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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냥 흘러가는 대로
배우 강부자

그냥 인생의 때에 따라서,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건강하고 건전하게, 이 일을 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아무 탈 없이 하는 게 소망이지요.

강부자는 TV 화면을 통해서 ‘국민 엄마’로 친숙한 탤런트일 뿐만 아니라, ‘연극배우’로서도 지난 15년간 꾸준히 무대에 서왔다. 내년 초 부산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나, 자신이 사랑하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과 더불어 평소 소탈한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누적 관객 87만 명의 대기록 

지난 15년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1,000석 이상 중·대형 극장 전국 투어를 이어오며 대한민국 연극 최초로 누적 관객 87만 명을 넘어선 작품이 있다. 바로 데뷔 61년 차 ‘국민 엄마’인 배우 강부자가 주연을 맡은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이다.

“어떤 사람은 이제 엄마가 무조건 희생하는 시대는 갔다고, 궁상맞은 신파라고 할지 몰라도, 딸내미들이 언제든 찾아와 펑펑 울 곳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는 배우 강부자. 바쁜 스케줄을 쪼개어 초연부터 무려 795회씩이나 이 연극을 위해 꾸준히 무대에 오른 이유를 이 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연극은 평소 엄마의 전화 한 통도 살갑게 받아주지 않던 바쁜 서울깍쟁이 딸, ‘미영(윤유선 역)’이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시골 친정엄마 집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미영은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궁상맞은 엄마 모습에 속이 터지고, 엄마는 갑자기 내려온 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속이 타기만 한다. 이렇게 2박 3일을 보내게 된 엄마와 딸은 치열한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거치며 슬픈 이별을 준비하는 가운데 마침내 서로의 사랑과 진심을 뜨겁게 받아들이며 극은 막을 내리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를 좁히다 

얼마 전 KBS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출연을 끝내고 난 후, 김해문화의전당을 찾아 이틀간 <친정엄마와 2박 3일> 공연 무대에 오르기 전 무대 세트장에서 배우 강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궁금했던 것은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 연극이 꾸준히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핏줄이죠. 이 연극은 단순히 딸과 엄마 사이의 얘기만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마음을 건드리는 가족의 이야기예요. 이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딸과 친정엄마가 같이 보러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이 보러 오고, 아들과 아버지가 보러 오면서 마침내 전 가족이 함께 보는 연극으로 자리를 잡았지요.” 말하자면, 이 연극은 우리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뜨겁게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가족’을 테마로 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든 자기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볼 수 있어서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배우 강부자는 이 연극을 공연하면서 잊지 못할 관객 한 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서울에서 공연을 할 때 한 번은 어느 노부부께서 공연을 보시고 난 후 분장실로 찾아왔어요. 안동에서 이 연극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오신 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이 연극은 전국의 각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게 하여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에 대해 가르치는 학습 교재로 삼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 말씀이 참 가슴에 뭉클하게 와 닿더라고요.” 또 한 번은 이 연극의 팬인 여대생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는 이 연극을 26번이나 봤다며, 연극을 보고 난 날은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어머니를 꼭 끌어안고, “엄마, 내가 엄마한테 더 잘할게.”라고 말하더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스포츠를 통해 건강과 젊음 유지 

강부자는 우리에게 TV 드라마에서 어머니나 할머니 역할로 더 친숙한 편이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이처럼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 왔던 것은 연극 무대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연극을 할 때는 TV를 할 때보다 더 집중을 하고 긴장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TV는 NG가 나면 다시 찍을 수 있지만 연극은 라이브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해선 안 되기 때문이죠. 또 관객과 호흡하면서, 관객과 일체가 되어 연기한다는 것도 연극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런데 TV나 연극 중 어느 쪽이 더 어렵다, 쉽다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노익장을 과시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그는, 쉬는 날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며 충실히 재충전을 한다고 밝혔다. “저는 쉴 때 축구, 야구, 배구 등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면서 우리 팀이 잘 할 땐 흥분하고, 모두가 뛸 땐 저도 같이 펄쩍 뛰고 그래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이 이 나이 들어서도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열렬한 축구 팬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이전에도 여러 인터뷰에서 축구 사랑을 밝힌 바 있다. 유럽 프로 리그의 축구는 보통 우리나라에선 새벽에 방송하는데 그걸 보기 위해 밤을 꼬박 샌 적도 많다고. 2019년에 출연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국내외 많은 축구 선수들의 등번호만 보고 그 선수의 이름을 바로 맞히는 것은 물론, 어떤 팀의 벤치에 있는 후보 선수 이름까지 알고 있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부산 관객과의 만남 기대돼 

<친정엄마와 2박 3일>은 2024년 2월 17~18일 양일간 소향씨어터에서 부산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강부자는 옛날부터 부산에 촬영을 하러 많이 와봤기 때문에 부산에 대한 추억이 많다며 부산 공연이 무척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산은 어렸을 때부터 제가 참 좋아하고 자주 갔던 도시예요. 한 번은 부산 대신동의 어떤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홍보를 하기 위해 갔는데, 그 자리에서 화끈한 ‘부산아지매’들과 격의 없이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게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내년 초에 다시 부산 관객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대가 크고, 가족끼리 나들이 오신다는 기분으로 저희 연극 많이들 보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향후 계획이나 인생 버킷 리스트를 물어보았다.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맥 빠지게 들릴 수 있지만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대신, 인생이라는 고해의 파도를 오랫동안 슬기롭게 넘겨온 자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소박한 소망을 다음과 같이 들려주었다. “저는 그냥 인생의 때에 따라서,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요. 저에게 또 어떤 일이 주어진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것이고,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건강하고 건전하게, 이 일을 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아무 탈 없이 하는 게 소망이라면 소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