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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에서
만난 친구,
고(古)기와 방송인 및
아티스트 이상벽

이상벽은 잡지 기자 및 연예평론가 등을 거쳐 국민 방송이라 불러도 될 KBS <아침마당>, <TV는 사랑을 싣고> 등에서 오랫동안 많은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안겨주었던 방송인이다. 가수 조용필과 함께 부산 해운대 밤바다를 바라보며 포장마차에서 술 마셨던 순간을 부산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늘 간직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 최근 매진 중인 ‘고(古) 기와 아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버려진 기와로 새로운 결실을 맺다 방송인 이상벽은 원래 홍익대학교에서 디자인미술을 전공했다. 학창 시절 작업실 옆에 도자기 공방이 있었기에 예전부터 기와, 도자기 같은 세라믹 제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 그는 200~300년 된 옛 궁궐이나 사찰에서 걷어낸 고(古)기와에 그림을 그리고 상설 전시도 하는 등 ‘고(古) 기와 아티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연히 어느 공장에서 버려진 채 발견된 기와들을 몇 장씩 가져와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어요. 이제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 어쩌면 인생 마지막 길에서 이렇게 버려진 기와들을 만나 함께 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이 큰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고(古) 기와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해진 크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 거친 세월의 흔적이 상흔처럼 남아 있는 표면 등이 창작의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끼가 피어 있거나 새똥이 묻어 있는 기와도 부지기수였다. 어렵게 작품을 완성해서 전시하려 해도 표구를 하는 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보통 휘어진 기와는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통상의 유리 액자 안에 끼워 맞춰 넣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월의 흔적을 일부러 걷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표면 위에 그림을 계속 그려왔다. “고(古) 기와에 채색을 해서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 등으로 되살아나는 걸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전시회를 하면 반응이 꽤 괜찮고 그중에는 제 그림을 사가는 사람도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죠. 비록 이걸로 생활에 도움이 될 만큼의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이 작업 자체로 큰 행복을 느낍니다.” 이상벽의 작품들은 한국 전통 기와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 위에 새로운 옷을 덧입힌 것이라 아주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으며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 저도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 어쩌면 인생 마지막 길에서 버려진 기와들을 만나 함께 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이 큰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흙과 함께, 자연의 순리대로 그는 충남 홍성을 거쳐 현재는 예산에 정착해 살고 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와 산 지 9년이 넘었다. 집 근처에 예쁜 호수도 있고 작업에 필요한 기와도 구하기 쉬운 환경이라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서울에 꼭 있을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울에 살아야 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좀 빠져나와 줘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이전부터 늘 하고 살았어요. 