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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머니룩?
패션으로 이어지는
경제 트렌드


글_ 조효정 신평동금융센터 PB팀장

 

패션은 많은 것을 투영한다. 사람의 성격, 가치관, 재력과 같은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이고, 사회적 관념, 분위기 등 거시적인 차원도 모두 반영한다. 유행하는 패션에는 당시의 경제 상황 또한 포함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패션을 통해 경제 트렌드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뉴머니 룩’과 ‘올드머니 룩’을 통해 현 경제 상황과 경제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자.

 

금수저들이 선호하는 올드머니룩

그렇다면 먼저 올드머니룩이 무엇인지부터 가볍게 알아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올드머니가 무엇인가? 경제에 관심이 많던 사람이라면 보자마자 알아차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올드머니(Old Money), 직역하자면 늙은 돈,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스스로 창출하지 않고 물려받은 돈 또는 사람’을 의미한다. 흔히 우리가 ‘금수저’라고 부르는 이들을 총칭하는 말인 것이다.

‘올드머니룩’은 말 그대로 ‘금수저들이 선호하는 옷’인 것이다. 로고 플레이를 지양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 그렇지만 최고급의 소재를 통한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정반대의 단어로는 ‘뉴머니룩(New Money Look)’이 있다. 화려한 디자인, 강렬한 로고 플레이 등을 통해 브랜드, 부를 과시하는 패션을 통칭하는 말이다.

여기까지만 들어서는 경제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2022년, 패션의 트렌드는 ‘뉴머니룩’이었다.

다시 말해, ‘뉴머니룩’에서 ‘올드머니룩’으로, 패션의 트렌드가 ‘이동’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뉴머니’에서 ‘올드머니’로의 이동

2022년 전까지 있었던 많은 경제 트렌드를 정리하는 말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초저금리, 끌어다 쓰는 투자와 소비’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 당시에 유행하던 단어들을 살펴보면 ‘플렉스’, ‘욜로(YOLO)’, ‘영끌’, ‘빚투’ 등이 있다. 초저금리를 이용한 대출, 투자와 이를 통해 번 자산을 과시적으로 뽐내는 것에 관한 단어들이 많았다. 그때 우리는 ‘공격적인 투자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과시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플렉스’를 외치는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눈빛은 예전과 달라졌다. 2023년 말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던 ‘무지출 챌린지’, ‘현금 생활 챌린지’, ‘중고거래 열풍’, ‘앱테크’ 등을 살펴보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과시적인 자랑에 학을 뗀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이 ‘플렉스’를 외칠 만큼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024년 현재까지 계속 진행형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를 휩쓴 원자재 부족 현상, 그에 따라 전 세계를 휩쓴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멈출 생각이 없는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0%대였던 금리를 5% 이상까지 올려버리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당연히 레버리지를 통해 투자하던 ‘뉴머니’들은 이전과 같이 자산을 성장시키기는 어려워졌다. 오히려 현 자산보다 부채가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건 상대적이라고 하던가, 굳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올드머니’들이 반사적인 이득을 얻게 되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뉴머니’를 동경하던 것에서, ‘올드머니’를 동경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패션 시장도 ‘올드머니’들을 위한 의류를 매대에 걸어놓기 시작했다.

이렇게 ‘뉴머니’들이 사양길을 걷고 ‘올드머니’들이 상승세를 보이자 패션 트렌드 또한 ‘뉴머니룩’에서 ‘올드머니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올드머니’ 시대, 안전자산의 급등과 비트코인

그렇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올드머니’의 시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먼저 알아볼 것은 안전자산 시세의 상승인데, 경제와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면 안전자산인 금의 시세가 상승세를 띤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정보일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눈여겨볼 점은 비트코인 또한 시세가 같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의 한 종류로서 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와는 많이 다른 발상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흔히 가졌던 이미지는 ‘위험자산,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한 가치에 대한 불신’이었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안전자산 이미지와는 거리가 많이 멀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오히려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 현재, 탈중앙화 화폐라는 특성에 힘입어 반사적으로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보인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확실히 안전자산의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하지 않을까.



 

새로운 경향, ‘무지출·무소비 트렌드’

두 번째로 알아볼 것은 ‘무지출 트렌드’이다. 앞서 설명했듯, 2021년은 ‘플렉스’의 해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고 2023년부터 ‘무지출’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소비 행태 빅데이터 12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무지출’, ‘무소비’ 언급량은 2021년 하반기에 비해 30%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많은 2030 세대들에게 각광받는 무지출 챌린지는 간단하다. ‘일정 기간 동안 하루 동안 0원 쓰기’. 생각보다 파격적인 챌린지이다. 아예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가능할 것도 같다.

무지출 챌린지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챌린지 시작 전날까지 챌린지 기간 동안 식사에 사용할 식재료나, 꼭 필요한 생필품만을 구매한다.

그리고 챌린지가 시작되면, 회사에 출근할 때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회사에서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중간에 커피나 군것질은 일절 하지 않고,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활용하며 완전히 ‘소비 0원’에 도전하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 보상형 플랫폼

‘0원 쓰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새로운 방안도 있다. 바로 ‘앱태크’인데, 보상형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앱태크는 ‘디지털 폐지 줍기’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단순히 광고를 시청하고 돈을 받는 단순한 형태였다면, 현재에 이르러서는 퀴즈, 게임, 운동 등 다양한 부분으로 확장되어 재미도 얻고 돈도 버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형태로 진화했다. 앱테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보상형 플랫폼의 특징과 포인트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도 생기고, 보상형 플랫폼의 종류를 정리해 보여주는 앱까지 등장했다. 티끌 모아 태산, 부수적인 이익을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이러한 형태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다.

2024년, 찾아볼 수 없던 고금리·고물가 시대를 맞이한 현재, 세상은 ‘뉴머니’에서 ‘올드머니’들로, ‘플렉스’에서 ‘무지출’의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소비 방법을 바꾸어 가며 적응하고 있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시대가 도래하고 또 어떤 방식의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