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KBS <국민영수증> 금융멘토
다가오는 새해인 2024년에도 한국 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어두운 경제 전망 속에서도 내년도 자산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하면서 다가오는 새해인 2024년도 마저 한국 경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모양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만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급격히 줄어들어 경기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세계적으로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의 3高(苦)의 기조가 유지되는 분위기에 우리나라는 달러 강세까지 더해져 고환율이란 어려움까지 가중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움은 내년도에 정점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위기란 늘 변화를 만들고 기회가 되어 왔던 만큼 어두운 경제 전망 속에서도 내년도 자산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분명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경기 변동와 재테크, 즉 자산시장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2024년 경제 난관의 중심에 있는 가계부채 문제
2024년도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2.3%, 국제통화기금(IMF) 2.3%, 아시아개발은행 2.3%인데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이보다 더 낮은 2.2%를 전망했다. 그만큼 내년도에 경기하락의 큰 흐름을 바꿀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 875조 6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3분기 말 잔액이 1천 759조 1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는데, 또다시 주택담보대출이 1천 49조 1천억 원으로 2분기보다 17조 3천억 원 급증하며 최대 잔액 기록을 또 경신한 것이다. 이것은 2024년도에도 여전히 유지될 고금리를 감안하면 내년 경제에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며 아울러 수출이 살아난다고 해도 내수경제에 결정적인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다. 결국 내년도 자산시장은 기술적 반등은 있을지 몰라도 대세 상승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기변동과 자산시장 움직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은 동행하지 않고 자산시장이 먼저 선행적으로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주식과 같은 자본시장의 움직임은 경기에 영향을 받지만 오히려 경기를 선행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기 하락이 지속되면 곧 이어질 경기 회복이나 상승의 기대감으로 실물경제가 살아나기 훨씬 전부터 먼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자산시장은 이런 경기변동보다는 2022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 억제정책, 즉 금리 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2024년도 찾아올 경기 침체에 만일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뀐다면 경기가 살아나기도 전에 그 기대감만으로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자산시장 중에서도 부동산은 대체로 경기에 후행하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먼저 움직이는 성격이 강해져 주식만큼은 아니더라도 경기에 선행 내지는 동행하는 모양새다. 이 말은 결국 최근의 자산시장은 경기 외에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즉 2024년도에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고금리를 유지할 것인지가 자산시장에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미국경제의 움직임에 따른 2024년도 자산시장 시나리오
그렇다면 2024년도는 미국의 경기하락의 속도에 따라서 통화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그에 따라 자산시장이 단기적으로 반등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다. 현재 2024년도 미국경제전망은 경기침체 VS 경기 연착륙 이란 두 가지 전망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따라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미국경제전망과 자산시장의 변화를 예상해보자. 얼마전 미국 상무부는 자료를 통해 2024년도 분기별 미국경제의 성장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24년 1분기와 2분기는 –1.0% 그리고 –0.8% 성장으로 경기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면 보통 경기침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반면 3분기와 4분기에는 다시 1.9%와 2.2%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미국이 경기 침체가 온다면 연준은 지금까지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기 위해 유지하던 고금리를 버리고 경기를 살기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그렇다면 고금리에 짓눌려 있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상반기에 기술적 반등할 것이다.
아마 최근 주식시장에 돈이 잠겨있는 분들은 이런 시나리오를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그 말은 결국 경기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런 반짝 상승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하반기에는 자산시장의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경제가 연착륙한다면 고금리는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서 오히려 상반기 자산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계속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면 결국 머지않아 회복과 상승이라는 기대감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하반기에는 상승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발표 미국 2024년 경제성장률 분기별 전망치
2024년 성장주와 가치주 중에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주식시장에 오래된 격언에는 경기 하락에 예상되면 성장주, 경기 상승이 예상되면 가치주를 사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2024년도에는 어떤 주식을 사야할까? 그리고 또한 이 말은 어떤 이유에서 나온 말일까? 우선 성장주는 현재의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기대감에 매우 비싸게 형성되어 있는 주식을 말하는데 그것은 그만큼 현재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에 비해, 그리고 가치주에 비해 큰 자본 투자가 이루어져 있다는 말로, 금리가 높으면 이런 성장주를 사려는 사람이 적어져 가격이 약세를 띤다. 따라서 성장주는 경기에도 민감하지만 금리에 더 민감해서 앞으로 경기가 꺾여서 금리가 인하된다면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가치주에 비해서 가격이 강해진다. 반면 경기가 상승한다면 당장 실적이 좋아지고 금리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가치주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보자면 미국의 경기가 급격히 경기 침체로 가면 모든 주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금리 인하가 빨라져 상대적으로 성장주에 유리하고, 반대로 경기가 연착륙한다면 고금리가 계속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가치주가 유리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런 관점에서 경기 변화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말고 잘 관찰해 보도록 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