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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상대의 결핍을 보고,
나의 이익을 내려놓아라

 글_ 이남훈 작가, 

《좋은 사람 되려다 쉬운 사람 되지 마라》 저자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힘이 존재하지만, 사람들 사이에는 ‘주도력’이라는 힘이 존재한다. 이 힘은 가장 선두에서, 그리고 가장 중심에서 전체의 균형과 조화를 쥐락펴락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뤄내는 역동적인 힘이다. 일반적으로 ‘주동적인 위치에서 이끌어나갈 수 있는 권리와 권력’을 의미하는 주도권(主導權)으로 불린다. 




젠슨 황이 주도권을 쥐는 법

주도권이 가지고 있는 매우 큰 특징 중 하나는 비록 사회적 위치가 낮거나 혹은 권력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이나 왕이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뛰어난 신하가 나라의 정치를 바로 세울 수도 있고, 교활한 간신배가 나라 전체를 혼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 회사에서는 사장님이 가장 막강한 권한을 지닌 것처럼 보여도 유능한 차장 한 명이 오히려 일의 맥락을 장악하고 팀원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돈이 많거나,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주도권을 쥐는 것도 아니다. 주도권 싸움은 전략에 의한 승부이자, 머리로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결핍’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권력에 의한 압박, 혹은 위계질서에 의한 명령이 상대방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상대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 주고, 그들이 갈망하는 것을 제공했을 때 진정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경영자는 바로 AI 반도체 설계 회사인 엔비디아의 창립자  젠슨 황(Jensen Huang)이다. 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은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소탈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그들이 가진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일이다. 그는 이 일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천장지구, 변하지 않는 힘의 원천

이는 조직 생활과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확실하게 통용되는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불편함을 해소해 주고 계속 성장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어떨까. 만약 당신에게 이런 남편이나 아내가 있거나, 혹은 이런 상사나 부하가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최선의 보답을 하고 싶을 것이며 말은 하지 않아도 그를 향한 충성심은 폭발할 지경일 것이다. 그들을 충성스럽게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키워진 그들의 위대함을 나에게로 향하게 하는 것. 젠슨 황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제7장은 바로 이렇게 자신을 비움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를 잘 말해 준다.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변치 않는다(天長地久). 하늘과 땅이 영원하고 변치 않는 것은 그것이 스스로 살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원히 살 수 있다. 성인은 그 자신을 뒤에 두기 때문에 앞에 서게 되고, 자신을 잊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에게 사사롭고 간사한 마음이 없기에 능히 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나를 앞에 두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리고, 내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부족함과 결핍을 채워 줄 때, 결국 성과는 나의 것이 된다. 젠슨 황이야말로 자신을 비우고 타인의 결핍을 채워 주는 달인이었다.




단기적인 이익은 미끼가 된다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단기적인 이익에 함몰되지 않는 것이다. 이익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지만, 지나치게 몰두하게 되면 그 자체가 미끼가 되어 나를 상대방이나 상황에 끌려가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한비자(韓非子)》에는 단기적인 이익에 함몰되어 자신의 소중한 농사를 망쳐 버린 어리석은 농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그는 늘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풀 속에서 토끼 한 마리가 뛰쳐나와 전력으로 달리더니 밭 가운데의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는 일이 발생했다. 농부는 횡재라고 생각하며 토끼를 저녁식사로 가족과 함께 맛있게 먹었고, 이때 어처구니없는 결론을 내린다.



노자와  한비자


‘토끼가 저절로 쫓아와 죽는데, 날마다 열심히 일만 했으니 난 정말 바보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농부는 다음 날부터 농사일을 접고 그루터기 앞에서 토끼가 죽어나가기만 바라고 있었다. 그러자 그가 일구던 밭은 어느덧 잡초만 무성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이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그를 어리석다고 놀리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에서 탄생한 고사성어가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의미의 수주대토(守株待兎)이다. 너무 손쉽게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려다 결국 자신의 생계가 위협에 처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가 한 번의 횡재에 만족하고 욕심을 버렸다면, 그는 수동적으로 그루터기만 지켜보며 농사를 망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단기적인 이익에 빠져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람은 수동적인 세계에 갇히게 되고 자신의 힘과 활력을 잃게 마련이다.


방하착의 지혜

다만 단기적인 이익은 매우 유혹적이기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다소 과격하지만 명쾌한 해결 방법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방하착(放下着)이 그것이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풀어보면 ‘아래로 붙어버릴 수 있도록 내려놓다, 혹은 내쫓아 버리다’이다. 여기에는 다른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다. 그냥 툭, 하고 손을 놓아 버리면 된다. 뭔가를 기대하고, 내가 얻을 이익을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복잡해지고 내가 끌려가게 된다. 이에 대해 성철 스님은 마치 뜨거운 냄비를 자신도 모르게 잡았을 때 ‘앗 뜨거’ 하며 냄비를 떨어뜨리듯,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조언을 한 바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하는 연인 사이에도 밀당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결국 나를 비우고 타인의 결핍을 채워 주고, 사소한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욕심을 내려 놓을 때 비로소 나는 상대방에 끌려가지 않는 강한 주도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작가 소개

이남훈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KB금융그룹, 한국전력 등 사보에 글을 게재하는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으며, 동아일보에 칼럼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를 70회에 걸쳐 연재했다. 2010년 첫 작품인 《공피고아(攻彼顧我)》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출판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출간된 《좋은 사람 되려다 쉬운 사람 되지 마라》는 베트남, 대만, 태국, 러시아 출판사에 저작권이 수출됐다. 《지나고 보니 마흔이 기회였다》,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처신》, 《필력》, 《메신저》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