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친환경 경영을 하는 것처럼 또는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꾸미는 행위를 말한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그린워싱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그린워싱 비판을 받는 기업들
한 글로벌 신발제조업체는 ‘플라스틱 폐기물 종료(END PLASTIC WASTE)’로고를 홍보 이미지로 사용한 적이 있다. 친환경적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품 전체가 아닌 일부만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업은 그린워싱 비판을 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유죄판결을 받기까지 했다. 국내 한 화장품 기업도 그린워싱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발단은 종이 용기를 쓴 것으로 홍보한 데서 시작됐다. 문제는 용기 안에 플라스틱 용기가 덧대어 있었다는 점.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겉에다 종이를 써 플라스틱 사용을 크게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용기 전체가 종이인
것으로 소비자들이 잘못 인식하게 한 점이 패착이었다. 그린워싱은 금융상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ESG 집중 ETF 펀드인 ESGU의 경우 기후 전체 자산의 3.1%를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석유와 가스 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ESG 관련 펀드들이 저탄소를 내세운 포트폴리오의 3분 1을 역시 석유와 가스 부분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속가능 성과 과장하는 사례 빈번해
그린워싱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실제와 다르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명백한 그린워싱 사례이다. 또 신뢰할 수 없는 제삼자의 인증이나 자료 등을 내세우면서 입증되는 않은 친환경 주장을 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근거없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라고 하는 광고가 대표적 예이다. 소비자들의 오해를 유발하는 애매한 주장도 있다. ‘올 내츄럴(All-natural)’이라고 하는 홍보 문안이 그렇다. 비소와 우라늄 등은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지만 유해하다. ‘올 내츄럴’이 반드시 양질의 친환경 품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역설적으로 그린워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가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CEO 중 58%가 지속가능 성과에 대해 과장하거나 잘못된 주장을 펼쳤다고 인정했다. 에델만의 조사에서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7개국 투자자의 82%가 기업들이 ESG 경영 성과를 자주 과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보다 기업의 자율적 노력이 더 중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린워싱에 대한 정확한 판단 기준이 없는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ESG 경영 압박에 직면한 기업들이 무리하게 성과를 부풀리는 단기성과주의에 의해 움직이는 게 주요 원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그린워싱이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준다는 데 있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잘못 구매하게 하는 등 합리적 소비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환경 관련 표시·광고지침을 개정해 이를 방지할 기준을 제시했다. 예컨대 침대 중 매트리스에 대해서만 친환경 인증을 받았는데도 ‘친환경 침대’로 홍보하면 기만 광고라고 규정했다. 환경부도 ‘친환경 경영활동 광고·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린워싱을 막기 위해서는 규제도 규제지만 기업 스스로 자율적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 허위 주장은 당연히 하면 안 되며 정확한 인증 등에 근거한 홍보로 과장 광고를 하지 않아야 한다. 또 측정 결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활용해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주장을 하고 오도할 수 있는 이미지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