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영화
『파묘』로 본
길지와 악지

글_ 지종학 대한풍수지리학회 이사장

 

“이런 데는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자리가 아니야. 악지 중에 악지란 말이다.” 천만 관객을 넘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파묘 속 대사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산세(山勢), 지세(地勢), 수세(水洗)를 판단해 길흉화복과 연결했을 만큼 ‘풍수’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다면 영화 파묘 속 사람에게 해로운 ‘악지’는 어떤 곳일까. 반대로 사람에게 이로운 ‘길지’는 어떤 곳일까.

 

영화 『파묘』와 악지(惡地)

『파묘』의 초반 줄거리는 할아버지 묘를 쓴 이후 장자에게 최첨단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이 대물림되자 미국에 사는 손자가 무속인에게 그 까닭을 물으면서 시작된다. 그러자 무속인은 신기(神氣)가 발동해 그 집안의 원인 모를 병은 묫바람 때문이라 단정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풍수사, 장의사, 법사 등과 힘을 합치기로 한다. 그리하여 조부의 묘를 감정하는데, 풍수사는 묘터에서 냉기가 감도는 섬뜩한 기운을 느껴 “이곳은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곳이 아닌 악지”라고 평한다. 실제로 이곳에 묘를 쓰고 난 후부터 후손들이 연속해서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을 동기감응이라 하는데, 조상의 묘가 불편하면 후손도 불편하고 조상의 묘가 편안하면 후손도 편안하다는 음택풍수의 핵심인 것이다.

악지란 묘를 써서 안 되는 흉지를 말하는데, 악지의 사례를 통해 생활 속 지혜로 삼고자 한다. 터를 고르는 방법은 음택과 양택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악지, 지대가 높아 바람이 센 곳

영화 속 묘는 강원도 고성 높은 산에 위치해서 북녘땅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예로부터 높은 곳은 많은 산들이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묫자리로 선호했다. 발아래 첩첩의 산들이 보이기 때문에 높은 벼슬에 오르거나 귀한 인물이 난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대가 높은 곳은 바람이 강해서 풍파도 많게 된다. 풍파란 고난과 시련이 많아 고달픈 인생을 말한다. 바람 센 곳은 찬바람이 땅속 깊은 곳까지 미치면서 묘지 속 망자는 좋지 못한 영향을 받게 되고 후손들에게까지 불길한 영향이 미치게 된다.

바람 치는 곳의 현상은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는데, 묘지의 잔디가 전혀 살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잔디를 새로 심고 관리해도 몇 년 지나면 잔디는 하나도 없고 흙먼지만 날리게 되니 마치 사람이 옷 하나 걸치지 않아 벌거벗은 것 같은 모습이다. 이런 곳을 파묘해 보면 유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까만 흙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망자의 유골이 바람을 맞아 숯처럼 까맣게 변한 것이다. 

풍수에서 바람은 건강을 좌우하며, 바람 센 곳에 묘가 있으면 후손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많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고층아파트는 뛰어난 조망을 자랑할지 모르지만, 바람이 세다는 단점도 있다. 바람 센 곳은 늘 저기압이 되어 내 집의 기운을 뺏기게 된다. 

 

전국 상권이 집중된 청계천 변은 길지의 요건을 갖췄다.

 

길지, 장풍득수 지형을 갖춘 곳

악지와 달리 터가 좋은 곳은 길지 또는 명당이라 한다. 터를 정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장풍득수(藏風得水) 지형을 갖춘 곳을 찾는 것이다. 장풍득수란 바람 고요하고 물길 잔잔한 곳을 말하며, 이 말을 줄여서 풍수라 한다. 장풍은 바람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통풍이 되면서 골바람을 막는 것을 말한다. 골바람은 계곡풍을 말하는데, 나의 기운을 빼앗아 간다고 해서 도적풍이라 부르고 다른 말로는 음풍, 질풍, 살풍 등 온통 부정적으로 부른다. 골바람이 부는 곳에 집이나 묘가 있으면 건강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골바람을 막기 위해서는 터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제비집과 같은 분지형 지세가 유리하다. 뒤편에는 주산이 있고 좌청룡과 우백호가 터를 에워싸며, 앞에는 안산이 다소곳이 있어 바람을 막아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 합천 해인사와 같은 지형인데, 국보급 천년고찰들이다. 만약 당신이 좋은 터를 얻고자 하면 이들 사찰과 같은 지세를 찾으면 된다.

