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대기업에 비해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ESG 경영이 어려운 숙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ESG 경영의 큰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다. ESG 경영은 범위가 넓은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다.
부실한 ESG 경영, 위기로 이어져
중소기업인 G그룹 계열사의 한 공장에서 근로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지면서 산업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유족 측은 해당 기업이 기계 덮개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사고의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사고 발생에 대한 기업의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제품 불매 운동을 펼쳤고, 이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부실한 ESG 경영이 위기로 이어진 사례이다. 우수한 사례도 있다. H사는 ‘다쳐가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CSO를 위원장으로 한 안전관리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 부문에서도 종이 포장재 등 친환경 제품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생물다양성 및 산림 보호정책을 수립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차별 없는 근무 환경 등을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권경영 정책도 선언했다.
미룰 수 없는 중소기업 ESG 경영
중소기업 ESG 경영의 현주소는 이처럼 그 양상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ESG 경영이 어려운 숙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ESG 경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준비에 들어간 기업은 25.7%에 그치고 있다.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여부를 들여다봐도 중소기업일수록 발간 비율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경련은 선진국 기업의 ESG 경영을 10점으로 평가했을 때 국내 대기업은 7점, 중견기업은 5점, 중소기업은 4점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ESG 경영의 큰 흐름을 피해갈 수 없다는 데 있다. 직접 수출을 하든, 수출기업의 공급망에 들어있든 ESG 경영은 기업으로서는 반드시 입어야 하는 ‘드레스 코드’ 같은 필수조건이 됐다. 글로벌제도들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부터 EU(유럽연합)에서는 철강 등 6개 품목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에 대해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된다. 공급망에서 환경훼손과 인권 침해를 식별, 예방, 해소하는 조치를 의무화하는 실사 제도(CSDDD)도 EU의 테이블에서 구성안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기업이 탄소배출량 등을 공시하도록하는 제도도 다양한 경로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G20의 지지를 받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가 이미 공시 최종안을 발표했고 미국과 EU도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ESG 가치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해야
피할 수 없는 ESG 경영.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무엇보다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의 ESG 경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컨설팅 및 교육 제공, 자금과 기술지원 등을 해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거드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금융기관 역시 컨설팅과 디지털 플랫폼 구축, 잘하는 기업에 대한 금리 우대 등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돕는 일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환경과 사람을 돌보는 투명한 경영을 뜻하는 ESG의 가치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CEO의 의지와 진정성이 중요하다. 전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ESG를 추진하기 위한 내부 조직도 정비해야 한다. ESG 경영은 범위가 넓은 만큼 이중 자사에 중대한 지표들을 가려내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다. 시급하고 관리하기 쉬운 환경경영 시스템 구축 등을 단기 과제로 추진하되 나머지 중요 과제는 상대적으로 호흡을 길게 가지고 중장기 과제로 풀어나가는 차별화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