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스타일링 및 촬영_ 권순일
칼칼한 겨울바람이 창을 때리는 추운 날, 따뜻한 차 한 잔은 마음까지 데워주는 포근한 위로가 된다.
쌉싸름한 차 향이 코끝을 스치고, 뜨거운 차를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겨울, 차 한 잔의 여유로 바쁜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느껴보면 어떨까.
우아한 오후의 향기, 애프터눈 티
19세기 영국,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는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홍차와 간단한 다과를 즐겼다고 한다. 이 작은 습관이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애프터눈 티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3단 트레이에 정갈하게 준비된 다과를 층층이 쌓아 올리고, 우아한 티 잔에 따른 홍차를 곁들이면 완성! 주로 1단에는 샌드위치, 스콘 등을, 2단에는 갓 구워낸 스콘이나 달콤한 케이크가 제격이다. 3단에는 마카롱, 쿠키 등 작고 귀여운 디저트를 놓는다.
오후 3시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달콤한 휴식을 즐겨보자.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선사하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조상들의 지혜와 미(美), 한국 전통 다례
한국 전통 다례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예와 정신을 담아낸 문화이다. 다례상을 준비하고 차를 마시는 과정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미가 담겨있다.
다례에 사용되는 차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을에는 덖은 차, 겨울에는 발효차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격식을 갖춰 녹차나 우롱차를, 편안한 자리에서는 다양한 차를 준비하여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
찻잔, 다관, 숙우 등 다구를 정갈하게 준비하고 차와 어울리는 다과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는 정중하고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차를 대하여야 한다.
다과로는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일품인 찰떡이 차와 가장 잘 어울린다. 녹차에는 잣이나 다식, 보이차에는 곶감이나 밤을 곁들이는 게 좋다.
고전의 향기를 입은 현대의 맛, 홍차의 변신
홍차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면서 더욱 새롭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먼저 미국 남부의 따뜻한 햇살을 머금은 듯한 ‘서던 스위트 티’에 주목하자. 미국 남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 등에서 유래된 이 차는 뜨겁게 우려낸 홍차에 설탕과 얼음을 듬뿍 넣고 레몬즙으로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쌉싸름한 홍차의 맛과 달콤한 설탕의 조화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영국 런던의 짙은 안개를 연상시키는 ‘런던 포그’는 우유를 넣어 부드러운 풍미를 더한 차이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런던 포그 한 잔은 마치 포근한 담요처럼 마음을 감싸 안아줄 것이다. 이 외에도 홍차를 베이스로 다양한 술과 과일을 넣어 만든 티 칵테일이 최근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