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대중
금융칼럼니스트,
<나의 첫 대체투자 공부> 저자
투자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가장 중심이 된 자산은 주식과 채권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의 투자 비율만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죠. 2024년 12월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을 보면 주식이 40%(국내 20%, 해외 20%), 채권이 45%(국내 35%, 해외 10%), 대체투자가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이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셈이니, 이들이 얼마나 전통적인 투자 자산인지 알 수 있습니다.
채권과 주식의 매력과 한계
채권의 가장 큰 장점은 확정된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죠. 문제는 금리가 낮다는 것입니다. 2025년 2월 기준, 기준금리는 3.0%, 국고채 3년물은 2.6%, 5년물은 2.7%, 10년물은 2.8%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낮은 금리 탓에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다른 자산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대안으로 주식이 있습니다. 주식은 배당금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가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2만 원에 산 주식을 3만 원에 판다면 5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훌륭한 투자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죠.
하지만 주식에도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원금 손실의 위험입니다. 2만 원에 산 주식이 3만 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3만 원에 산 주식이 2만 원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채권보다 수익성 높고, 주식보다 안전한 대체투자
이처럼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도, 주식만큼 위험하지 않은 자산을 찾는 과정에서 대체투자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대체투자는 부동산,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다양한 형태로 나뉩니다.
부동산 대체투자는 아파트보다는 대형 건물에 집중됩니다. 예를 들어, 여의도의 국제금융센터(IFC)는 캐나다의 대체자산운용사 브룩필드(Brookfield)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브룩필드는 이 건물을 임대해 임대료를 받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줍니다. 이 외에도 물류창고, 데이터센터, 호텔, 항공기, 선박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해 경영을 개선한 뒤, 더 높은 가격에 되팔아 그 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줍니다.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통해 이익을 배분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체투자, 금
이제 가장 현실적인 대체투자 방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금 투자입니다. 최근 금값이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이 금괴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는 소식도 들렸죠. 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입니다.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화폐이지만, 통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은 지구 어디서든 통용됩니다. 금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훌륭한 헤지 수단이기도 하지만, 가격 변동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1970년대 후반, 금값은 약 10배 가까이 폭등했다가 20년 동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 2011년까지 다시 10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런 장기적인 흐름을 보면, 금은 단기 투자보다는 꾸준히 보유하는 장기 자산으로 적합합니다.
금 투자 접근법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 실물 보유: 금괴나 금화 등을 직접 구매해 보관하는 방법입니다.
• 금광 주식: 금을 채굴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방법이지만, 이는 금 시세 외에도 증권시장의 영향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금 ETF: 주식시장에 상장된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간접적으로 금을 소유하는 방식입니다.
• 골드뱅킹: 시중은행의 골드뱅킹을 통해 금을 매입하고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보다 더 흥미로운 금 투자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금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기념일 선물로 ‘금’을 주는 특별한 투자
부부 간에, 혹은 연인 간에 선물을 주고받을 일이 많습니다. 제가 강의 중에 남성들에게 아내의 생일에 어떤 선물을 주는지 물어보면, 꽃다발, 케이크, 속옷, 현금 등을 많이 이야기하더군요. 가끔은 “선물요? 와요? 마누라 생일인데 선물이 뭐 필요한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이 선물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꽃은 며칠이면 시들고, 케이크는 먹으면 없어지고, 속옷은 입으면 중고가 됩니다. 현금은 실용적이지만 성의가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금은 다릅니다. 남는 선물이죠.
저는 신혼 때부터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에 금반지, 금목걸이, 금팔찌 등을 선물해 왔습니다. 금값이 한 돈에 5만 원일 때 준 것도 있고, 10만 원, 20만 원일 때 준 것도 있습니다. 금값이 오르면 투자 가치가 높아져서 기분이 좋고, 금값이 떨어지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습니다.
제가 결혼할 때 한 돈에 5만 원이던 금값이 지금은 65만 원입니다. 저는 선물해서 좋았고, 아내는 받아서 좋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 가치가 올라 또 좋았습니다.
혹시 금 대신 은을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은은 무겁고, 매매 시 가격 차이가 너무 큽니다. 예를 들어, 2025년 2월 기준으로 1kg 실버바를 살 때는 200만 원이지만, 팔 때는 140만 원밖에 받지 못합니다. 스프레드가 너무 커서 투자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당장 이번 기념일부터 실천해보세요!
어떻습니까? 이번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는 금목걸이, 금반지 같은 실용적이면서도 가치가 오래가는 선물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선물과 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똑똑한 방법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도 얻고, 자산도 불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작가 소개
김대중_ 고려대학교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1989년 대신증권에 입사하여 금융계에 입문한 후, 교보증권에서 지점장과 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나의 첫 대체투자 공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