이렇게 지방에서 흙과 더불어 여생을 보내는 것도 참 좋거든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일 때는 일찌감치 이렇게 내려와 있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위적인 것을 거부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싶다는 그의 말이 가진 속뜻은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기와 또한 자연의 흙과 불을 통해 생겨난 산물이고,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그는 고(古) 기와 아트에 대해 “세월의 흔적이 이미 절반 이상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에서 내가 나머지 절반을 덧그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방송을 할 때도 자연 그대로의 사람 냄새가 나는 방송을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고 말한다. “요즘 방송 트렌드는 저하고 정서적으로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비슷한 얼굴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반복해서 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시시한 잡담을 계속 이어나가는데,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또 방송은 국민들의 언어를 순화하고 계도하는 기능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요즘 예능 프로들을 보면 출연자들끼리 너무 절제가 없이 막말을 많이 하니까 한때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한 사람으로서 유감스럽습니다.” 방송다운 방송에 대한 열망 여전해 아무리 요즘 방송 트렌드가 못마땅하고 유감스러워도 그게 트렌드라고 하니까 그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한민국이 유독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 76세라 해도 충분히 건강하고 방송에 대한 감각도 여전한데도 불구하고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좀처럼 불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부분이 좀 씁쓸했지만 이젠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제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옛날 사람들보다 더 오래 이 세상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만약 준비 없이 인생 2막을 맞이하면 백세까지 남은 시간을 그저 소비만 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래서 <부산은행 이야기> 독자 분들도 인생 2막에 저처럼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글을 쓰든 뭔가 자신이 매달리고 매진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갖고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의 위인이자 위대한 총리로 평가받는 윈스턴 처칠의 예를 들었다. 처칠은 78세라는 고령에 문학의 길에 도전해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시 경쟁 후보는 무려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였다. 그저 과거 영국 총리라고 해서 가산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문학만으로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하니 더 놀라운 일이다. “건강만 뒷받침되면 누구나 나이가 들어도 그런 업적을 이룩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은 기와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지만 나중에 또 기회가 생기면 진짜 좋은 방송을 통해 대중들을 만나고도 싶습니다. 늘그막에 욕심을 부려 억지로 방송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할 만큼 감각이 있고 자신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그는 자신을 아직도 천생 방송인으로 생각한다. 한때 대한민국방송대상을 받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방송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 또는 소명이라는 얘기다. 지금은 좋은 친구로 고(古) 기와를 만나 활발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지만 마지막 인생 버킷리스트를 채워줄 좋은 프로그램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 <아침마당>을 진행하던 시절, 그의 서글서글하고 푸근한 인상과 친근한 음성이 그리운 시청자들도 방송인 이상벽의 귀환을 내심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그의 바람대로 조만간 그에게 꼭 맞는, 품격 있는 방송을 통해 정말로 ‘방송다운’ 방송, 세월의 풍파를 겪은 이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진심을 담은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태곳적 신비를
눈앞에서 만나다
