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변진섭 발라드 황제, 가수 변진섭이 작년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 ‘변천사’를 성황리에 이어오고 있다. 그는 12월 17일 부산 공연을 앞두고 부산 팬들을 만나는 기대감과 더불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생에 대해 깨달은 지혜를 나누어주었다. "제 아들들에게도 늘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오늘 하루도 네 인생의 한 페이지’라고 말합니다. 절대로 나중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거나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말이지요."부산 팬들의 열정적인 환대에 늘 설레 감미로운 목소리로 1980년대 후반 가요계를 평정했던 가수 변진섭.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공식 밀리언셀러 앨범 판매 기록을 갖고 있을 만큼 우리나라 발라드계의 레전드이다. ‘너에게로 또 다시’, ‘희망사항’, ‘새들처럼’, ‘숙녀에게’,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로라’ 등 변진섭의 히트곡 목록은 끝이 없고, 누구나 한 번쯤 그의 노래에 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전국 투어를 돌며, 음악을 사랑하던 청년 변진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 변진섭으로 발전하기까지 35년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변천사’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공연은 제목처럼 그의 음악 활동과 음악 인생의 변천사를 관객에게 쭉 펼쳐드리겠다는 의도로 기획되었다. 특히 오는 12월 17일 드림씨어터에서 부산 팬을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각별하다. “많은 분들이 저의 변천사를 통해 제 음악과 얽힌 추억도 꺼내 보시면서, 이번 공연에서 함께한 시간들도 나중에 다시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저는 부산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부산 팬 분들이 항상 열정적이셔서 공연 분위기가 너무 좋은 데다, 늘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시니까 늘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게 됩니다.” 변진섭은 맛있는 부산 음식도 부산을 좋아하게 된 한 요소라고 말했다. 부산에 오면 회는 당연히 필수로 먹어야 하는 것이고, 곰장어도 즐겨 먹는다고. 그중에서도 그의 ‘최애’ 부산 음식은 수영구의 곱창골목에서 맛볼 수 있는 양곱창 구이, 곱창 전골 등이라고 한다.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 감사했다35년간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면서, 아티스트로서 힘든 고비도 많았을 텐데 항상 한결같이 밝은 미소와 반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비결도 궁금했다. “좋아하는 음악과 같이 살다 보니 오랫동안 어린 아이과 같은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도 남들보다 덜 받고요. 물론 항상 좋은 순간만 있을 순 없죠. 그럴 때마다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떠올려요. ‘나는 처음에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사람이었어.’라고 말이죠. 그리고 과분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주시는 팬들을 생각하면 어떤 힘든 순간이라도 다 이겨낼 수 있죠.”그는 음악을 시작하면서 단 한 번도 아주 성공적인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음악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학창 시절부터 음악을 하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두었기에 자연스럽게 가수가 됐고 지금까지 그런 마음으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힘들 때마다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초심으로 되돌아가면 다시 큰 힘을 얻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오랫동안 계속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기관리에도 철저한 그이다. “음악을 하려면 일단 체력이 좋아야 하니까 늘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되도록 스트레스를 안 받고 음악 활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밖에서 아무리 힘들었다 해도 집에 오면 순수하게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쉬면서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하죠.” 