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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음악으로 만나다
작곡가
베르드지히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 기념

글_ 허서현 월간 ‘객석’ 기자

 

체코 출신 작곡가 중 가장 잘 알려진 이는 드보르자크입니다. 체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같은 명곡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드보르자크보다 앞서 클래식 음악계에 체코의 존재를 드러낸 작곡가가 있습니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베드르지히 스메타나(Bedřich Smetana)입니다. 

 

5월에 찾아오는 축제 속 스메타나

매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가 열립니다. 전 세계 유수의 클래식 음악가가 모이는, 말 그대로 ‘국제적인’ 행사죠. 1946년에 시작된 이 축제는 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에 시작됩니다. 게다가 축제의 첫 곡은 언제나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Má vlast)>. 이렇듯 축제에는 체코인들이 가진 스메타나에 대한 존경심의 깊이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스메타나는 생전에 자신의 음악 활동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운동 정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스메타나가 태어난 1824년은, 체코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대입니다.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처럼 자국의 언어조차 쓸 수 없는 상태였죠. 우리에게 독립운동의 역사가 있듯, 체코에서도 민족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외국에서 생활 중이던 스메타나는, 민족 운동이 활발해지자 조국으로 돌아와 자국어 오페라를 작곡하는 움직임을 주도하는 등 이 역사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이 시기 그가 작곡한 첫 체코어 오페라 <팔려 간 신부>는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동력이자 체코인들의 자부심이 된 것이죠. 

 

스메타나의 리토미슐 축제 2023년 앰블럼 

 

조국의 풍경을 그려낸 작곡가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의 첫날에 연주되는 교향시 <나의 조국>도 그의 민족주의 성향이 깊게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6개로 구성된 이 작품은 체코의 자연이나 역사, 설화를 제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중 두 번째 곡인 ‘블타바(Vltava)’는, 프라하를 흐르고 있는 블타바강의 물줄기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명곡입니다. 플루트의 울렁이는 솔로로 시작하는 ‘블타바’는 곧이어 넓게 펼쳐지는 현악의 선율로 이어집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이어져 온 체코인들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이 곡은 일면 익숙한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도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몰다우’라는 독일식 발음으로 더 많이 불리는 작품이긴 하지만, 체코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꼭 ‘블타바’로 정정해서 부르고 있답니다. 

올해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는 어김없이 스메타나의 기일인 5월 12일에 시작되었습니다. 축제가 열리는 극장, 오베츠니 둠(Obecní dům)은 연주 감상은 물론 관광 명소로도 꼭 방문해 보아야 하는 곳입니다. 체코의 자랑인 또 한 명의 예술가, 화가 알폰소 무하의 회화 작품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죠. 아르누보 식 건축의 아름다움을 커피를 마시며 느낄 수 있는 1층의 카페테리아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입니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따라 들어서면 작곡가의 이름을 딴 ‘스메타나 홀’이 고풍스러운 매력을 뽐냅니다.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나의 조국>으로 시작되는 올해 축제에는 한국인 피아니스트 조성진(5월 24일)의 독주회도 예정되어 있답니다. 

 

로브코비츠 전시관

 

 

프라하 성 내 로브코비츠 성 입구

 

그의 생가 옆에서는 화려한 오페라 축제가!

프라하에서 차로 두 시간여를 달리면 스메타나의 숨결이 숨어 있는 또 다른 도시, 리토미슐에 도착합니다. 이 작은 도시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성 리토미슐이 있습니다. 매년 6월이면, 이곳에서 음악 축제 ‘스메타나의 리토미슐(Smetana Litomyšl)’이 열립니다. 이 도시가, 바로 작곡가 스메타나의 고향입니다.

성 리토미슐 바로 옆에는 스메타나가 태어난 생가가 남아 있습니다. 스메타나 생가가 성과 이웃한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양조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양조권’은 성주가 가지고 있는 권력 중 하나였고, 성주가 단 한 사람에게만 운영의 권한을 주었습니다. 스메타나의 가족이 성 리토미슐의 근처에 거주한 이유죠.

