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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ESG 경영
어떻게 해야 하나?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새로운 경영의 틀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ESG. 한국 기업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형식적인 틀은 어느 정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은 상태이다.


글로벌 평균치 밑도는 ESG 점수 

먼저 한국 기업들의 ESG 성적표를 들여다보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8개국의 52만여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의 ESG 점수는 11.50점으로 글로벌 평균치인 20.66점을 밑돌고있다. ESG 등급도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 한국ESG기준원이 공표한 2023년 등급을 보면 가장 높은 S등급을 받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A+ 기업도 전체의 2.4%인 19개 사에 그치고 있다. ‘불합격’이라고 볼 수 있는 B, C, D 등급은 전체 상장사 791개 중 459개로 10개 중 6개에 달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ESG 경영의 형식을 갖춰가고 있는 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진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통상 ESG 경영을 얘기할 때 먼저 점검해보는 것은 ESG위원회 설치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여부이다. ESG위원회의 경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대기업집단은 63%가 넘는 기업이 이를 두고 있다. 하지만 기업집단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의 설치 비율은 6.95%에 불과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상황은 같다. 자산 규모가 2조 원이 넘는 유가증권 상장사의 보고서 발간 비율은 66%인 데 비해 유가증권과 코스닥 상장사의 전체 평균 비율은 9%에 머물고 있다.

 

 

 

ESG 경영의 모범, 부산은행 

이런 상황에서 부산은행의 ESG 경영은 돋보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지난 9월에 600억 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쓰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는 채권인데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과 2차전지 장비제작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입된다. 부산은행은 지역 스타트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방성빈 행장이 취임한 4월부터는 매달 첫 번째와 세 번째 금요일을 ‘환경을 위해 애쓰지(ESG) 날’로 정하고 직원들의 텀블러 이용 등을 권장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앞으로도 그린뱅크로서 친환경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과 더불어 ESG경영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어서 그 행보가 주목된다. 이렇듯 ESG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도 있지만 ESG를 주로 규제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이 되돌아볼 대목이다. ESG를 규제로만 간주하고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것으로 볼 경우 ‘별을 놓치는’ 잘못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은 이 부분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있다. KPMG가 최근 펴낸 ‘2023 CEO 전망’을 보면 미국경영진 중 74%는 ESG를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5년 안에 ESG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는 CEO 비율은 82%에 달하고 있다. 딜리전트 연구소가 글로벌 기업의 이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ESG를 리스크 못지않게 기회로 본 기업 비율이 75%에 달했다.




규제가 아닌 기회로 바라보아야 

사실 ESG는 경영과 가치사슬 전반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내재화해서 기업의 중장기 가치를 제고하는 데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ESG 경영을 해나가면서 바라보고 가야 할 ‘별’이라는 얘기다. 한국 기업들이 ESG를 주로 규제로 체감하는 것은 구력이 짧아 성공 경험이 많지 않은 탓일 것이다. 그럴수록 멀리 내다보며 ‘별’을 바라보는 시선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ESG가 당장은 입에 쓸지 모르지만 결국은 기업의 체질을 질적으로 개선해 가치를 키우는 ‘양약(良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