특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젊었을 때 비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삶에 대한 깨달음이 자꾸 생겨나는 것 같다고. “우리 세대들은 인생의 전반부를 살면서 오직 후반부를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희생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유명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에 매달리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인생의 목표를 항상 인생 후반부에 두고 살아가며 지금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가 바라보기에는 좀 안타까운 부분이었다고 한다. “저는 제 아들들에게도 늘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해요. ‘(인생 후반부뿐만 아니라) 지금 네가 누리고 있는 오늘 하루도 네 인생의 한 페이지’라고요. 절대로 나중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거나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말하지요.” 그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와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를 희생하지 말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살라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행복한 하루를 매일 보내면, 그것이 쌓여서 1년이 되고, 10년이 되고 전체 인생이 되도록 하라고. 그것이 또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정기적인 신곡 발표로 팬 사랑에 보답하고파 변진섭의 팬들에게는 공연 말고도 반가운 소식이 또 하나 더 있다. 곧 신곡을 내는데, 한 곡만 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신곡 음원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우선 가장 먼저 나온 곡은 ‘완벽 그 자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11월 29일 발표한 신곡 ‘완벽 그 자체’는 가수 이채빈과 함께한 듀엣 곡으로, 이제 막 시작하는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담았다. 변진섭의 관록 있는 목소리와 이채빈의 풋풋한 목소리가 어울려, 처음 사랑이 시작되는 단계에서의 상큼 발랄한 설렘을 따뜻하게 전하고 있다. 12월 1일에는 뮤직비디오도 공개되었는데 연령 차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이 잘 담겨 있다. “이렇게 매달 하나씩 나오는 곡들은 음원으로도 발표하지만 제 공연이나 여러 활동을 통해서도 조금씩 선보여 드리고자합니다.” 그는 음악 활동 이외에 특별히 인생에서 못 이룬 버킷 리스트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그저 지금처럼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고 꿈이다. “제가 항상 감사한 것은, 지금도 가수로 공연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공연을 할 때마다 찾아주시는 많은 팬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항상 노력을 할 것이고 정기적인 신곡 발표를 통해서도 늘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노스요크 무어스를 가로지르는 철도 교량, 리블헤드 비아덕글·사진_ 이영철 여행작가, <세계 10대 트레일> 저자 걷고 싶은 곳이야말로 최고의 여행지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영국 브리튼 섬을 걸었던 그해 여름날 보름 동안은 그지없이 찬란한 나날들이었다. 야생화의 천국, 요크셔 데일스와 소설 <폭풍의 언덕>의 무대였던 노스요크 무어스의 추억을 되돌아본다.시간이 흘러도 그리운 얼굴들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요크셔 데일스와 노스요크 무어스, 3개의 국립공원을 누비며 잉글랜드 북부를 가로질러 횡단했다. 야생화 헤더 꽃이 만발한 계절, 잉글랜드 북부의 황무지 무어(Moor)는 완전한 보랏빛 낙원이었다. 길 위에서 만났던 이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정겨운 모습으로 내 머릿속을 맴돈다. 랑데일 골짜기에서의 뉴질랜드인 형제, 켈드의 숙소 버트하우스의 가일스 부부, 서너 번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던 미국인 셰릴리와 킨시, 그리고 산 밑에서 40분이나 나를 기다려준 테일러 여사와 그의 손자 에드워드, 모두가 하나같이 그리운 얼굴들이다. 일반적으로 영국 여행은 대도시 관광명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런던이라면 빅벤이나 버킹엄 궁전 또는 코벤트 가든이나 웨스트민스터 등이 있고, 스코틀랜드로 올라간다면 에든버러캐슬 등이 필수 코스로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CTC를 횡단하는 도보여행은 이런 명소 관광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여정이다. 