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황홀경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일생에 한 번쯤은 갖고 싶은 쉼표를 찾아 미리 좌표를 찍어보자.
핀란드 이글루 마을에서의 하룻밤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핀란드의 산타 우체국에서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뉴스를 읽고 귀가 번쩍 뜨였다. 산타클로스 우체국에는 전 세계에서 매일 3만 통이 넘는 편지가 오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되면 산타클로스의 착한 사람 목록과 말썽꾸러기 목록을 참고해 편지를 골라내는 업무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업무를 완수한 후에는 핀란드 전통음식 맛보기, 스노모빌 체험, 오로라를 찾아 떠나는 여행 등을 할 수 있으며 인근 통나무집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 조식과 석식이 포함된 전체 숙박비용은 무료다. 소위 말하는 ‘꿀 알바’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설령 경쟁률이 치열해 산타클로스를 위한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되더라도 핀란드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이 산타클로스마을에 자리한 산타스 이글루 아틱 서클(Santa’s Igloos Arctic Circle)이다. 이곳은 유리로 만들어진 이글루로, 겨울뿐 아니라 일 년 내내 이용할 수 있다. 창밖으로 설경이 펼쳐지는 이글루에서 오로라를 감상하며, 야외온천과 사우나를 즐기는 휴가야 말로 일생에서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환상적인 체험이 아닐까. 이글루 호텔 침대에 누워, 또는 창 바로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오색찬란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오로라를 보고 있노라면 너무 황홀해 현실이 아닌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혹시 숙박하는 날에 오로라가 발생하지 않아도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맑은 밤하늘에서 금방 쏟아져 내릴 듯한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몽골, 청정 자연 속 은하수의 바다
몽골 하면 어렸을 적 아버지의 ‘전축’에서 울려 퍼지던 ‘칭기즈칸’이란 노래가 먼저 떠오른다. 이 곡을 부른 독일 출신 밴드 이름도 ‘칭기즈칸’이다. 그땐 가사의 뜻도 모르고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지만 나중에 커서 가사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었다. “질풍노도로 질주하는 수천 명의 기마대, 광야를 울리는 그들의 말발굽은 전 세계를 공포와 경악에 떨게 했지. 천둥 번개도 그들을 못 막았다네. 칭, 칭, 칭기즈칸! 달려라, 나가자, 전진하라, 기마대여!” 사실 그리 낭만적인 가사는 아니지만 몽골 초원을 내달리던 용맹한 전사들을 떠올리면 눈앞에 어떤 철책도, 전신주도 찾아볼 수 없는 청정 자연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다.
요즘 몽골과의 교류도 많아지면서 비즈니스 목적뿐 아니라 관광으로 몽골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 특히 몽골 초원에 누워 칠흑 같은 밤하늘 위에 수없이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는 ‘몽골 은하수 원정’은 MZ 세대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다고. 특히 7~8월은 몽골 여행의 최적기라 하는데, 이 시기가 우리나라의 초봄 날씨와 비슷해서 돌아다니기 쾌적하고, 달이 없는 ‘삭’의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달이 있어도 별은 볼 수 있지만 별을 훨씬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선 달이 안 보이는 게 유리하다. 은하수를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는 ‘고르히-테렐지 국립공원’, ‘청헤르 온천’, ‘고비사막 홍로린엘스’, ‘홉스골 호수’ 등을 추천한다.
꿈꾸던 오아시스, 우유니 소금 사막
우유니 소금 사막은 많은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곳이다. 먼 옛날 지각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녹아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었고, 건조한 기후로 오랜 세월 동안 물이 증발해 지금의 사막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고 난 후에는 바닥에 물이 고이고 그 물이 티 없는 거울 역할을 하여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비춘다. 이때 여행자의 눈앞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마치 지구가 아닌 미지의 세계 같은 황홀경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지게 된다. 여기에 일출, 또는 일몰까지 더해지면 세상의 모든 슬픔과 아픔이 사라지는 듯한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여행자들의 소감이다.
이렇게 멋진 곳이지만 여기까지 가는 데는 여러 난관이 있어서 감히 쉽게 추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먼저 서울에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로 가야 한다. 그리고 라파스에서는 비행기나 버스로 우유니 사막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버스로 가는 길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비포장도로인 데다가 군데군데 구덩이가 있어 버스가 심하게 요동친다. 버스의 예상 소요시간은 12시간이지만 4시간은 더 걸리기 일쑤. 이런 스트레스를 감내하기 싫다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할 것을 권한다(가격은 20만~30만 원). 그리고 3일 투어 상품을 이용할 경우, 소금 호텔에서 숙박을 하면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