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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
놓쳐서는 안 될
정책 변화와 산업 트렌드

글_ 김광석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사위는 던져졌고, 세상도 소용돌이에 던져졌다. 그 소용돌이는 트럼프 2.0이라고 불린다. 휩쓸려갈 것인지 아닌지는 트럼프 2.0 시대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뿌리가 깊다면 휩쓸려가지 않을 것이고, 뿌리가 얕다면 휩쓸려갈 것이다. 준비된 정부, 준비된 기업, 준비된 가계가 되어야 한다.

알고 있는 불확실성은 더 이상 불확실성이 아니다. 트럼프 2.0 시대에는 거시경제, 통상환경, 산업정책, 외교·안보, 국제정치, 지정학 등에 걸쳐 어떠한 변화가 전개될 것인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한국경제에 어떠한 기회와 위협이 있을지를 살펴보는 것도 뒤로 미룰 수 없다.


통상환경 : 관세전쟁이 몰고 올 보호무역주의 

첫째, 관세전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트럼프는 2025년 4월 3일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를 발표하고, 4월 9일 핵무기급 관세전쟁이 전격 발효되더니, 13시간 만에 돌연 ‘유예’를 결정했다. 트럼프는 무역정책에 있어서 바이든과 극명하게 다른 큰 차이점이 관세를 무기화 한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정책공약이 10%의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는 것이다. 미국 현재의 평균 관세율 3% 수준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칩스법(CHIPS)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앞세워 무역정책을 강행했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미중 패권전쟁은 더 격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의 타깃은 중국이다. 몸집이 큰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도 다른 나라들까지 동시에 싸울 여력은 없다. 중국과의 싸움에만 집중하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중국의 막강한 대응력을 고려하면, 세계 주요국들과 무역 갈등을 병행할 만한 여력이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의 일방적인 행보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불만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도 있다. 이런 틈을 타서 중국이 세계 주요국들과 정상회담 및 장관급 미팅을 진행하며 ‘자기편 만들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미국과 중국은 평행선을 달리듯 장기적으로는 패권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듯 정치적 이벤트 등을 앞에 두고 잠시 쉬었다가 가는 일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정치·경제적 유불리를 따져가면서 말이다. 미국도 중국도 무력 충돌 등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지만, 그 정도가 격화되었다가 잠시 완화되었다가 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말이다. 서로 화해를 원하지만, 먼저 화해를 청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상대가 화해를 요청해 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경제환경 :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둘째, 첨단산업의 밸류체인을 미국에서 완성할 방침이다. 통화정책, 재정정책, 환경정책, 산업정책 등을 총동원해서 미국 내 핵심 산업의 설계-소재-장비-제조-시험-판매-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완성하고자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게 사실상 트럼프가 그림 그리는 ‘MAGA’ 즉, 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 골자다. AI, 반도체, 우주산업, 전기차, 자율주행차, 로봇 등과 같은 미래 유망산업을 미국 내에서 A부터 Z까지 모두 가능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없애고,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취하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제조기업에 부담이다. 법인세와 금리는 기업으로서 낮을수록 좋다. 밸류체인을 미국에 완성한다는 것은 미국을 수출국으로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달러보다는 약달러가 훨씬 유리하다. 한미FTA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과 같은 미국이 체결하고 있는 FTA도 미국에 제조기업을 유치하는 데 방해가 된다. 기후변화협약이나 각종 FTA 등을 탈퇴 혹은 재협상을 하여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하고, 법인세 인하 등과 같은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환경 : 산업 생태계 변혁

셋째,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의 시계가 되감길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했던 첫 번째 일이 파리 기후협약 탈퇴였고, 바이든이 취임하자마자 했던 첫 번째 일이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이었다. 그만큼 ‘기후’라는 영역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관점과 철학이 다르다. 이는 산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묻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중립을 의제로 선언하고, 동맹국들을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2020년대 기업들의 경영철학은 ESG가 되었고, 주력산업은 풍력, 태양광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이었다. 산업 전반에 걸쳐 탄소 저감 노력이 집중되었고, 화석 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대전환이 이루어졌던 시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되면, 저탄소·온실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한 녹색산업이 사양산업으로 저물게 될 것이다. 셰일가스 개발과 석유화학발전을 장려하고, 미국을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자 구상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구상도 아니다.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몇몇 산업들이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 전쟁이 종식된다면, 장기간 치러져 왔던 전쟁지역을 중심으로 재건 사업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몇몇 건자재, 인프라, 건설업들에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다. IRA와 칩스법을 재조정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영역에서도 단기적 기회가 있을 수 있다.



대변혁에 대한 대응

변동성이 높은 트럼프의 정책에 대응하는 방법은 종착지와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어제 오늘 달라지는 트럼프식 관세정책 및 무역정책들에 장단을 맞추어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들이 흔들림 없도록 트럼프의 큰 그림은 무엇인지를 안내해야 한다. 오르락내리락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쫓아 행동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준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주체들이 트럼프의 의도와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정부는 모니터링 장치들을 활용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들을 감지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으면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어려운 국가들의 경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OECD는 멕시코 경제성장률이 2025년과 2026년 각각 –1.3%, -0.6%로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도 2025년과 2026년 모두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물 경제적 충격으로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등 금융부실이 확산할 수도 있다. 트럼프 발 무역전쟁에 취약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험 요인들을 탐색하고, 그러한 요인이 한국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자료출처: OECD(2025.3) OECD Economic Outlook, Interim Report.


작가 소개

김광석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으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과 실물경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삼정KPMG경제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이코노미스트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 채널 〈경제 읽어주는 남자 TV〉를 통해 매주 경제 이슈와 인사이트를 전한다. 저서로는 《피벗의 시대 2025년 경제전망》, 《경제 읽어주는 남자의 15분 경제 특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