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_ 변종필 미술평론가, 前 제주현대미술관장
국제적 미술 저널 《아트리뷰》, 《아트포럼》, 《아폴로》, 《아트프라이스》, 《아트넷》, 《아트시》 등에서는 매년 가장 핫한 아티스트 ‘톱-랭킹’을 발표1)한다. 저널의 특성에 따라 선정하는 아티스트는 다르지만, 미술시장과 평단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안목이 집중된 리스트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크다. 특히 《아트프라이스》는 3천만 개 이상의 경매 결과를 보유한 미술시장의 거대한 데이터 뱅크로 이번에 발표된 ‘2024 톱100 울트라-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이하 2024 톱100)는 40세 이하 작가를 대상으로 해, 2025년 미술 시장의 트렌드와 차세대 스타 아티스트를 예측할 하나의 지표로 삼을 만하다. 이 글에서는 ‘2024 톱100’에서 거래액 1위와 가장 많은 작품을 판매한 두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1) 6개 저널 중 한국작가로는 양혜규(ArtReview), 정다혜(Apollo), 김윤신, 이목하(Artsy2명), 김선우, 안나 박, 디케이 권(Artprice 4명), 총 7명이 4개 저널에서 선정되었다. 한국미술의 성장을 이끄는 역량있는 아티스트들이다. 6개 국제 저널에서 발표한 리스트와 관련한 내용은 국내 미술저널 『Art In Culture』 ‘New Power Artists’, 2025.02, pp.75-93을 참조하거나, 각 해당 사이트에서 정보확인 가능하다.
경매 기록 1위:
‘추상의 언어를 새롭게 쓰는 제이드 파도주티미’
제이드 파도주티미_ Fadojutimi_Portrait
2024년 ‘톱100’ 리스트에서 총거래액 1,400만 달러를 기록2)하며 1위에 오른 작가는 제이드 파도주티미(Jadé Fadojutimi, 1993년생)로 현재 현대미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으로 런던, 뉴욕, 쾰른 등에서 활발히 전시를 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고, 2022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며 현대미술계에서 입지를 세웠다. 그녀의 명성은 경매 기록에서 알 수 있다. 2021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가 100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짧은 기간에 100만 달러 이상 낙찰된 작품 리스트에 8점을 추가하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는
제이드 파도주티미_A Muddled Mind That’s Never Confined- 2021, Oil,acrylic and oilstick on canvas, 180×190cm
제이드 파도주티미_The Woven Warped Garden of Ponder_Oil,acrylic and oilstick on canvas, 160×180cm_2021
2) 2024년 경매 매출 기준으로는 세계 500대 최고 판매 예술가 순위에서 151위를 차지했다.
https://www.artprice.com
다작 판매 1위:
‘두들랜드의 창조를 꿈꾸는 미스터 두들’
미스터 두들_ 1994-Courtesy of artist and PearlLam Galleries
예술가들 중에는 작품 하나로 세계적 작가로 우뚝서거나, 단 한 작품으로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3)한 이들이 있다. 반면, 비교적 낮은 가격이지만 다작을 통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얻는 작가도 있다. 즉흥적인 드로잉 스타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그라피티아티스트 ‘미스터 두들’(Mr. Doodle, 본명 Sam Cox, 1994년생)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독특한 예명처럼, 미스터 두들은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미술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24년 ‘톱100’ 리스트에서 41위를 기록했지만, 판매량만 놓고 보면 111점을 거래하며 ‘다작’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작품은 평균 5천 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스트리트 아트 컬렉터4)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키스 해링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유쾌한 캐릭터와 정교한 패턴으로 가득 차 있다. ‘끄적거리다’라는 의미의 ‘두들(Doodle)’이라는 이름처럼 밑그림 없이 까만 마커로 화면을 가득 채워나가는 것이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Signature Style)이다. 그의 두들링은 단순한 평면 회화를 거부한다. 캔버스뿐만 아니라 가구, 방, 의류, 자동차, 건물 등 다양한 오브제와 공간을 침범하며 확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은 그가 태어난 1994년부터 시작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가구에 끄적이기 시작한 행위가 점차 자신의 방 전체를 뒤덮었고, 결국 지역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물론 학교 벽까지 그의 두들링으로 채워지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갔다.
미스터 두들_Street Party, 2022 Spray paint on canvas 213 x 430 cm-Courtesy of artist and PearlLam Galleries
21세부터 예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미스터 두들은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새로운 예술적 흐름을 주도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온라인 아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펜디(Fendi), 푸마(Puma), 삼성(Samsung), 디즈니(Disney), 팩맨(Pac-Man), 레드불(Red Bull), MTV 등이 그가 함께한 브랜드들이다.
두들의 작업은 단순히 상업적 협업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끝없이 확장하고 공유하는 데 깊은 집착과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예술과 디자인, 상업적 요소와 순수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는 데 열정을 쏟는다. 그 열정을 모은 것이 ‘두들랜드(DoodleLand)’라는 독창적인 개념이다. 즉흥적인 흐름의 창작 방식은 유기적이며, 계산적이지 않으면서도 명상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혼돈, 경이로움, 희망을 표현하며, 자신의 존재와 우주 속 위치를 탐구하는 예술적 여정을 이어간다.
무한한 상상력으로 패턴을 직조하고, 예술을 놀이로 변모시키며 ‘두들링’을 하나의 글로벌 언어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는 미스터 두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목표는 전 세계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두들 언어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끝없는 창작 에너지와 전염성 강한 시각적 아이덴티티로 세계를 ‘두들랜드(DoodleLand)’로 변화시키려는 미스터 두들의꿈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미스터 두들_The Doodles jump into a Wormhole, 2023 Acrylic paint on canvas 150 x 150cm-Courtesy of artist and PearlLam Galleries
3) ‘2024 톱100’의 3위에 랭크된 중국계 캐나다인 매튜 웡(Matthew Wong)은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작품이 4백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이는 ‘2024 톱100’ 중 한 작품으로 최고 낙찰가이다. 2019년 35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의 작품은 루소의 풍요로운 정글 풍경과 고흐의 우울함을 이어가는 힘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4) 스트리트 아트 컬렉터(Street Art Collector)는 그라피티(Graffiti)나 거리 예술(Street Art)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리트 아트는 공공장소에서 즉흥적으로 제작되며, 벽화, 스텐실, 포스터 아트, 스티커 아트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작품들은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캔버스나 종이에 그려진 작품이 갤러리와 경매 시장에 나오면서 공식적인 미술 컬렉션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작가 소개
변종필 _ 현재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학술위원으로 비평 활동과 강의, 기고를 활발히 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장,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장을 역임했으며, 앤씨(ANCI)연구소 부소장, 한국박물관협회 책임연구원 및 위촉위원,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미술 관련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저서로는 『아트 비하인드』, 『장욱진 단순함의 아름다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