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산 카자흐스탄 아슬란 아스카르 총영사
푸른 바다의 도시 부산과 광활한 초원의 나라 카자흐스탄. 서로 다른 풍경은 이제 한 길 위에서 만나며, 두 나라의 우정을 더 단단히 이어가고 있다.
바닷길과 초원의 길이 이어질 때
아슬란 아스카르 총영사가 부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관문’이었다.
“부산은 동북아시아의 독특한 물류 허브이자 태평양으로 향하는 관문입니다. 카자흐스탄에게 이는 세계 무역로로 향하는 직접 진출 기회를 의미합니다.”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있었다. 카스피해에서 시작해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길, 그리고 부산에서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는 길이 서로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경제와 무역을 넘어선 길 위에는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이 있다. 해운과 석유화학, 기계 제조와 농업이 오늘을 지탱한다면 디지털 기술과 친환경 에너지는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다. 아스카르 총영사는 이를 “상호 보완성이 크고,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열망이 이미 무르익은 분야”라고 말했다.
최근 BNK금융그룹이 카자흐스탄에서 은행업 본인가를 획득한 것도 중요한 변화다. 그는 이를 “카자흐스탄 시장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중대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업에게는 자금 조달원 확대, 양국 고객에게는 신속한 송금과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에너지의 미래
그의 이야기가 에너지 분야로 옮겨갔을 때, 부산의 바닷바람과 카자흐스탄의 초원 햇살이 겹쳐 보였다.
“카자흐스탄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에너지 저장과 분배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두 나라가 만나면 바람은 힘이 되고, 햇살은 빛이 된다. 그는 공동 연구개발 센터, 파일럿 프로젝트, 그리고 원자력 분야의 ‘연료 + 기술’ 모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초원과 바다가 에너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의 우라늄 생산국입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 운영과 안전 관리 경험에서 독보적이지요. 전문가 교류와 교육 프로그램은 두 나라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길입니다.”
정(情)의 문화, 두 나라를 잇는 다리
외교관의 언어는 때로 차갑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아스카르 총영사의 말에는 묘한 온기가 스며 있었다. 그는 한국의 ‘정(情)’을 이야기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정(情)’은 애정과 신뢰, 공동체 의식을 의미합니다. 카자흐스탄에도 환대와 상호부조의 전통이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를 소중히 여기며, 이러한 정서적 공감대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키우고 장기적인 협력의 토대가 됩니다.”
그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생활 속에도 정서적 유대가 깊게 배어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을 집에 초대하면 가장 좋은 자리에 앉히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내놓습니다. 손님은 곧 가족이자 이웃이며, 그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우리의 오랜 미덕입니다.”
한국 생활에서의 경험도 진솔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한국 음식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고 말했고, 찜질방은 “신분과 지위를 넘어 모두가 어울리는 평등의 상징”이라 했다. 또 태권도 수련을 통해서는 “규율과 존중의 가치를 새롭게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 전통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진정한 통로임을 깨닫게 했다.
바다와 초원이 그리는 미래
대화의 끝에서 그는 고국의 풍경을 조심스레 꺼냈다. 낯선 땅에서 생활하며 문득 그리워질 때면 떠올리게 되는 곳들이라고 했다. 알마티의 산자락, 아스타나의 미래적인 건축, 샤린 캐니언과 보로보예 호수…. 그의 설명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했다. 그 풍경을 부산의 바닷바람과 겹쳐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알마티입니다. 산기슭에 자리한 도시로, 현대적 매력과 독특한 자연이 공존하고 있지요. 아스타나는 미래지향적 건축물이 돋보이는 수도이고요. 또 ‘그랜드 캐니언의 작은 형제’라고 불리는 샤린 캐니언, 카자흐스탄의 보석 같은 발하슈 호수와 보로보예 호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어 그는 부산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했다. “부산은 카자흐스탄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전략적 거점입니다. 저는 이 도시에서 양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바다처럼 깊은 울림과 초원처럼 넓은 시야가 담겨 있었다. 아슬란 아스카르 총영사와의 인터뷰는 경제와 외교를 넘어, 두 나라의 마음이 닮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