잉글랜드 동서 양쪽 해안과 만나고, 내륙의 산과 호수와 계곡 그리고 도시와 들판과 시골들을 두루두루 만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비롯된 서구 문명이 오늘날 우리 시대에 이르러 만개되기까지는 영국의 역할도 컸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있는 서구 문화의 다양한 면들이 망라되어 있는 곳이 영국이다. 유럽을 지배하려던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정복하지 못한 땅이 또한 섬나라 영국이다. 그 섬의 가운데 허리 부분을 두 발로 뚜벅뚜벅 밟으며 횡단하는 CTC 트레킹은 유럽의 속살까지 경험하는, 영국 여행의 진수나 다름없다.거침없이 펼쳐진 황야를 걷는 도보여행자들 계곡과 황무지가 공존하는 요크셔 데일스요크셔 데일스거리 112km. 소요기간 5일. 최저해발 30m.최고해발 662m.영국 횡단 CTC에서 만나는 두 번째 국립공원은 요크셔 데일스이다. 호수가 산재한 산악지방이었던 앞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와는 완전히 다른 지세(地勢)를 보여준다. 사방은 거침없이 펼쳐진 황야와 그 너머 지평선뿐이다. 영국의 고산지대 황무지인 ‘무어랜드(moorland)’가 시작되는 것이다. 본디 바람이 거센 날이 아니더라도 제멋대로 설쳐대는 바람 물결에 눈을 제대로 못 뜨긴 하지만 무어의 바람은 트레커들에겐 청량제나 다름없다. 초원을 뒤덮고 있는 잡초와 야생화들은 그깟 바람 따위 면역이 되었다는 듯 대지에 바싹 붙어 저들끼리 똘똘 뭉쳐 있거나, 나무들은 한 그루 두 그루씩 서로 먼 거리를 유지하며 외롭게 서 있는 풍경이 잉글랜드 무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켈드와 리스 같은 작은 시골마을들은 물론 커비스티븐과 리치몬드같은 중세 이래의 대도시들도 이 구간을 지나며 만날 수 있다. 요크셔 데일스는 이십여 개의 ‘계곡(dale)’과 황무지 ‘무어(moor)’가 공존하는 국립공원이다.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은 시골 마을 풍경 ‘폭풍의 언덕’을 탄생시킨 노스요크 무어스 노스요크 무어스거리 98km. 소요기간 5일. 최저해발 0m.최고해발 454m.광활한 황야는 세 번째 국립공원까지 계속 이어진다. 노스요크 무어스는 아름다운 야생화인 헤더가 자생하는 무어랜드 가운데 영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기도 하다. 잉글랜드 무어랜드는 헤더(heather) 또는 히스(heath)라고 불리는 야생화가 그 주인공이다. 멀리서 보면 보라색 꽃밭이지만 가까이 다가서 보면 형형색색의 들꽃들로 이뤄진 덤불숲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메세타지역을 뒤덮는 누런 밀밭이 장관을 이루듯, 잉글랜드 북부의 무어랜드에서는 보라색헤더의 물결이 걷는 이들의 오감을 압도한다. 서른 살의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 에밀리 브론테와 그녀 자매들의 삶의 터전도 이 지역이었고, 두 자매가 그려낸 두 편의 슬픈 이야기의 배경도 이곳 요크셔의 무어랜드였다. 명작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가 탄생할 수 있었던 토양인 것이다. ‘무어(moor)’라는 단어에는 누구든 시인이 되게 만드는, 시적인 무언가가 담겨있다. 무어랜드의 거센 바람에 맞서며 보라빛 헤더 꽃밭을 걷는 동안, 소설 ‘폭풍의 언덕’ 속 남녀 주인공이 함께 말 달리던 슬픈 환영과 마주칠 수도 있다. ‘The fool wanders, a wise man travels(바보는 방황하고 현자는 여행한다).’ 영국작가 토마스 풀러의 말이다. 여행하는 사람은 현명하다는 의미보다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바보같이 방황만 하지 말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봐라, 그러면 뭔가 문제가 풀리고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라는 의미일 것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눈보라가 몰아치기 전에 멀든 가깝든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보자. 노스요크 무어스에서 로빈후드 만으로 이어지는 길 그로스몬트 역에서 만난, 석탄으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요크셔 데일스의 초원 위로 떠오르는 태양
글_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1년 중 8개월간 영하 20~40℃의 추위를 견뎌야 하는 몽골인들에게 우리나라 적정기술로 만든 난로 지 세이버(G-Saver)가 크게 환영받고 있다. 난방 열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대기 오염도 감소시켜주는 난방 관련 적정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돌아와서, 햇볕이 쪼이는 마룻바닥에 손바닥을 문지르며 손가락을 녹였던 추억이 나네요. 햇볕은 실제로 상당히 난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그냥 볕이 잘 들어오게만 하는 것으로도 효과가 좋지만, 태양열 집열판을 가열해서 여기서 나오는 열로 실내를 가열하는 햇볕 온풍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욱 혹독한 추위의 몽골에서 난방에 사용되는 적정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몽골 초원의 집인 게르에는 보통 석탄 난로를 사용하는데, 열효율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김만갑 교수는 아래 그림과 같은 열효율이 개선된 난로, 지 세이버(G-Saver)를 개발하고 몽골에 공급하여, 상당한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연통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연기의 열을 한 번 더 활용하여 열효율을 높이는 원리이지요. 