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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아 다시,
날아오르다

이진욱 하늘누리 비행학교 대표


경기도 화성시, 서해안에 면한 우정읍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머리 위에서 경비행기 엔진음이 들려왔다. 목적지가 가까웠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른 은퇴를 결심하고 인생 두 번째 도전에 나선 이진욱 하늘누리 비행학교 대표를 만나봤다.


꿈을 꾸다

미지에 대한 동경, 자유… 이진욱 하늘누리 비행학교 대표가 오늘도 조종간을 잡는 이유다.

이 대표는 국민학교 3학년 시절, 모형글라이더 대회에서 수상한 것을 계기로 비행을 꿈꾸게 됐다.

“당시 보라매공원에서 모형글라이더 대회가 열렸는데 문득, 종이를 발라 만드는 글라이더에 종이보다 매끄러운 걸 씌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해서 주방용 랩을 씌운 비행기로 출전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능을 내준 덕분에 대상을 받았죠. 그때부터 ‘언젠가 꼭 비행이란 걸 해보고 싶다’하는 꿈을 가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이 대표는 공군사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재차 도전하기엔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설상가상 건강도 나빠졌다. 비행을 배우기 위해 유학비용을 차곡차곡 모으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꿈을 잠시 접어야만 했다.

“결국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어요. 로보틱스 공학을 전공하고 IT엔지니어로 일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벤처 붐이 일었을 때, 제가 다니던 회사가 상장했고 덕분에 꽤 큰돈을 벌게 됐습니다. 삼십대 중반에 은퇴를 할 수 있는 돈이 생겨서 어릴 때부터 꿨던 꿈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죠.”


 

하늘문을 열다

이 대표가 처음 하늘누리 비행학교를 세운 건 2015년도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엔 비행장 허가 제도가 없었다. 관련법이 없으니 활주로를 건설할 부지만 있으면 누구든 비행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 대표 역시 비행장을 운영하며 유유자적 은퇴생활을 즐기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2014년 진도 연안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은 뒤 정부는 물론 국민들까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면서 항공·지상·해양레저 안전법이 발의 됐어요. 그게 제가 막 비행장을 연 2015년도였죠. 그러다보니 이전에 마구잡이로 운영되던 비행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각종 안전규제와 시설 규격 등을 만족하지 못한 거죠.”

줄줄이 폐쇄되는 비행장들을 지켜보면서 이 대표는 비행장을 폐쇄하지 않고 오히려 본격적인 운영을 추진했다. 관련법에 따라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다면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어떻게든 비행장을 정상 운영하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들도 비행장 관련법을 모르던 시절이라 인허가 받는 것도 힘들었어요. 어찌어찌 허가 받고, 활주로 근방에 잔디 심고, 굴삭기로 수로 파고… 아무튼 고생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투자도 받게 되고 3년 뒤인 2018년부터는 어느 정도 매출이 신장됐습니다. 혼자만의 만족을 위해 시작한 비행장이 어엿한 사업장이 된 겁니다.”



 

비행의 대중화, 꿈을 좇는 이들을 위해

이 대표가 이런 고생을 마다 않은 건 비단 그의 사업가 기질 때문만은 아니었다. 비행을 하며 느끼는 자유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었던 바람도 컸다.

“어릴 때 남학생들이라면 한번쯤은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시기가 있잖아요? 저만 그랬나요? (웃음) 아무튼 나이가 들어도 꿈을 좇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을 텐데 저만 이 즐거움을 누리기보다는 많은 분들이 어린 시절의 감정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비행을 레저로서 대중화시키기로 결심한 이 대표는 은퇴 전보다 더 바쁜 삶을 살아야했다. 연습용 비행기를 정비하고 새로운 기체를 구입하고 시설을 보수하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비행에 대한 편견, 그걸 깨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비행은 위험하다, 돈이 많이 든다, 배우기 어렵다는 편견이 아직도 상식처럼 사람들 인식에 자리 잡고 있으니까…. 근데 비행기만큼 안전한 탈것은 없습니다. 이동거리, 시간대비 사고율이 가장 낮은 탈것입니다. 매스컴에 비행기가 등장할 때라곤 사고가 났을 때뿐이니, 대중들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비행장에서 운용하는 2인승 경비행기는 600kg 이하의 무게로 제작되는데, 이렇게 가벼운 기체는 비행 중 엔진이 꺼지더라도 무동력 활강이 가능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날렸던 모형 글라이더처럼요. 그러니 기체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이륙했던 비행장 활주로로 활강, 착륙하면 됩니다. 이 또한 교육 과정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비행은 경비가 많이 들고 배우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물음에도 이 대표는 입을 열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즐기는 레저라는 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거금을 들여야 하는 취미는 아닙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골프 치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고 보면 됩니다. 비행을 배우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아요. 각 지역 비행 학교에 문의하면 연습허가서 발급부터 체험·연습 비행까지의 과정을 친절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에디터가 앉아본 경비행기 조종석은 상상하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수많은 버튼과 수동조작 장치가 있는 조종석이 아니라, 훨씬 직관적으로 설계된 파일럿 친화적 시스템이 구축돼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날갯짓, 더 멀리

이 대표는 비행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현재 2인승 비행기로 짧게는 5시간, 길게는 8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한데, 이는 한반도 내륙의 공항은 물론 이웃나라 일본까지도 비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단은 교육생들이 직접 비행해서 제주도나 울릉도 공항에 착륙, 현지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관광상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일본까지도요. 승용차 타고 다른 도시 방문하듯 일본에 다녀올 수 있는 기술력이 이미 갖춰져 있으니, 현지 공항과 협의만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이진욱 대표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이 대표의 표정은 아마 모형글라이더에 랩을 씌우던 학생 이진욱 군의 표정과 같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비행을 망설이고 있는 이들에게 당부했다.

“하늘을 날아보겠다 하는 꿈을 품었던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망설이지 말고 비행학교를 찾아주세요. 저희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비단 비행을 꿈꾸는 분들뿐만 아니라 잊고 있던 꿈을 다시 좇는 모든 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