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이금조
사직동금융센터 PB
트럼프의 관세 협상이 큰 충격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M2 통화량은 팬데믹 당시 수준을 넘어서며 유동성 장세를 이끌고 있다. 과거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통화 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에 따른 유동성이라는 점이다. 작년 중국을 시작으로 올해 초 독일에 이어 최근 미국까지 세계 주요국이 동시에 재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통화 정책은 신용을 통해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지 않지만, 재정 정책의 경우 정부가 직접 돈을 살포하는 형태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물가에 미치는 관세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향후 재정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자극 받는다면 물가를 사수하고 싶은 연준과 금리를 한시라도 빠르게 내리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이 계속해서 시장의 잡음으로 나타날 것이다.
유동성 증가와 기업 실적 호조에 S&P 500은 사상 최고치
유동성 증가에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맞물리면서 미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선보이고 있다. 높은 증시 레벨에도 불구하고 쏠림 현상은 역사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S&P 500의 상위 10개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9%에 이르고 S&P 500 동일 가중 지수의 상대 비율이 지난 22년 이래로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AI 열풍에 따라 주식 시장에서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도달하면서, 닷컴 버블 때보다 더 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과열에 대한 경고가 계속 들려오는 이유이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따라 들썩이는 산업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정책에 수혜를 입을 걸로 예상되는 산업과 기업들의 주가 상승도 증시 과열을 가속화시켰다. 우선 OBBBA라 불리는 감세 정책이 중요하다. 골자는 2017년도 감세안의 영구화와 신규 감세 조항 신설로 친환경 산업 및 반도체 산업관련 세액공제를 조정하고 의료 및 복지 지출을 삭감한다. 또 국방 및 안보 강화를 위한 방위비 지출 확대와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조세와 재정 정책 패키지를 말한다.
OBBBA법안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미국의 GDP 성장률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계는 세금 환급이 증가하면서 가처분 소득 증가로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또한 감세와 세액공제 확대로 설비투자가 증가하면서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유인책은 기한이 정해져 있어, 그 기한이 일몰된 이후에는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으며. 그 기점은 2027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내년까지 제정 정책이 경기를 강하게 밀어 올리겠지만 이후 추가적인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경기 하강으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재정 정책을 쓰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미국의 재정 적자가 향후 10년간 3.4조 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국가 채무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이를 대변해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미국의 장기 국채가 달러 가치와 함께 하락하면서 과거 안전자산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부과했던 흐름 또한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AI 액션 플랜, AI 투자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듯
투자 측면에서 보면 최근에 발표한 AI 액션 플랜이 더 눈에 뛸 것이다. 미국의 AI 사용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미국 기술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 AI 칩도 수출이 재개되면서, 미·중간의 최악의 전면전도 일단 피할 수 있게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미국산 칩과 소프트웨어를 가능한 많은 우방국에 판매하여 첨단 기술에서 중국 기술이 아닌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AI 기술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뒤쳐지는 것은 국가 안보위협에 중대 사안이라 판단하고 있다.
미국 내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자본지출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재정 지출까지 더해지는 상황인데다 미·중간의 경쟁구도로 인해 AI 투자 열풍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전력 등 AI 관련 설비 투자와 구리 공급도 눈여겨봐야
다만 투자 측면에서는 좀 더 넓게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경우 엄청난 규모의 투자 지출을 하고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당장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큰 지출로 인한 마진 축소가 우려된다. 오히려 AI 관련 설비 투자가 정부 규제 완화 등과 함께 확대될 수 있어 관련 산업을 눈여겨보는 편이 좋을 수 있다. 우선 데이터 센터의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미국은 2028년까지 최소 50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예측되는데 이는 원자력 발전소 50기가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 수준이다. 원전이나 태양광 시설을 만들고 송전선을 연결하여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AI설비 투자와 관련된 전력·건설·유틸리티 등을 눈여겨보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쟁력을 보유한 SMR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병목현상이 발생되는 원인은 전기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구리도 관심 가져야 할 필수 원자재로 꼽을 수 있다.
AI 산업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며, 수요 증가로 인해 구리 가격이 최근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하지만, 구리 정제 능력이 중국에 편중되어 있어 트럼프의 관세 충격으로 인한 공급망 분절은 미국에는 위협 요소로 꼽힌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구리의 공급망과 정제 시설도 눈여겨 봐야 한다.
M7 중 승자와 패자는? 구조적인 변화 흐름 포착 할 때
마지막으로 기존의 빅테크 기업의 투자 관점도 달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M7으로 불리는 미국의 7대기업(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의 주가 행보가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전기차 경쟁 심화와 일론 머스크의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져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알파벳은 AI 윤리 및 독점 규제에 대한 우려로 M7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AI 클라우드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오라클과 빅테크 기업 AI 칩 설계를 담당하는 브로드컴과 AI 방산업체 팔란티어의 주가 흐름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