건이 있기 전 그는 그냥 미술을 좋아하는 가수였는데, 법정을 들락날락하는 동안 그는 ‘화가’로 서의 정체성에도 새롭게 눈을 떴다고 한다. 재판이 끝나면 다시 전시를 할지도 모르는데 사람 들이 ‘겨우 이 정도의 그림 때문에 5년 동안 법정 다툼을 했냐.’는 반응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근 더욱 더 열심히 그림에 몰두하고 있다. 오는 2월 초 남산 UH갤러리에서 그 결실로서 그의 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지금 공연도 못 하니까 내가 할 일이 뭐 있겠어요. 그림 그리는 것밖에 없지. 요즘에는 클림트,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데이빗 호크니등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바탕으로 화투를 덧붙여서 오마주하는 작업을 많이 해요.”그래서 그의 이번 앨범 재킷에도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오마주한 ‘포옹’이라는 화투 그림이 사용되었다. ‘키스’보다는 모든 것을 다 끌어안고 간다는 뜻에서 ‘포옹’을 더 좋아한다며, 이번 앨범의 노래들이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많은 사람들을 안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불평할 게 없는 삶비록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는 그것도다 안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널리 알려진 사람에게는 안 좋은 말이 따라다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그냥 참고 견디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나의 종씨인 ‘조’물주 께서는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교묘하게 반반씩 나눠주신다고 생각해요. 행복도 반, 불행도 반. 외로움도 반, 외롭지 않음도 반. 그런데 나는 지난 50 년간 계속 재수가 좋은 쪽이었으니 요 근래 잠깐 재수가 안 좋은 거라 생각하면 불평할 게 없어요.”이제 그의 나이도 80세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계획을 궁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삶이 늘 계획했던 대로 흘러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별다른 계획은 세우지 않기로 했다. 그저 벌어 놓은 돈은 좋은 데 다 쓰고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하지만 가수로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이 크다. 그러니까 앨범도 내고, 방송에도 출연하고, 이런 인터뷰에도 응하는 것 아니겠냐고 한다. 그는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그림 그리 고, 마음 가는 대로 노래 부르며 남은 인생을 삼팔광땡 같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치장하고 싶어 했다.

칠흑의 심연에서 피어난 꽃
칠예가 전용복

<천마도> 240x120cm, 2021, 나무 위에 옻칠, 자개 전통적인 옻칠 기법을 사용한 화폭 위에 꽃이 피고 새가 날고 바람이 불고 환한 달이 뜬다. 만남과 추억의 심상이 교차하며, 우주에서 뿜어져 나온 듯한 우아하고 찬란한 기운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세계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마저 탄복하여 협업을 요청한 칠예가 전용복의 작품세계 속으로 들어가본다. 자료제공 : 갤러리 라메르 참고도서 : <한국인 전용복>, 시공사 펴냄 가장 모던하고 가장 고전적인 미 검은 하늘에 오색영롱하게 빛나는 달님, 그아래로 나부끼는 갈대와 들판의 이름 모를 풀들이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유구한 역사의 강 위로 소용돌이치는 혼불, 그 위로 흩어지는 수많은 선조들의 숨결이 영롱한 자개의 가루. 그 어떤 현대회화보다도 모던하고 그 어떤 고전작품보다도 고졸(古拙)하다.지난 12월 1일부터 19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 세계적인 거장 전용복 칠예가의 전시에서 많은 사람들은 압도적인 미의 향연 앞에 할 말을 잃었다. 어렸을 적 집안에서 흔히 보았던 구닥다리 나전칠기 장롱에 대한 고정관념은 발붙일 데가 없었다.우리 전통 칠예가 이렇게까지 깊이가 있고 품격이 높았던가. 그 칠흑의 심연에서 피어난 꽃은 누구나 한 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람 부는 날> 120x120cm, 2021, 철판 위에 옻칠 옻칠의 신비에 빠져든 청년 전용복 칠예가는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이었던 1953년 부산 복천동에서 태어났다. 군데군데 합판으로 기운 자국이 너덜너덜한 판잣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 들어오셔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동래고등학교에서 수재로 이름났던,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형마저 결핵성 뇌막 염으로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세상을 떠났다. 이후 소년가장이 된 전용복은 어머니의 약값과 동생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고단한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었던 것은 미술시간이었다. 