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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적정기술의 세계

전 세계적으로 저렴한 핸드폰들이 많이 공급되고 있어서, 이제 저개발국가 사람들도 쉽게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꼭 낮은 수준의 기술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같은 하이테크를 이용한 적정기술도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글_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저개발국가에서도 많이 쓰는 스마트폰 활용 

해외의 저개발국가를 다녀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이라면, 굳이 유전 전화선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무선 전화망을 구성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핸드폰에 들어가는 정교한 반도체 부품들을 직접 생산하여 조립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저렴한 스마트폰들이 많이 공급되고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미 보유하고 있게 되니, 이를 활용한 적정기술들도 많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코라네트워크 토큰


 

금융 서비스에서 안과 질환 검사까지

은행이 많지 않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송금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많고, 수수료 부담도 크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의 딕슨 응소포(Dixen Nsofor)는 비교적 저사양의 구식 핸드폰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서 코라네트워크(Kora Network)이라는 금융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서비스의 가상화폐인 코라네트워크토큰은 실제 화폐하고 1:1로 교환이 가능하고, 통신회사, 은행 및 마을 공동체들과 협력해서 현지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또한,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The 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에서는 안과 검진을 받기 어려운 저개발국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스마트폰 앱 피크 비전(Peek Vision)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또, 이를 더욱 발전시켜서, 스마트폰의 플래시와 카메라를 활용, 근시, 색맹, 백내장 등의 안과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반 장치인 피크 레티나(Peek Retina)를 개발하여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2020년 이후부터는 피크 레티나를 판매하지 않지만, 공공의 눈 건강 증진을 돕는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네요.

 


100달러 노트북 

 

고가였던 노트북을 100달러에 공급하다

한편, 2005년에 MIT가 중심이 되어서, 저개발국가의 어린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 한 명에게 노트북 하나씩을: OLPC (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에는 너무 고가였던 컴퓨터를 100달러 미만으로 저렴하게 개발하여, 저개발국가 어린이들에게 공급하자는 계획이었는데, 구글, AMD 등 여러 유명 기업들이 참여하여 의욕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이 프로젝트 자체는 기대한 것만큼의 효과는 보지 못하고 종료되었는데요. 당시 기술로는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적당한 사양의 컴퓨터를 개발하지 못했고, 교육 콘텐츠의 부족 및 많은 나라에서 어린이들이 교육을 받기 용이한 사회 여건 조성이 미흡했던 점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저개발 지역의 교육에 이용하려는 노력들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스타트업인 에누마에서는 2021년부터 5년간, 태블릿을 활용한 초등교육 프로젝트로, 인도네시아에서 미취학~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인도네시아어, 영어, 수학 기초교육 과정인 ‘에누마 스쿨’ 서비스를 태블릿 12,000대 규모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저개발 국가에서도 적절한 수준의 하이테크를 이용한 적정기술이 더욱 널리 보급되어 현지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