이처럼 스메타나와 성 리토미슐의 인연은 깊습니다. 이 성 내에서 진행되는 ‘스메나타의 리토미슐’ 축제는 올해 66회를 맞이할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시작할 당시에는 스메타나의 작품만을 연주할 정도였죠. 지금은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초여름의 축제 시즌이 다가오면 도시 곳곳에 클래식 음악이 쉬지 않고 울려 퍼집니다. 작은 마을에는 클래식 음악을 즐기기 위한 인파로 북적거립니다. 스메타나의 탄생 200주년을 맞은 올해, ‘스메타나의 리토미슐’ 축제의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합니다. 바로 스메타나의 오페라 전부를 무대에 올리기 때문이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메타나의 오페라는 체코어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습니다. 그가 남긴 8개의 오페라가 전부 축제에서 공연되는 만큼 오는 6월, 체코의 리토미슐은 더욱 화려한 시즌을 앞두고 있습니다. 


블타바강 옆 스메타나의 동상 

 

● 2011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연주된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블타바'를 감상해 보세요.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블타바’. 오베츠니 둠에서 체코 필하모닉의 정체성이었던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의 지휘로 프라하 음악원 심포니가 연주하고 있다. 2011년 프라하 봄 국제 음악 축제 실황. 체코 작곡가의 작품을 더 감상해 보고 싶다면 꼭 작곡가 명과 함께 이르지 벨로흘라베크(Jiří Bělohlávek)의 이름을 추가해 검색해 보길 추천한다. 체코 클래식 음악 해석에 권위를 가진 그의 지휘는 어떤 작품에서도 보헤미아만의 흙냄새를 물씬 풍겨준다. 

 

◆ 체코에 숨겨진 음악 명소들

프라하성 속 로브코비츠 가문의 베토벤 컬렉션

프라하의 야경을 책임지는 ‘프라하성’은 체코의 필수 관광 명소다. 성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답게 곳곳이 아름답다. 그중 로브코비츠 가문의 성은 숨겨진 보물 같은 공간이다. 작곡가 베토벤(Beethoven)의 주요 후원자였던 이 가문에게, 베토벤은 자신의 교향곡 3·5·6번을 헌정했다. 성안에는 베토벤 당대의 악보는 물론 모차르트·글루크 등의 악보가 전시되어 있다. 

 

모차르트의 프라하 사랑 '에스테이트 극장'

‘모차르트’ 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단연 오스트리아의 빈(Wien)이지만, 체코의 프라하도 그와 깊은 인연이 있다. 모차르트(Mozart)가 당시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겪으며 빈에 대한 피로도를 느끼던 때, 프라하는 모차르트의 작품에 열렬히 환호했기 때문. 모차르트는 자주 프라하를 방문했고, 자신의 교향곡 38번의 부제도 <프라하>로 남겼다. 특히, 그의 오페라 작품 중 대표작 <돈 조반니>의 초연을 프라하에서 가졌다. <돈 조반니>가 초연된 극장 ‘에스테이트(Estate Theatre)’는 지금도 남아 있다. 

 

완벽한 음향의 드보르자크 홀이 있는 ‘루돌피눔’

스메타나가 체코 음악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면, 그 흐름을 이어 체코 작곡가로서 세계적 인기를 이끈 이는 드보르자크(Dvorak)다. 드보르자크의 동상이 서 있는 공연장, 루돌피눔(Rudolfinum)에는 ‘드보르자크홀’과 ‘수크홀’이 자리 잡고 있다(요제프 수크 또한 체코 출신의 작곡가). 드보르자크홀은 특히 훌륭한 음향을 보유한 홀로 많은 연주자들에게 사랑받는 리코딩(Recording) 장소다. 이 공연장에 상주 중인 체코 필하모닉은 지난해 내한, 그 해 내한한 가장 훌륭한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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