생계 때문에 비록 화가의 꿈을 단념해야 했으나 한시라도 그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적 없었다. 그랬던 그에게 옻칠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왔다. 군대 제대 후 몇 군데의 직장을 전전하다 들어가게된 한국목재주식회사에서 가구회사 설립을 추진했는데, 그가 영업과 디자인을 총괄하는 책임자가 된 것. 그때부터 억눌러왔던 그의 예술적 감각과 끼가 폭발했다. <여왕> 120x120cm, 2021, 철판 위에 옻칠, 자개 그는 현란하게 나전으로 뒤덮인 당시의 디자인 트렌드를 벗어나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리며, 한국적 정서와 서양식 추상화 기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옻칠 가구를 만들었다. 가구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 갔지만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싶은 꿈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나와 자신만의 가구공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당시만 해도 ‘카슈’라는 화학성 옻칠이 대부 분이었던 시절, 그는 우연히 우리나라 전통의 와태칠 기법과 고온경화 기법을 알게 됐고 그것을 자신이 만든 가구에 적용해가며 옻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일본 장인들을 제치고 최고의 반열에 올라 전용복을 세계적인 대가 반열에 올려준 결정적 사건이 있으니 바로 지난 1991년 도쿄 메구로가조엔(目黑雅敍園)의 칠예 작품들을 복원하며 선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일이었다. 메구로가조엔은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나전 작품을 보유한 일본의 국보급 호텔로, 건립 이래 숱한 자연재해들로 곳곳이 파손되어 무려 12조 원이 투입된 복원공사를 진행하게 됐다.그 당시 메구로가조엔 복원공사 가능성을 듣고 그는 3년 동안 일본의 장인들을 한 명씩 만나며 관련된 기술들을 습득하였다. 복원공사의 담당자 모집에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그는 3,000명의 쟁쟁한 일본의 옻 장인 들을 제치고 대형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되었다. 결국 그는 5,000여 점의 칠예 작품을 성공적으로 복원시키며 일본 현지에서 ‘세계 최고의 칠예가 한국인 전용복’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2004년에는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 ‘이와야마 칠예 미술관’을 개관하 였고,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칠예 작품인 ‘이와테의 혼’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최고의 작가로서 이름을 높였다. <혼> 120x120cm, 철판 위에 옷칠, 자개, 2021 <봄이 오는 소리 2> 120x120cm, 2021, 철판 위에 옻칠, 자개 옻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다 그는 전통적으로 쇳가루를 넣은 까만 색상의 옻 사용에 국한되지 않고 옻에 다양한 색상을 섞어 상품과 예술품에 적용하는 등 시대에 맞는 변화를 수용해왔다. 흔히 옻칠하면 검은 색상의 자개, 나전칠기 작품만을 연상하기 쉬우나 전용복은 옻의 고유한 컬러를 살리는 기법은 물론, 옻에 천연 암채를 배합하여 다양한 색상을 연출해내는 방법으로 우리 조상의 전통 기법에 모던함을 더했다. 이로써 공예적인 성격이 강했던 옻칠을 순수 미술의 영역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황토와 같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연구하여 표현 영역을 확대했다. 금속 위에 옻칠예 기법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옻칠 엘리베이터를 만들기도 했다. 세계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 세이코와 협업한 크레도르 시계 이를 통해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칠예 회화 및 설치 작품들을 발표 해온 것이다.그는 국제적으로 활동무대를 넓혀가는 중 세계적인 명품 시계 브랜드 ‘세이코’의 주문을 받아 보석 장식 하나 없이 나전옻칠 기법으로만 제작한 시계를 만들기도 했다. 5,250만 엔(당시 시가 8억 원)짜리였던 손목시계는 3개월 만에 수집가에게 팔려 화제를 모았다.팔만대장경은 무려 700년이 지나도록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데 그 비결은 마감재로쓴 옻칠 덕분이었다. 전용복은 이처럼 명맥이 끊어져 가던 우리 조상들의 전통 옻칠 기법을 복원하였으며 이를 현대적인 회화로 승화시키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서구에 옻칠 강국으로 먼저 알려진 일본에서조차 그의 명성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자서전 <한국인 전용복>에서 평생을 바친 옻칠에 대한 애정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작업하고 있는 전용복 칠예가 “나는 육신과 영혼을 모두 바쳐이 땅의 옻칠 문화의 부활에한 점 빛이라도 되길 기원한다.그리하여 보잘것없는 내 삶이 이 땅의 옻칠 문화라는 가마때기에 바늘구멍만큼의 자취라도 남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 <한국인 전용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