상변이 물질을 이용한 인큐베이터 얼마 전에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의 병원에서 전기가 끊겨 신생아실의 인큐베이터의 온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급한 대로 따뜻한 물로 아기를 체온을 유지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너무 급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겠지만, 따뜻한 물이나 백열전구로 인큐베이터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온도를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게 항상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거든요. 엠브레이스(Embrace) 사의 제인 첸(Jane Chen)은 상변이 물질을 이용해서 전기가 없는 지역에서도 쓸 수 있는 인큐베이터를 개발했습니다. 상변이 현상은, 어떤 물질이 바뀔 때 열을 흡수하거나 내놓으면서 물질이 완전히 바뀌기 전까지는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컵에 물과 반쯤 녹은 얼음이 같이 있는 상태로 두면, 조금 가열해도 얼음이 완전히 녹기 전까지는 0도를 유지하고, 조금 냉각해도 물이 완전히 얼기 전까지는 0도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상변이 물질 인큐베이터는 물 대신 아기의 체온과 유사한 37도에서 고체-액체로 상변이가 일어나는 특수 물질을 찾아서 주머니에 담아 아기의 체온을 유지하는 데 사용한 것입니다. 주머니가 식어서 모두 고체로 바뀌면 다시 열을 가해 녹여서 재사용 하면 되구요. G-SAVER란? 게르 내부의 난로 배기부에 연결하여 배기부로부터 배출되는 고온의 연기를 통과시켜 열을 축적 G-SAVER의 효과 ➊ 매연 저감 축열난방 장치➋ 난방 열효율 30% 향상➌ 연료 소모량 40% 감소➍ 게르 내부 및 도시 대기 오염 감소➎ 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 파괴 감소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적정기술 난방비가 오르면서, 집안에서 난방 텐트를 사용하거나, 창문에 난방 필름을 붙이는 분들도 많은데요, 저도 예전에 뽁뽁이 필름을 유리창에 붙여서 제법 효과를 보았습니다. 뽁뽁이 필름 속의 공기층이 상당한 단열 효과가 있거든요. 전용 난방필름을 사서 붙여도 되지만, 이마저도 가격 부담이 된다면, 물품 포장할 때 깨지지 않도록 사용하는 포장용 뽁뽁이 필름을 사용해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적정기술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눈앞의 창문에도 있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따뜻한 겨울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상변이 물질을 활용한 인큐베이터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책가도 병풍>, 작가 미상, 가로 297.0cm×세로 126.1cm(1폭),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책가도는 책을 숭상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이상과 연관이 깊다. 하지만 조선 후기 상업과 도시 문화의 발달이라는 배경 속에서 진기한 기물을 통해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망 또한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그림이다.투시도법과 명암법 응용해 이색적 ‘책가도(또는 책거리도)’는 책과 종이, 붓, 먹, 벼루 등 문방구류를 꽃병, 주전자 등 다양한 장식물과 함께 그린 그림을 말한다. 책꽂이 형태를 8폭, 10폭의 병풍에 그린 후 그 안에 책과 기물이 가지런히 쌓여 있는 모습으로 그린 책가도와, 책꽂이는 생략하고 화면 위아래로 책과 물건만 나열하여 그린 책가도의 두 종류가 있다. 책가도는 당시로서는 서양화에서나 볼 수 있던 ‘투시도법’과 ‘명암법’을 응용해서 그려 조선 전통적 화법으로 그려진 그림에 비해 공간감과 입체감이 훨씬 살아 있다. 특히 책을 아슬아슬하게 쌓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인 긴장감을 갖게 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책들은 화면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아랫면이 보이고 아래로 배치될수록 윗면이 보이는 등, 책 표현에 일점투시도법에 가까운 원근법을 적용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책을 지그재그로 배치하여 단조로운 구성을 피했다. 책가 옆면의 갈색을 뒤로 갈수록 진하게 표현하여 책과 기물을 넣은 사각형 공간에 공간감을 주기도 했다. 책을 실제로 곁에 둔 것처럼 보여야 했기에 서양화의 사실적인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왕실과 양반의 고급 취향을 반영한 만큼 책가도는 당대의 일반적인 그림에 비해 무척 화려하게 그려졌다. 