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정영욱 에세이스트
2025년 새해를 맞아, 우리는 많은 다짐과 계획을 세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타인 간의 관계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 서로의 부족함과 모난 부분을 이해하며 건강하게 교류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 역시 단순히 위로와 인정에 머무르지 않고, 날카로운 성찰과 치열한 내적 투쟁을 통해 진정한 자기 사랑에 도달하는 데 있습니다. 삶의 긴장과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넘어지고 일어나는 용기를 가지고, 자신과 타인을 더욱 깊이 이해하며 한 해를 살아가길 바랍니다.
소중함의 기준, 상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는 상극인 두 가지 비결이 존재한다. ‘어떤 방식으로 행복할 방법을 찾는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투쟁할 방법을 찾는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중함이라는 주석이 붙는 순간 상대와의 화합의 시간보다 논쟁의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유는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기대가 생기며, 약속이 생긴다. 그 안에서 실망하고 미워진다. 언제 어디서 무언가를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달려온 이들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고부터는 이인삼각으로 걷듯,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구태여 발맞춰 걸어야 한다. 그러니 삐걱거리는 일이 생기고, 넘어지며 다치는 결과가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니 난, 소중한 이들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서로를 적당히 만족시키냐보다 어떻게 서로를 적당히 비난하는가가 이어짐의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는 소중함의 기준이 깊어질수록 크게 작용하게 된다. 이 미운 마음으로 어떻게 우리를 긴장시키고, 할퀼 것인가. 시기, 질투, 미움, 열등, 갈증, 갖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 그 부정을 표현할 것인가. 쌓아두고 일방적으로 양보만 한다면 절대 지속할 수 없기에, 우리는 어떻게 상처를 입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리고 만다.
관계 안에서의 투쟁
관계라는 측면을 팔 안쪽으로 굽어 생각해 본다면, 자신, 타인과의 양방향성 이어짐 말고도 자신의 삶에만 적용되는 독자적인 생태도 존재한다. 나와의 관계이다.
부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 선한 시선과 악한 시선이 한데 모여 하나의 피사체를 바라보는 과정. 음지의 마음과 양지의 마음이 이인삼각이라도 하듯 서로의 걸음을 주장하며 각자가 견디어야 하는 삶의 트랙을 열심히 달려간다. 그러므로, 나 자신과의 관계 또한 원만한 사이를 구축하기 위해선 두 가지 비결이 존재하는 셈이다. ‘어떤 방식으로 행복할 방법을 찾는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투쟁할 방법을 찾는가’이다.
‘사랑’, ‘우정’, ‘이어짐’, ‘연’. 대부분의 관계를 구분 짓는 단어는 그 모양새와 뜻이 날카롭지 않고 온유하며 차분하고 선한 편이기에, 많은 이들은 화합과 평화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의 안정을 추구하지만, 실상은 전쟁통이다. 무릇 관계는 힘줄과 같아서, 어떻게 늘어나고 안식하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수축하고 긴장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서로 잡은 손을 놓치지 않고 꽉 쥘 수 있다. 그 결과, 넘어져도 함께 넘어져버리는 일체화가 가능해진다. 그러니 우리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나와의 투쟁을 할 필요가 존재한다. 절충이 아니다. 싸워야 한다. 음과 양의 괴리 속에서 어떻게 논쟁을 하여 상황에 맞게 나를 비난할 것인가. 나의 어떤 모양의 마음을 미워하고 죽여버릴 것인가. 어떻게 밀어낼 것인가. 어떻게, 어떻게, 다툴 것인가. 그러므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나를 질책하는 방법으로 귀결된다. 과거의 나를 위하여 지금의 나를 위하여 미래의 나를 위하여 최선의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여러 감정 속의 나
누구나 악행을 저지른다. 세상은 모를지라도 자신만은 알고 있는 악행이 무수히 존재한다. 나만 알고 있는 부정의 행위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바로 세울 것인가. 또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합리화할 것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반성할 것인가. 누구나 실수를 한다. 혹자는 교묘한 언행으로 타인에게 책임전가를 시키는 반면, 누군가는 앞장서서 인정하고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실수로 인한 타인의 비난은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 것인가, 또 무너지게 만들 것인가. 옳은 결정을 위해, 싸워야 한다. 어떤 투쟁과 질책으로 갖은 실수와 만행을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누구나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 열등으로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미워하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그릇에 맞지 않는 오만으로서 표출된다. 또 어떤 때에는 열등의 대상을 따라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여러 가지 속 끓는 감정 속에서 나를 어떤 방식으로 질타할 것인가. 나를 향한 매를 들 것인가.
사랑은 아픈 것이다. 관계의 본질은 투쟁이다. 이어짐은 다치는 것이다. 화합은 비난의 온도가 비슷한 것이다. 평화는 긴장하는 것이다. 나와의 관계 속에서, 나를 사랑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쓰다듬고 인정하며 칭찬하는 것보다도 괴로워하고 괴리 속에 절규하며 비난하는 선행을 거쳐야만 도달할 수 있다.
어떻게 이 모자란 나를 질타 없이 감싸안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날이 선 삶을 아픔 없이 끌어안을 수 있겠는가.
작가 소개
정영욱 _ 부크럼 출판사와 문화사업을 운영 중이며, SNS 20만 팔로워의 스타 에세이스트로서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등의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