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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이전과 광역교통망이 여는
부산 경제의 미래

글_ 장하용 

부산연구원 미래전략기획실장,

세계해양포럼 기획위원




지금 부산에서는 1995년 광역시 승격 이후 30년 만에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세종시에서 부산으로 이전할 예정이고, 부산과 울산, 경남을 1시간 안에 오갈 수 있는 새로운 교통망이 구축될 계획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정부기관 이전과 교통 개선 사업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경제의 판도를 바꿀 거대한 변화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해양수산부 이전이 가져올 부산의 새로운 도약

올해 하반기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이는 단순한 정부기관 이전을 넘어 해양산업 생태계 전체의 혁신적 변화를 촉발할 것이다. 그리스의 경험이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1954년 그리스가 수도 아테네에 있던 중앙행정기관인 해양도서정책부를 해양도시 피레우스로 완전 이전한 결과는 놀라웠다. 70년이 지난 지금, 피레우스는 총 3천여 개 기관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해양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단순히 해운회사들만 모인 것이 아니라, 해양산업 지원서비스, 정부기관, 유관단체, 금융기관, 학계, 연구기관 등 해양산업 생태계 전체가 한곳에 집결한 것이다.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심장부인 부산에 해양정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가 자리 잡으면, 피레우스와 같은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하다. 정책과 현장 간 거리가 줄어들면서 규제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해운·조선·항만 관련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가속화되며, 무엇보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다.



북극항로, 글로벌 물류 패러다임의 전환점

부산으로 이전하는 해양수산부의 핵심 임무 중 하나는 북극항로 개척이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에서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거리가 기존 대비 30% 이상 단축된다. 운송 기간은 40일에서 30일로 줄고, 운송비는 25% 절약된다. 이는 단순한 거리 단축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북극항로가 본격화되면 부산항의 전략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의 성공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함부르크는 4,600개 해양기업과 11.3만 명의 고용, 330억 유로 매출을 기록하며 북독일 해양클러스터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중동과 유럽을 잇는 관문 역할을 통해 유럽 내 5위 항만으로 성장한 것이다. 부산이 북극항로의 관문이 된다면, 동북아 최대 해양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가덕도신공항과 BuTX가 만들어낼

혁신적 연결성

2029년 개항 예정인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지역공항이 아니다. 부산신항과 유라시아철도를 연계한 트라이포트 기반의 글로벌 복합물류허브공항으로, 동북아 물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인프라이다.

네덜란드가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과 로테르담항을 연결해 유럽 최대 물류허브를 구축했고, 싱가포르가 창이공항과 건설 중인 투아스항의 체계적 연계를 통해 세계 최대 물류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부산은 이들 선진 모델을 뛰어넘는 혁신적 트라이포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새로 구축될 BuTX(부산형 급행철도)는 공항에서 부산 도심까지 15분, 센텀시티까지 26분만에 연결된다. 시속 200km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수소전동차가 부산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드는 혁신적 변화를 현실화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2단계 확장 조감도(출처 : 부산광역시)


부울경이 하나 되는 800만 글로벌허브도시권

올해 7월 정부 승인을 받은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건설과 함께 울산-부산-가덕도신공항 간 광역철도, 가덕도신공항 철도 연결선,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부울경 환승센터 및 복합환승센터가 구축되면, 부산 350만, 울산 115만, 경남 330만을 합친 총 80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인재 채용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은 울산이나 창원의 우수 인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고, 제조업체들은 생산기지와 물류기지, 연구개발 기능을 전략적으로 분산 배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독일 함부르크가 북독일 4개 연방주간 협력체계를 통해 대체연료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 것처럼, 부울경 연합은 친환경 선박 기술과 해양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해양리더십을 확립하게 될 것이다.



해양금융과 첨단산업의 융합

부산은 이미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이전으로 국제 해양기구들과의 연결고리가 강화되면서, 해양금융이라는 독특한 영역에서 부산만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런던이 글로벌 해양금융 1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부산도 단순한 물리적 항만을 넘어 해양 전문서비스 중심지로 진화하게 된다. 특히 부산에 도입 예정인 AI 네거티브 규제 테스트베드가 주목된다. 해양 데이터와 AI 기술을 융합한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최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부산은 이미 해양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AI 테스트베드와 블록체인 특구라는 새로운 제도적 기반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선도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2단계 확장 조감도(출처 : 부산광역시)


변화의 신호를 읽는 기업들의 선택

글로벌 해양클러스터들의 성공 패턴을 통해 본 부산의 미래는 명확하다. 

첫째, 기업 물류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수에즈 운하 봉쇄 사태 당시 글로벌 기업들이 대안 항로를 찾아 복합물류 네트워크를 재편했듯이, 북극항로와 트라이포트 시스템이 완성되면 기업들의 물류 패턴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둘째, 인재 확보 전략의 혁신이 필요하다. 독일 함부르크가 연합체계를 통해 11.3만 명의 해양산업 인력을 확보했듯이, 부울경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되면 기업들의 인재 풀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셋째, 혁신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실험 무대가 열렸다. 부산은 이미 해양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여기에 AI 네거티브 규제 테스트베드와 블록체인 특구라는 새로운 제도적 기반이 더해지면서, 이러한 선도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

앞서 언급한 그리스 피레우스에는 막대한 외국 자본 투자유치가 있었고, 싱가포르도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과 예산 지원이 있었다. 부산도 가덕도신공항의 개항 시기 준수, 공공기관 이전의 차질 없는 추진, 그리고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들의 유치가 관건이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피레우스, 싱가포르, 함부르크, 로테르담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해양강국이 된 것처럼, 부산도 부산만의 독창적 모델로 글로벌 해양허브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서 찾아야 할 기회

부산에서 일어날 변화들은 서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해양수산부 이전은 북극항로 개척을 가속화하고, 신공항과 광역교통망은 물리적 연결성을 강화하며, 각종 특구 지정은 혁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세계 주요 해양클러스터들의 성공 사례가 증명하듯, 정책과 산업, 인프라와 혁신이 한 곳에 모일 때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먼저 움직이는 기업과 개인이 결국 승자가 될 것이다. 피레우스의 600개 해운회사, 싱가포르의 200개 국제 해운그룹, 함부르크의 4,600개 해양기업들의 집적이 보여준 것처럼, 지금 부산에서 예고된 해수부 이전과 광역교통망 구축은 바로 그러한 기회의 출발점이다.


작가 소개

장하용부산연구원 미래전략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며 해양도시정책 연구자로 활약하고 있다. 부산항만연수원 주임교수, 부산연구원 해양물류연구실장을 거쳐 현재까지 25여 년간 다양한 기관에서 전문성을 축적하였다. 최근 연구보고서로는 《부산 트라이포트 물류회랑 구축 방안》, 《북극회랑 선점을 위한 차세대 쇄빙연구선 모항 부산 유치 전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