강이나 하천은 곧고 길게 흐르는 것보다 크게 굽이치면서 서서히 흘러야 좋은 물길이 된다. 풍수에서 물은 재화로서 경제력과 경쟁력을 의미한다. 세계의 4대 문명 발상지는 모두 큰 강을 끼고 있으며, 런던, 파리, 로마, 모스크바, 베를린, 서울, 상해 등의 유서 깊은 도시들도 유연하게 굽이치는 강물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작게는 하회마을처럼 낙동강이 감싸며 흐르는 곳이 최적의 터가 된다. 

특히 여러 물줄기가 합수되는 곳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시장이 서며 재물이 쌓여 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울산 북구 신천동은 4줄기 물이 합수되는 곳이다. 예전에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불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구가 밀집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학교만 17곳일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청동기시대 대규모 취락지가 발견되었는데, 삼천 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과 현대인들이 터를 정하는 방법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수는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학문이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이때의 물길은 큰 강물일 필요 없으며 집 주변의 작은 하천이면 된다. 전국의 재래시장은 모두 작은 천변에 자리했으며, 서울의 청계천 변에는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평화시장, 벼룩시장, 중부시장, 중앙시장, 축산시장 등이 밀집되면서 전국의 거의 모든 상권이 집중되어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부자가 되려면 물길이 모이는 곳을 찾으면 된다.

 

최고의 물길, 구비 치며 들어오는 물길

뭐니 뭐니 해도 물길 중에서 최고의 물길은 터 앞에서 구비 치며 들어오는 것이다. 풍수고전에서 말하기를 당신이 빨리 부자가 되고 싶으면 물이 앞에서 들어오는 곳을 찾으라고 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은 2000년 필자가 자문한 곳이다. 이곳은 애초에 농협 본사 건물로 지었으나 입주하지 못하고 매물로 나온 것을 필자가 권유하여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수한 것이다. 이곳에서 보면 터 앞에서 작은 물길이 구불구불 들어와 사옥 뒤로 흐른다. 물이 앞에서 흘러오는 것은 재물이 밀물처럼 들어오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사옥을 정하면서 승승장구하여 재계 2위까지 오르게 된다. 

바닷가는 뉴욕, 도쿄와 같이 만(灣)을 이루는 곳이 되어야 한다. 넓은 망망대해가 펼쳐져 보이면 물이 분산된 것이므로 재물도 흩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드넓은 바다가 보이면 가슴 후련한 풍광이니 잠시 머물다가는 휴양지로 적합한 곳이다. 

항구도시 부산은 부산항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영도와 조도, 좌측에는 신선대가 에워싸듯 만을 형성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항구도시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부산항대교, 오륙도방파제 등의 인위적인 구조물이 다시 한번 물을 가두는 모습이니 갈매기도 몰려드는 재물이 풍족한 도시가 된 것이다. 

이상 보았듯이 풍수에서 말하는 악지와 길지는 일반상식적인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경험과 지혜만으로도 얼마든지 악지를 피할 수 있으며, 길지를 구할 수 있다.

땅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으며 용서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바람 잔잔하고 물이 모이는 곳에 터를 정하면 건강하고 부자가 된다.

 

부산항대교와 오륙도방파제의 구조물이 다시 한번 물길을 가둬 재물이 풍족한 도시로서의 입지를 갖춘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