미국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글·사진_ 이영철 여행작가, <세계 10대 트레일> 저자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의 광활한 풍경 생명체가 태동하던 원시 시대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트레킹과 드라이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의 엑기스 코스만 뽑아서 3일 만에 둘러보자.생물처럼 살아 숨 쉬는 공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어디일까? 150년 전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탐험대 일행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다들 크게 놀라 주저앉았다. 땅과 호수가 흔들리고, 거기에 대지가 숨을 쉬듯 주기적으로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며 하늘 높이 솟아 올린다. 옐로우 스톤의 자연은 생물적이며 역동적이다. 세계 최초이자 미국 1호 국립공원의 위상에 걸맞다. 서구인에게 처음 발견됐던 1870년과 똑같은 상태로 수천 혹은 수만 년 동안을 생물처럼 살아 숨 쉬어 왔다.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북쪽 일대의 맘모스 핫 스프링스와 노리스 간헐천 일대를 걷노라면 알 수 있다. 발바닥을 통해 그르렁그르렁 생생한 진동이 느껴진다. 땅 속 어딘가에 숨겨진 거대한 심장의 박동인 것이다. 거칠게 몰아쉬는 대지의 숨결일 수도 있다. 머드 볼케이노나 웨스트 썸 간헐천 등 옐로우 스톤 어디를 걸어도 실감할 수 있다. 생명체인 대지가 쉼 없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표지판 / 옥색 물빛이 신비로운 웨스트 썸 간헐천압도적 장관, 간헐천 앞에 말을 잃다 간헐천(Geyser Basin)은 뜨거운 수증기와 가스류를 일정한 간격에 따라 정기적으로 내뿜는 온천을 말한다. 전 세계 간헐천의 3분의 2가 옐로우 스톤에 몰려 있다. 공원 남쪽에 있는 올드 페이스풀은 엘로우스톤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주변을 걷던 이들이 정해진 시간만 되면 이곳으로 모여든다. 수십 미터 높이까지 분출되는 온천수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오랜 세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횟수만큼 약속된 장관을 연출해준다. 마치 인간이 그 빈도와 시간을 맞춰 놓은 놀이공원 분수처럼 정확하게 작동한다. 50m 넘게 솟구쳐 오르는 물줄기가 5분 가까이 굉음을 일으킨다. 모여든 여행객들이 질러대는 환호와 함성이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다. 옐로우 스톤 일대의 지표면은 지질 구조상 맨틀층과 가장 가깝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얇은 지각층의 지하수는 뜨거운 맨틀과 가까워 당연히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끓어오른 지하수가 전기밥솥이 내뿜는 증기처럼 꾸역꾸역 지표면으로 솟아오른다. 온천과 간헐천 같은 뜨거운 지질 구조가 생겨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메리카 들소, 바이슨의 무리 간헐천이 분출하는 모습이 장관이다.야생동물이 강아지처럼 흔한 곳 옐로우 스톤은 또한 야생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조우하는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서식 동물들 중에서도 아메리카 들소인 바이슨과 사슴의 일종인 엘크 그리고 곰, 이들 세 종류가 옐로우 스톤을 대표한다. 누군가 멀리서 곰 한 마리라도 발견할라치면 소리를 지르고 일대엔 난리가 난다. 주변에 있던 모두가 곰 쪽을 향해 길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워낙 멀어 자그마한 모습인데도 ‘나 드디어 곰 봤다!’ 하는 듯 모두가 즐겁고 흡족한 표정들이다. 들소인 바이슨은 워낙 자주 보여 시간이 갈수록 심드렁해진다.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도로를 막는 바람에 차량들이 정체되기 일쑤다. 덩치들이 워낙 거대해서 차나 사람들에게 달려들지나 않을까 겁도 나지만 대체로 양순한 편이다. 일상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도 정겹지만, 그들을 대하는 인간들 모습이 더 정겹고 재미난 곳이 옐로우스톤이다. 3일 만에 둘러보는 옐로우 스톤의 정수 공원 전체는 제주도 면적의 다섯 배에 가깝다. 그러나 일부 핵심 지역만 관광용으로 개발되어 이들 주변은 아라비아 숫자 ‘8’ 모양의 도로로 잘 연결되어 있다. 총거리 250km이니 제주도 둘레와 거의 비슷하다. 평이한 구간들은 자가운전 차량으로 이동하고 명소들마다 차를 세워두고 트레킹하는 방식이 옐로우 스톤 여행엔 효율적이다. 3일 정도라면 공원 주요 명소들은 거의 들러서 트레킹할 수 있다. Yellowstone National Park1일 차 : 공원 동남부 머드 볼케이노에서 옐로우 스톤의 상징인 간헐천과 들소(바이슨)들을 처음 만난다. 크고 작은 간헐천들을 바라보며 보드워크를 1시간 정도 트레킹한다. 하이든 밸리의 광활한 경관을 감상하고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한두 시간 트레킹을 즐긴다.2일 차 : 공원 북부 하트 오브 칼데라에 정차하면 주변의 광활한 광경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이어서 마운트 와쉬번 트레일 5km를 한두 시간 트레킹한다. 맘모스 핫 스프링스는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다. 온천수가 솟아오르며 굳어버린 채 계단식 테라스 형태가 되었다. 독특하고 이질적인 지형에 이어서 골든 게이트와 노리스 간헐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3일 차 : 공원 남부 파운틴 페인트 팟과 미드웨이 간헐천은 온천수가 펄펄 끓는 머드 스폿으로 각각 한 시간 정도씩 트레킹하는 구간이다. 옐로우 스톤을 대표하는 올드 페이스풀은 사방 180도에 객석의자를 두었다. 단체 관람석이다. 뜨거운 온천수는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50m 높이까지, 거의 한 시간 주기로 5분씩 분출된다. 마지막 코스는 웨스트 썸 간헐천이다. 한 시간 정도 느긋한 산책길이다.

