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오은하
구서동금융센터 PB
우리나라엔 지난해 무려 126조 7,000억 원을 벌어들인 기관이 있다. 해외에서만 73조 원의 수익을 냈다. 현대자동차(15조 1,000억 원), 삼성전자(6조 5,000억 원) 등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 10곳의 영업이익 합산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바로 국민연금공단이 주인공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이 된 국민연금
1988년 5,000억 원에서 출발한 국민연금은 올해1,100조 원으로 불어난 ‘거대 항공모함’이 됐다. 일본의 공적연금과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 자리에 오르며 명실상부 ‘국가대표’ 투자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국내총생산(GDP 2,236조원)의 절반 규모에 육박하는 규모 1,101조 원의 기금을 운용한다. 이 기금 적립금은 도입 후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812조 원)와 기금운용수익금(639조 원)으로 조성한 금액에서 연금지출액을 뺀 값이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2040년까지 계속 늘어나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2055년 소진될 것이란 게 지난해 발표된 5차 재정 계산의 결과이다.
국민연금의 자산군 중 가장 많은 투자금액은 단연 주식이며,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 중이다.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해 전체 운용자산의 36.4%인 401조 원을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또, 다양한 대체투자 자산인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등으로 나눠 투자하고 있다. 많은 운용사들에게 국민연금은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전 세계 주요 운용사 수뇌부가 한국을 찾아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북 전주로 몰려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성장 끝나는 국민연금… 자산 관리 집중
기금이 2040년까지 증가한다고는 해도 계속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2027년이 되면 기금 성장기가 끝난다. 기금 성장기가 종료되면 한 해 동안 지급해야 하는 연금 급여를 연금보험료 수입만으로 충당할 수 없다. 이 경우 투자해 놓은 자산을 매각해야 하므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즉 국민연금이 1,100조 원대의 자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낡은 배분안’ 버린 국민연금, 더 다양한 자산 담는다
–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국민연금이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연금개혁을 통해 가입자 보험료율을 높이고, 지급액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가입자 반발 및 세대 간 갈등 등이 뒤엉키며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기금 운용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기금운용수익률을 1% 높이면, 고갈 시기가 6년은 늦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최근 도입한 것이 ‘기준 포트폴리오’이다.
기준 포트폴리오란 수익률과 위험군을 주식(위험자산), 채권(안전자산) 등 단순한 자산군의 조합으로 나타낸 자산배분방식이다.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칸막이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의 후속 조치로 국민연금 운용 방향이 ‘특정 자산군을 제외한 모든 자산군에 투자할 수 있다’는 네거티브(포괄주의) 규제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방식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국민연금 규정상 허용된 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포지티브(열거주의) 규제 방식을 쓰고 있다.
포트폴리오 현황
기금 포트폴리오
국민연금은 1988년 국민연금법에 따라 설치된 이래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2024년 4월 말 현재 운용 규모가 1,103조 원에 이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성과 제고와 위험 분산을 위하여 국내 채권의 비중을 축소하고,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등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