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우리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쓰면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그럴까? 답은 ‘하기 나름’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올바르게 ESG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ESG 실천에 나선 유럽 사람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러시아는 이들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을 크게 줄이면서 견제에 나섰다. 독일을 비롯한 EU(유럽연합)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EU는 시민들에게 “각자 자기가 할 일을 하자”며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난방 온도 낮추기, 에어컨 적게 쓰기, 경제 운전, 고속도로 운전 시 감속, 대도시에서는 일요일에 운전하지 않기, 단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 비행기 대신 열차 타기 등 세세한 내용이 포함됐다.
EU가 내놓은 이 방안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 ESG를 실천하는 방안으로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람을 돌보는 투명한 경영을 하자는 ESG의 골격 중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이슈가 기후변화 대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가 계속 더워지는 것을 막으려면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는 게 필요하다. 전기와 석유 등 에너지 사용을 절제하고 자원을 아껴서 쓰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텀블러, 안 쓰면 오히려 환경 해쳐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ESG 실천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탄소중립의 생활화가 아닐까 싶다.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고효율 전자 제품 사용, LED 조명으로 교체, 빈방 소등, 안 보는 이메일 지우기 등이 필요하다. 소비생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저탄소 제품 구매, 과대포장 제품 안 사기, 인쇄용지 사용 줄이기 등을, 그리고 운전 시 급감속과 급가속 자제, 장시간 주정차 시 엔진 정지, 타이어 공기압 정기 점검 등 친환경 운전 습관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들이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할 정보가 있어서 소개한다. 우리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쓰면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그럴까? 답은 ‘하기 나름’이다. 텀블러 한 개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져 쓰레기로 버려질 때까지 평균 671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한다. 종이컵 한 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8g이다. 그러니까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쓰는 횟수가 24회가 넘어야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텀블러를 몇 번 가지고 다니다가 집에 그냥 두면 오히려 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얘기다.
소비자도 지배구조 분야 참여 가능해
소비자는 기업이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로서 기업이 ESG 경영을 잘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외면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이 63.0%에 이른다. 특히 ESG 우수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 값이 비싸도 이를 사겠다는 소비자가 10명 중 9명이나 된다. 소비자가 이처럼 ESG를 중시하는 만큼 기업이 ESG 경영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 됐다. 소비자가 ESG 중 다소 어렵게 느끼는 분야는 지배구조(G)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소비자의 역할이 있다. 지역 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제안한 사업 중 우수한 사업을 선정해 예산을 배정하는 ‘주민참여 제안사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상남도 교육청의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해 주민이 제안한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졸업앨범비 지원 등의 사업에 예산을 지원했다. 예산이 들어가는 지역사업을 주민이 직접 결정하는 바람직한 지배구조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ESG는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ESG는 소비자가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실천의 영역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