버려지는 페트병,
적정기술로 부활하다

글_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트병은 구하기 쉽고 공작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도구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페트병을 물 살균과 물 보관 등에 활용하는 적정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수백만 명에게 혜택을 준 페트병 적정기술 추석 때 시골길을 달리다가, <사진 1>처럼 페트(PET)병으로 만든 바람개비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새를 쫓기 위해 만들어 둔 것 같은데, 밭 주인의 멋진 적정기술 작품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병에 담겨있는 음료수의 시장이 2022년 기준, 연간 3조 달러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중 80%는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트병이고요. 이처럼 흔한 페트병을 사용한 적정기술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SODIS(Solar Water Disinfection)는 간단하고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물의 살균 방법입니다. 투명하고 깨끗한 1~2리터 정도의 흔한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서, 강한 햇볕 아래 하루 종일 방치해 두는 것인데요. 태양광의 자외선과 태양열로 인해, 병 속의 세균이 살균되는 원리입니다. 1984년 레바논의 아프팀 아크라(Aftim Acra) 교수가, 1984년 유니세프(UNICEF) 소책자에 처음 알렸고, 그 후 ‘스위스연방 물연구소(EAWAG)’ 등 여러 기관에서 개발 및 보급을 하였습니다. 다만, 아주 완벽하게 살균하지 않은 채로 오래 보관하면, 조금 남아있던 세균이 다시 자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기술입니다.사진 1. 페트병 바람개비출처 : https://blog.naver.com/phj67/221900542621페트병을 활용한 다양한 물 살균 방법 페트병은 구하기 쉽고 공작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데요, <사진 3>은, 제가 전에 만들었던 간이 모래필터 정수기입니다. 나무 등의 막대기에 묶어둔 두개의 페트병인데, 위쪽의 물통에 물을 넣으면, 모래와 숯가루를 통해서 걸러지고, 아래쪽의 물통 위로 흘러나오는 방식입니다. 직접 만들어서 실험해보니, 미생물의 양이 80% 정도는 줄어들었는데, 완벽하지는 않아서, 앞에서 서술한 SODIS 방법을 이어서 추가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페트병의 뚜껑은 전 세계적으로 사이즈가 호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탄산이 들어있는 종류와, 없는 종류에 따라 규격은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음료라면, 병뚜껑을 바꿔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인 ‘쉐어라이트’에서는 사진과 같은 병뚜껑 형태의 자외선 살균기를 개발하였는데요, 태양전지로 전력을 충전하고, 일반 페트병에 물을 담아, 뚜껑을 잠그고 자외선램프를 켜두면, 자외선으로 물속의 미생물을 살균하는 방식입니다. 전 세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트병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같은 회사에서는 이보다 안정적으로 물을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장치도 만들고 있고요. 사진 2. 페트병으로 물을 살균하는 방법, SODIS출처 : 위키피디아(wikipedia.org)갈수기 대비 물 보관용으로도 활용 한편, 물을 보관하는 것이 물병의 가장 고유의 용도이겠지요. 콜롬비아의 알바(Alba) 가족은 2015년 대구 세계 물 포럼 중에 진행했던 제1회 ‘World Water Challenge’ 공모전에서, ‘Ekomuro H2O+’라는 장치를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했었는데요, 여러 개의 페트병을 모아서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갈수기에 사용하는 장치라고 하네요. 이 가족의 리카르도 알바(Ricardo Alba) 씨는 지금도 이 기술을 전파하기 위하여 ‘Eko Group H2O+’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 3. 페트병을 활용한 간이 모래필터 정수기사진 4. 페트병 뚜껑과 자외선을 활용한 물 살균 장치 사진 5. 콜롬비아에서 개발된, 페트병으로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는 장치

놀라운 디자인 감각
기마인물형 토기

기마인물형토기, 신라 6세기주인상 높이 23.4cm×길이 29.4cm×너비 10.5cm 하인상 높이 26.8cm×길이 26.8cm×너비 9.9cm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오늘날 생활용품은 디자인이 특이하고 예쁠수록 인기가 높은데, 그것은 옛 신라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저 인기가 높은 수준을 뛰어넘어, 고귀한 신분을 가진 자의 무덤에 부장품으로 묻힐 정도로 신성시된 생활용품이 있었으니, 바로 기마인물형 토기이다.알고 보니 주전자였을 수도… 국사 교과서에서 사진으로 익히 보았던 문화재, 기마인물형 토기(騎馬人物形吐器)는 1924년 경주시 노동동에 있는 금령총(金鈴塚)에서 발굴되었다. 일제강점기 일본 고고학자에 의해 발굴된 금령총의 주인은 신라 왕족 중에서도 어린 왕자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발견된 허리띠의 길이가 무척 짧고 금관도 작기 때문이다. 