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이훈영
마린제니스지점 PB지점장
“인간이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자민 플랭클린이 한 말이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죽음만큼이나 세금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경제활동에서 우리가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세금이다. 우스갯소리로 태어났더니 주민세, 월급 받고 살아보려니 소득세, 퇴근하고 한 잔 했더니 주류세, 살았을 때 줬더니 증여세, 죽었더니 상속세, 이래저래 죽어나는 건 ‘날세’라 한다. 이렇게 피할 수 없는 세금 중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부의 이전 – 상속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상속세의 현주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5개국은 상속세 자체가 없고 상속세가 있는 23개국의 평균 최고세율도 26%이다. 그에 반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최대주주 할증 시 60%)로 일본의 55% 다음으로 높고 23개국의 평균 최고세율보다 2배 정도 높은 실정이다. 또한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들 중 미국, 영국, 프랑스는 배우자 상속 시 상속세가 아예 면제가 되며 옆나라 일본도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상속세가 면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우리나라 상속세율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속세 개편은 왜 뜨거운 감자가 되었을까?
정부는 25년 1월 2일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1. 상속세 과세 체계를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고 2. 상속인에 대한 공제한도를 확대한다는 상속세 개편 방침을 발표하였다.
1.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차이점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상속재산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 체계이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재산 전체에 일괄적으로 높은 세율을 부과하여 한 명이 모두 상속받든 여러 명이 나눠서 상속받든 관계없이 정해진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는 OECD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23개국 가운데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4곳만이 채택하고 있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개인의 유산취득분에 대해 각자가 물려받은 만큼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즉, 유산세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되면 상속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이 과세되어 상속인들에게 배분되는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되면 상속재산이 피상속인의 수만큼 나누어져 과세표준이 낮아지고 누진세 체계에 따라 적용 세율이 낮아져 이 자체로 감세효과가 있게 되는 것이다.
2. 28년째 제자리걸음인 빛바랜 상속세 공제한도
현재 기본적인 상속공제한도는 일괄공제 5억 원과 통상 배우자공제 5억 원을 합한 10억 원으로 1997년 이후 28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 물가는 96%가 올랐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3.8배로 오른 만큼 현실에 맞는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상속세는 한때 부자세로 분류됐지만 서울 평균 집값이 12억 원을 넘어서면서 집 한 채를 가진 중산층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배우자 상속세 관련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망직전 이혼 시 재산분할된 금액은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어 상속세 탈세를 위한 이혼을 부추키는 법이 아니냐하는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상속세의 근본취지가 ‘세대간 부의 대물림을 막아 기회의 평등’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때, 배우자의 상속은 세대(부모→자녀)간 부의 이전이 아님에도 과세를 하는 것은 이중과세의 소지가 매우 크며 배우자 사망시 고율의 상속세를 과세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급격한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상속세법의 개편은 세대간 자산 이전을 원활하게 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재개편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