조선 후기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정조대왕도 책가도를 무척 좋아해서 “책을 즐겨 읽지만 일이 많아 책을 볼 시간이 없을때는 책가도를 보며 마음을 푼다.”라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책가도는 왜 그렸을까? 조선시대에는 책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책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출세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어야 했지만 책을 읽어 문화적 소양을 쌓는 것은 선비의 기본 의무와도 같았다. 그만큼 책이 생활 전반에 깊이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궁중에서부터 민간에게까지 광범위한 계층에서 모두 사랑받는 그림, 책가도가 유행하게 되었다.<책가도 6곡병> 작가 미상, 세로 152.2cm×가로 68.3cm(1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궁궐에서 민간에까지 확산된 인기오늘날 현대인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자신의 높은 생활수준이나 교양 등을 자랑하곤 한다. 조선시대에도 자신을 자랑하는 방법이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책가도였다. 기본적인 책과 문방구류뿐만 아니라 도자기, 청동기, 옥 등 귀한 물건을 함께 진열해 놓은 모습은 보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구경거리’였다. 영·정조 시대의 문예부흥기에 그려진 책가도는 대개 궁중화원들이 제작한 것으로, 일반 서민들이 쉽게 볼 수 없던 북경 도자기와 시계, 안경, 부처의 손을 닮은 남방의 열매 불수감(佛手柑) 같은 과일 등 진귀한 기물들이 다수 나타난다. 이를 통해 당대 상류층의 기호와 심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기물이 지닌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얼핏 사치품으로 보이는 공작 깃털과 산호는 관직과 지위를, 불수감(佛手柑)과 석류는 각각 다복과 다산을 상징한다. 서재에 두고 보는 그림이었던 만큼, 생활 속에서 잊지 않아야 하는 이상과 염원하는 소망을 각종 상징물에 담아냈음을 알 수 있다. 궁중에서 시작한 책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민간으로 확산됐다. 이는 책가도가 유행했던 조선 후기의 시대상과도 관련이 있다. 서양의 사상과 문물이 들어오며 신분제가 흔들렸고, 호적을 사고 파는 일 또한 빈번하게 일어났다. 돈으로 양반이 된 이들은 선비 정신이 담긴 책가도를 통해 자신들의 양반다움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로써 책가도는 궁궐에서 여염집 안방까지 널리 전파됐다. <책가도 8폭 병풍> 작가 미상, 세로 140.3cm×가로 54cm(1폭),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조선 후기 도시 문화 발달과 연관 깊어 조선 후기 책가도의 유행에 대해 미술사학자 고연희는 이렇게 말한다. “책가도의 주제는 진귀한 물건들을 보고자 또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적 욕망이다. 이 욕망은 도시 문화의 발달과 문화적 물품의 생산, 그리고 자본의 발달등 사회적 배경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책가도는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이는 선비의 ‘이상’과 ‘욕망’, 두 개념이 서로 반목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려 있는 그림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라 할 수 있다. 책가도에 그려진 기물들의 상징성도 제 각각이다. 배추 모양의 옥은 아름다운 장식이면서 길상(吉祥: 운수가 좋을 조짐)의 상징이다. 복숭아는 장수를 뜻하며, 박쥐는 ‘복(福)’과 발음이 비슷하여 복을 상징한다. 배추는 ‘발재(發財)’와 발음이 비슷하여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이다. 궁중화풍의 책가도는 19세기 민화로 확산되면서, 책가가 있는 책거리보다 책가가 없는 책거리가 더 성행했다. 민화 책거리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책가가 있는 것보다는 책가가 없이 책을 비롯한 기물들을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작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책을 비롯한 기물들을 응집해서 그리고, 평면적인 공간으로 표현하는 등 서민취향에 부응한 변화를 보였다. 조선 후기와 구한말까지 계속 이어진 책가도의 인기는 오늘날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책가도’ 포스터나 액자를 걸어두고 있다. 생활한복, 명함집, 파우치, 넥타이 등에도 전통 책가도 디자인이 응용되어 눈길을 끈다. 또한 지난 2022년에는 세계적인 IT기업 애플이 우리나라 명동의 애플스토어 외벽 디자인을 책가도로 꾸며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책가도는 현대에도 그 생명력을 변함없이 유지하며, 다양한 디자인 상품과 예술 작품으로 계승 및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