기마인물형 토기는 얼핏 말을 탄 사람을 형상화한 조각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을 따르는 데 쓰던 주전자였다고도 한다. 말 등에는 깔때기처럼 생긴 구멍이 있어 그리로 액체를 넣을 수 있고, 말 가슴에는 대롱이 있어 액체를 따를 수 있는 구조다. 말 내부는 비어 있어 240cc 정도의 액체를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 시중에 판매하는 작은 음료수 한 팩 정도의 용량이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사실 기마인물형 토기는 총 2점이라는 사실. 하나는 주인을 표현한 상이고 또 하나는 그의 하인을 표현한 상이다. 자세히 보면 주인상이 더 화려하고 복잡한 장식을 하고 있으며 하인상은 크기가 약간 작고 손에 방울을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령총 발굴 당시 하인상은 주인상 바로 앞에 놓여있었는데 이를 두고 어떤 학자는 ‘하인이 주인을 하늘로 안내하는 모습 같다.’고도 하였다. 등잔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주장한편, 최근에는 이 토기가 주전자라기보다는 등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또한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로마시대의 기마인물형 등잔,고대 근동의 등잔 등을 보아도 우리의 기마인물형 토기와 흡사한 모습이다. 말 등을 통해 기름을 주입하고, 앞서 주전자의 출수구로 여겨졌던 앞부분의 대롱에 심지를 넣어 불을 붙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는, 기마인물형 토기로 물을 따를 때 많은 양의 물을 빠르게 붓기 어려운 구조이며, 오히려 출수구 쪽으로 심지 같은 것을 넣을 때 편리한 구조라고 말한다. 아직 기마인물형 토기의 용도에 대해 명확하게 어느 한 쪽이 맞다고 정해지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토기의 다양한 용도에 대해 상상하고 추론하게 만든다는 점도 이 작품의 매우 흥미로운 요소라 할 수 있다.“신라에서 말은 하늘에서 내려온 왕족과 연관이 있다고 믿어져 왔기에, 왕족이 세상을 떠날 때도 하늘로 가는 인도자 역할을 한다고 여겨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뛰어난 디자인 게다가 이 토기가 국보 91호로 지정될 만큼 중요한 이유는 당대 신라 사람들의 의장(意匠)과 생활상은 물론, 그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까지 매우 의미심장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주인상을 살펴보자. 주인은 고깔 형상의 띠와 장식을 두른 삼각형의 관모를 쓰고, 다리 위에는 갑옷으로 보이는 것을 늘어뜨렸다. 허리에는 칼을 찬 늠름한 모습이다. 타고 있는 말의 갈기를 한껏 꼬아 올리고,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어서 첫눈에 보아도 높은 신분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하인상은 약간 작고 덜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말 탄 사람 외에도 말에게 입힌 말갖춤의 모습 또한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말을 다루는 장치인 고삐와 재갈은 물론, 말의 등에 착석하는 안장과 그 앞뒤를 장식하는 앞가리개 및 뒷가리개가 모두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말 앞쪽의 말방울과 말 뒷부분의 후걸이에 매달린 말띠꾸미개, 말의 몸통 중앙 하단에 있는 발걸이와 말다래까지, 말갖춤의 모든 요소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인물은 물론 말갖춤까지 섬세하게 잘 표현해, 다양한 각도에서 둘러보거나 자세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신라시대 당대에도 왕족이나 귀족층이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하던 명품 주전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신라시대 사람들의 정신세계 알 수 있어 그런데 신라 사람들은 왜 이 독특한 형상의 토기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말’이 신라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동물이었는지를 이해함으로 알 수 있다. 말은 과거 빠른 육상교통 이동수단으로서, 전쟁은 물론 일생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좋은 말 한 마리는 오늘날 럭셔리 세단 못지않은 사치품이었다고 한다. 또한 고대사회에서 말은 신분을 상징함과 동시에 죽은 이를 하늘로 인도하는 매개체로 인식되었다. 경주 천마총(天馬塚)에서 발견된 ‘백화수피제 천마문 말다래(통칭 천마도)’에는 갈기와 꼬리털을 힘차게 휘날는 말이 구름 위를 달리는 듯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또 <삼국사기>나 <심국유사>에 나오는 박혁거세 설화를 보면 양산 기슭에 말이 꿇어 앉아 울고 있어서 가서 보니 큰 알이 있어 이를 가르니 어린 아이가 나왔는데 그가 바로 박혁거세였다고 한다. 이처럼 말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왕족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어져 왔기에, 왕족이 세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갈 때도 말이 인도자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은 것일 터이다.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신라실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만나보고, 고대 신라인들의 독창적인 디자인 감각과 이 작품이 지닌 상징성을 음미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