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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빚을 갚아라

글_ 이헌정,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수면센터 교수 

 

숙면은 현대인의 영원한 숙제다. 아침이 개운하면 인생이 좀 더 재밌을 텐데… 

생각하지만, 매일 밤 꿀잠에 빠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오늘도 무거운 눈꺼풀을 짊어지고 침대를 나서는 우리에게 이헌정 교수가 묻는다.

“간밤에 잘 주무셨는가?”

 

잠이 보약? 보약 이상! 

흔히 ‘잠이 보약’이라고 말한다. 보약이라는 말은 정상 상태보다 건강을 더 좋아지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약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잠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에서 보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인은 필수적인 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업무나 학업에 쫒겨서 의도적으로 잠을 줄이기도 하고, 잘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지만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거나 잠을 방해하는 다른 수면건강의 문제를 갖고 있어서 충분히 못 자기도 한다. 

과연 충분한 잠을 못 자도 삶에 문제가 없을까? 수면전문가들은 잠이 부족한 상태를 잠빚(sleep debt)을 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금전적인 빚이 쌓이면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잠빚이 늘어나면 결국에는 건강과 일상 생활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다.

잠빚이 누적되면, 정신적으로 피로, 집중력·기억력 저하, 판단력 착오가 생길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도 운동·감각 기능의 조화가 깨어지고, 면역·대사 기능의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교통사고와 산업재해와 같은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현대인들이 잠빚을 지지 않을 수 있고, 그간 진 잠빚을 효율적으로 갚을 수 있을까?


1. 일주기 생체리듬의 중요성을 깨닫기  

먼저 우리 몸의 일주기 생체시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기 생체리듬은 하루 동안 우리의 신체 활동과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내재적인 시계이다. 좋은 잠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맞춰서 생활할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즉, 낮 시간에는 확실히 깨어있고, 몸과 마음을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 그 결과가 밤에 꿀잠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생체시계가 활발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2주일 이상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아침 햇볕이 일주기 생체시계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아침 야외 산책을 습관으로 가진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성취되게 된다.  


2. 편안한 수면 환경 조성하기 

편안한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침실 온도는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한 한 불필요한 인공적인 조명은 차단하여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조용한 환경을 유지하고 편안한 침구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3.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기 

잠들기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조용한 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되는 것이 침실에서 스마트폰 사용이다. 잠자리에서는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 LED에서 나오는 빛은 수면을 방해하고 생체리듬을 교란한다.   


4. 식사와 음료 조절하기 

잠자리에 들기 전에 과식이나 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나 알코올 섭취는 삼가해야 한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졸리게 만들 순 있지만, 결국에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중간에 깨는 원인이 될 수 있다. 




5. 전문적인 도움 받기 

위의 방법들을 시도해도 여전히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수면전문 의사와 상담하여 불면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검사를 시행하고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의심해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문제는 코골이를 동반한 수면무호흡증이다. 

성인의 20~30%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일 정도로 흔하다. 특히 자는 중간에 자주 깨거나 아침에 개운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 반드시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야 한다. 수면전문가가 있는 병의원을 방문하여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서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 하고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잠은 우리의 삶의 질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상이다. 위의 조언들을 실천하면 잠빚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은 단순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이 아닌 다음 날의 활력을 위한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몸속 일주기 생체시계를 깨워서 숙면을 취하시길 바란다. 


작가 소개

이헌정 _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대한수면의학회 학술상을 수상한 수면전문가이다. 저서로는 <생체시계만 알면 누구나 푹 잘 수 있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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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사우나

육체피로 해소, 스트레스 완화 등의 효과가 있는 사우나는 숙면에도 도움을 준다. 약간의 체온 상승과 더불어 혈액순환을 개선해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 때문. 과거엔 목욕탕이나 온천 등 대중 시설에서 사우나를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대중 시설 이용을 꺼리는 풍조 속에 홈사우나 시장이 커졌다. 1인 시설 기준 1㎡가량의 공간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하고, 2~3인 시설도 큰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루 1시간 사용을 가정했을 때, 한 달 유지비는 약 3만 5천원(전기세, 누진 미적용) 수준으로 대중 목욕시설을 이용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 홈사우나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싱잉 볼(Singing Bowl) 사운드 테라피

싱잉 볼은 단어 그대로 ‘노래하는 그릇’이란 뜻으로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낸다. 네팔의 티베트 승려들이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던 것이 민간요법화돼 널리 알려졌다.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싱잉 볼은 우리 몸의 수분과 공명하는 진동을 발생시켜 혈액순환 개선, 긴장 완화, 심신 안정을 유도한다. 최근에는 건강한 잠자리, 숙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명상이나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우웅- 거대한 종(鐘) 소리를 연상케 하는 울림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가만히 눈을 감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