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항상 제 화두라서 어떤 프로그램이 되었든 사람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 거예요. 사람 문제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도 보이잖아요. 그게 방송의 기능과도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규홍 촌장엔터테인먼트(주) 대표, <나는 SOLO> 연출

365일 화제의 중심
아마 이 프로그램 때문에 매주 수요일 밤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혹여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더라도 영철, 영숙, 옥순 등의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터. 그 정도로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프로그램, 바로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SOLO>(이하, 나는 솔로)다.<나는 솔로>는 솔로 남녀가 ‘솔로나라’에 모여 5박 6일간 동고동락하며 자신의 사랑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2021년 7월부터 방영하여 한 기수당 최소 5회, 최대 11회 분량이 방송되며 현재 18기가 방송 중이다. <나는 솔로>의 특징은 출연자가 본명이 아닌 ‘영철’, ‘영숙’ 같은 가명으로 생활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마지막 날에 마음에 드는 이성을 최종 선택하는 순간 서로에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밝힌 남녀가 커플이 된다. 최근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프로그램이 많이 방영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솔로>의 인기는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프로그램의 어떤 점이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나는 솔로> 연출진에서 ‘남규홍’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다. 촌장엔터테인먼트 남규홍 대표는 <나는 솔로> 이전에 <짝>, <스트레인저>로 데이트 예능 프로그램에서 실력이 검증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남규홍 대표는 자신도 모르는 뭔가가 자꾸 사랑 이야기를 하도록 이끄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실은 그가 오랜 시간 사랑을 통해 써내려 가고 있는 건 ‘사람 이야기’였다.
“지금도 매 순간 개개인의 사랑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매주 변주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보았다』 프롤로그 중에서
‘솔로나라’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저는 줄곧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사회든 환경이든 사람을 중심에 놓고 바라봅니다. 제가 해 온 프로그램들 역시 사람 이야기를 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파생된 거고요.” 남규홍 PD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래서 <나는 솔로>의 인기는 사람에 대한 그의 관심이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에게까지 닿았기 때문에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출연자들은 ‘솔로나라’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때로는 현실에 순응한다. 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남규홍PD는 그런 모습이 꼭 남녀 관계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에 그 안에서 사람 간의 관계, 나아가 우리 사회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방송 후 재미있었다는 반응 외에도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 깨달음을 얻었다는 후기도 자주 등장한다. 참고로, <나는 솔로> 출연자는 출연 신청을 한 사람 중 사전인터뷰를 거쳐 섭외한다. 인터뷰는 인격적인 면과 됨됨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람을 소개시켜 주는 일인 만큼 기본적으로는 신분과 직업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확인을 거친다. <나는 솔로>에 출연해 결혼에 이른 커플만 일곱 쌍이나 된다. “솔직히 어떤 이유로 결실을 맺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각자의 인생이고 운명이니까요. 그런데 확실한 건 이곳(솔로나라)에서는 바깥에서 2~3년을 만난 것에 버금가는 밀도나 농도가 생겨요.” 사회에서 남녀가 만나 함께 생활해 보기 전까지 상대를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은 자신과 상대방 사이에 벽을 세워두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자신을 거짓으로 포장하더라도 방송이 나가면 사실이 밝혀지니 상대를 속일 수도 없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사회성도 드러난다. 그러니 이런 환경적인 요인이 결실을 맺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라고.
부산은행과 재미있는 인연
남규홍 PD와 부산은행 사이에는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만한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 <나는 솔로>에 출연한 사람만 218명. 그중 그에게 유독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출연자 중 한 사람이 부산은행 직원인 11기 영철이다. “첫인상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캐스팅했어요. 프로그램을 진정성 있게 대해 줬고, 긍정적인 기운을 준 인물이라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훈훈한 외모의 11기 영철을 비롯해 영화 같은 장면을 보여준 9기 광수, 옥순, 영숙, 굉장히 이슈가 된 16기 영숙, 상철이 프로그램에서 핵심적인 활동을 한 출연자들인 만큼 시청자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을 거라 예상했다. 다만, 이처럼 이슈가 되는 인물의 등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프로그램 화제성 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뜻하지 않은 논란이 불거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혹여 확인되지 않은 부분들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뒤따르는 것이다. 출연자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항상 안고 있는 고민이다. 그런데도 출연자들과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그와 스태프들이 이 프로그램을 즐겁게 만들어 가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규홍 PD는 출연자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앞으로도 계속될 사람 이야기
현재 남규홍 PD는 <나는 솔로>, <나솔사계>(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두 개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일주일 내내 작업해서 하루 방영되는데, 그는 수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개의 방송을 총괄하고 있어 시간도 빠듯하고 체력적으로도 힘이 든다고. 하지만 제작사 대표로서, PD 선배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제가 기틀을 마련해 놓으면 제가 없어도 누군가 프로그램을 이어서 할 수 있잖아요. 함께하는 PD가 30명 가까이 되는데,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여행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고 있으며, 유튜브로 먼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계획이다. “사람이 항상 제 화두라서 어떤 프로그램이 되었든 사람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 거예요. 사람 문제를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도 보이잖아요. 그게 방송의 기능과도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랑에 이어 또 다른 소재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나갈 그의 새로운 프로그램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