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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마루국제음악제
미리 보기 지역과 함께하는
음악 축제들

글_ 허서현 월간 ‘객석’ 기자

 

올해로 부산마루국제음악제가 15회를 맞이합니다. 다가오는 9월, ‘연풍연가(演風演哥)’, 영어로는 ‘Classics on the Breeze’를 주제로 3일부터 25일까지 부산의 곳곳을 음악으로 채울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다가올 부산마루국제음악제와 국내외 지역 음악 축제들을 만나보겠습니다. 

 

‘국제 음악제’로서의 위상 

지역의 클래식 음악 축제는 도시의 문화적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에 가장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오스트리아의 대표 관광 상품이 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나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스위스의 산 중턱에서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죠. 한 시즌, 내로라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한데 모인 이곳은 관객에겐 축제의 장이 되는 동시에, 어린 음악도들에게는 최고의 스승들을 한꺼번에 만날 기회가 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음악 축제가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젊은 음악인들이 참여할 자리를 적극 마련합니다. 

이처럼 ‘국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화려한 라인업과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얼마나 지역 음악계와 잘 소통하는가도 관건입니다. 지역과의 상생은 모든 축제가 마주한 가장 중요한 과제이죠.

음악제의 위상은 그 라인업의 수준과 양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규모는 메인 콘서트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특별히 개막콘서트에서는 부산마루국제음악제(BMIMF)를 위해 모인 한국·중국·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음악가들로 구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폴란드의 지휘자 얀 미워시 자르지츠키가 이끕니다. 그는 현재 쇼팽 음악대학의 교수일 만큼 음악의 정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공연의 협연자는 브랜든 라이드너로, ‘플루겔혼’이라는 특별한 금관악기로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 연주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펫과 트롬본의 중간 음색을 가지고 있는 이 악기를 통해, 시원한 바람 위로 불어올 클래식의 바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첫 공연입니다. 

이어지는 메인 콘서트에 함께 하는 협연자들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하나 벨로글라벡(트롬본)을 비롯해 쿠바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르코스 마드리갈,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의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인 알렉산더 코르산티아, 2019년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데뷔 연주를 가진 네펠리 무수라 등이 올해의 부산마루국제음악제에 참여합니다.


 개막콘서트 지휘자 얀 미워시 자르지츠키 

 

 개막콘서트 협연자 브랜든 라이드너 

 

 다양한 국적의 음악가들로 구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차세대를 육성하는 장 

특별히, 올해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신임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홍석원의 무대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앞서 임윤찬과의 협연으로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을 발매한 바 있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의 레퍼토리를 포함해, 오페라에 강점을 가진 그의 지휘로 R.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모음곡도 연주될 예정이라 큰 기대를 모으는 공연입니다.

외에도 테오티우아카 브라스 앙상블, 재팬뮤직시스템 브라스 앙상블 등의 실내악 단체들이 내한해 ‘앙상블콘서트’ ‘프롬나드 콘서트’ 시리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의 특징 중 하나는 축제 기간 중 협주 경연, 실내악 경연의 본선 무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의 유명 축제 중 하나인,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축제 또한 축제 기간에 ‘프라하 봄 콩쿠르’를 진행하며 젊은 음악가들이 다수의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콘체르토 컴피티션’ ‘부산 국제 실내악 컴피티션’의 결선 본선을 축제 기간에 진행합니다. 특별히 다른 국내 축제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작곡 분야,  ‘창작곡 컴피티션’을 진행하며 이 축제만의 특성을 더 드러냅니다.

차세대 음악가들을 위한 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차세대 오케스트라 육성을 위한 ‘드림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스쿨클래식’처럼 학생들을 위한 공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부산 시립교향악단 

 

지역에 한 발짝 더 가깝게 

축제는 개최 기간 내내 부산의 전역을 떠들썩하게 합니다. 부산문화회관·부산시민회관·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을숙도문화회관·해운대문화회관·동래문화회관·영도문화예술회관·금정문화회관 등 크고 작은 공연장들을 모두 활용합니다.

부산마루국제음악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부산 시내 곳곳을 공연장으로 활용합니다. 우선 ‘아웃리치콘서트’는 부산 시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공연을 선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이외에도 ‘프린지 콘서트’,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선보이는 ‘국제영상음악제’ 등이 오고가는 부산 시민들에게도 음악의 선율을 선사할 선물 같은 순간이 될 것입니다.



여름에 펼쳐지는 음악 축제들 


제주국제관악제(여름 시즌) 

8월 7일~16일 제주시 일원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제주국제관악제는 1995년부터 격년제로 시작됐다. 올해도 일본을 비롯해 대만·영국·프랑스 등의 다양한 관악 앙상블과 전국의 아마추어 관악 동호회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9월 5일~10일 제천시 일원 

아시아 유일 음악 영화제로 20년간 사랑받아 온 제천국제음악제의 올해 주제는 ‘초월하다’는 의미의 라틴어 ‘수페라스켄도’이다. 점점 선선해지는 저녁을 맞이하는 계절, 자연과 함께 영화의 한 장면, 혹은 영화 음악 그 자체를 주인공 삼아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짐프 뮤직필름마켓, K-POP 콘서트와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 


 

 

스위스 | 베르비에 페스티벌 

7월 18일~8월 4일 

스위스의 산 중턱에서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1994년 시작됐다. 이 페스티벌은 키신이나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마치 편한 이웃집 동료처럼 모여든다는 특유의 분위기로 유명하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하므로, 한 번 방문하면 여름 내내 축제를 즐길 수밖에 없다!  


 

 

오스트리아 | 브레겐츠 페스티벌 

7월 17일~8월 18일 

작은 도시에서 시작되었지만, 매년 30여만 명의 관람객이 이 장관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 객석 점유율 99%를 자랑하는 이 축제는 올해 마리아 폰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선보인다. 올해는 또 어떤 참신한 볼거리를 제공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작가 소개

허서현 _ 1984년 3월 2일 창간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 공연예술 전문 잡지 월간 <객석>의 공연 전문 기자이다. 국내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유수의 공연과 아티스트에 대한 비평과 분석 기사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