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이광수
명지대학교 겸임교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새 정부 들어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대출 억제가 시장에 미칠 영향과 현명한 대응 방안을 진단해봅시다.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과 시장 변화
최근 새로운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 가계대출을 규제한다는 내용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2가지입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에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에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합니다.
또한 주택 관련 정책대출도 줄이고 전세대출도 규제에 포함되었습니다. 과거 정책과 비교하면 강력한 대출 규제입니다. 가계 대출을 줄여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었다는 판단입니다. 대출을 금지하면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 최근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한 주택 수요의 증가 원인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강남구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 비중을 보면 30~40대가 56%에 달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가 아파트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매도 비중을 보면 60세 이상이 47%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30~40대가 매입하고 60세 이상이 매도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0~40대는 어떻게 수십억 원의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을까요?
아래 표는 2025년 상반기 강남 3구에 30대가 매수한 아파트 사례입니다. 서초구의 원베일리 84㎡ 아파트를 59억 원에 매수하면서 27억 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강남구 역삼 아이파크 92㎡ 아파트를 30대가 매입했는데 대출비율이 63%에 달합니다. 강남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대출 확대 정책이 있었습니다.
대출이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특히, 주택시장에 많은 경험이 없는 30~40대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일으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가 이루어지면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직접적으로 과거 대비 강력한 대출 규제가 이루어지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입니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시장 변화는 거래량 감소입니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그동안 가격 상승세가 높았던 지역의 가격 하락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정확하게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유연한 생각을 가지면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상황이 변화하면 기존 가졌던 생각을 바꾸고 대응해야 합니다. 예상대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줄어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동산은 다른 투자대상 자산 대비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사용가치가 있다는 점입니다. 사용할 수도 있고 투자도 가능한 자산은 부동산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용가치에 가격이 근접하게 되면 가격 하락은 멈추고 거래가 다시 이루어지게 됩니다. 가격이 하락할 때, 오히려 주택시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택 거래량을 보면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됩니다. 가격이 상승하거나 높으면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거나 낮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거래량이 줄어듭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던 2022년을 보면 5천 건이 넘던 월별 아파트 거래량이 1천 건 미만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즉, 사람들은 가격이 상승하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주택을 매수하지 않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적응적 기대(adaptive expectation)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명한 내 집 마련과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가격에 반응하기보다 자산의 본질에 집중하고 합리적인 전망을 해야 합니다.
사용가치를 고려한다면 부동산은 가격이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지나치게 부풀려졌던 투자가치는 줄어들고 사용가치에 근접하게 됩니다. 사용가치에 가까워질수록 투자 매력도는 더 증가합니다.
가계 대출 규제로 인해서 주택수요가 줄어들고 부동산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시장이 변화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오히려 더욱더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용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베이즈 정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생겼을 때,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다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즉, 새로운 일이 일어나면 미래의 일도 바뀔 수 있다는 의미로 확률 계산도 다시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는 “왜 의견을 자주 바꾸느냐?”는 지적에 “사실이 달라지면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을 어떻게 하시나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확률과 의견을 바꿀 차례입니다. 유연한 대응은 변화를 만들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지금은 변화에 단순하게 반응하기보다 대응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작가 소개
이광수_ 독립리서치 광수네복덕방 대표. 미래에셋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건설회사를 다녔다. 현재는 독립적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리서치와 함께 정부와 국회에 부동산 정책을 제언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어떻게 살 것인가?》, 《집이 온다》, 《골든 크로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