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AI와 한국경제

글_ 주미경

수영금융센터 PB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은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도록 설계된 다양한 기술을 포괄하는데,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AI, 기회이자 도전 과제

AI 도입은 특히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중인 한국에서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노동력 부족, 생산성 둔화, 의료 및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부담 증가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며, 의료 서비스 개선과 노인 돌봄에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한국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AI 기술 발전에 있어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에 있다. 한국은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기술 기업과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AI는 대량의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칩의 수요 증가를 유발하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AI 관련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한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출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붐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복잡성, 글로벌 경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도전 과제 또한 존재한다.


AI 전환과 일자리 재배치

과거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 전환의 사례는 AI 발전에 따른 일자리 재배치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근로자들이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 적응하면서 직업 이동이 발생할 것이다. 일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지식, 기술 요구에 적응하여 AI 보완도가 높은 일자리로 옮기는 반면, 다른 일부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전환과정에서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AI 발전에 적응하는 잠재적 경로에서 이동성을 높이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여성 근로자는 이전 직업의 AI 노출도 수준에 관계없이 남성보다 ‘높은 노출도, 높은 보완도’ 직업군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반면, 저학력 근로자는 대부분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에 머무르며, 보완도가 높은 직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작다.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살펴보더라도, 보완도가 낮은 직업과 높은 직업 간 이동성은 제한적이다. 저학력 근로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노출도가 낮은 직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사하게 대졸자도 50세 이후 ‘높은 노출도, 낮은 보완도’ 직업에서 점차 노출도가 낮은 직업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업 이후 재취업 확률을 살펴보면, 고령 근로자가 AI로 인한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위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 필요

결론적으로 AI 기술의 도입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증대시킬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AI가 노동력을 보완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시나리오에서는 총요소생산성이 3.2%, GDP가 12.6%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 글로벌 AI 붐의 중심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반도체 수출이 2030년까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높은 기업에서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중소기업이나 신생 기업이 AI 도입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높이며,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AI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약 절반의 일자리(51%)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여성, 청년층, 고숙련 및 고소득 집단에게 AI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AI 도입이 노동 수요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일자리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특히 고령층에게 큰 어려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