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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에서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글_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KBS <국민영수증> 금융멘토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말 기준 101.7%, 기업신용 비율도 124.1%로 이미 외환위기 및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가계와 기업의 빚이 늘어났고 경제의 펀더멘탈은 악화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높은 자산가격은 여전히 무풍지대이다. 앞으로 경제위기가 다시 나타날 경우 자산가격의 큰 조정은 물론이고 실물경제의 위축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시장경제에서 자산이란 반드시 2가지 속성이 있어야 한다 

올해는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부동산이 낙폭을 줄이고 일부에선 다시 가격 반등도 관찰되었는데 이런 현상은 도대체 왜 나타나는 것일까? 시장경제에서 자산의 가격결정은 지금 어떠한 요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근본적인 시장경제의 가격결정 원리를 알아보면서 그 원인을 살펴보자 자산이란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총칭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시장경제에서는 반드시 다음의 2가지의 속성이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여기서 현금흐름(Cash Fiow)란 이자, 배당, 임대료, 수수료 등 자산에서 나오는 일정한 소득을 말하는 것이다. 예금에는 이자, 주식에는 배당, 그리고 주택에는 임대료 같은 현금흐름이 있는데 결국 자산에서 나오는 미래 현금흐름의 기대값이 자금시장에 반영되어 현재의 자산가격을 형성하는 것이다. 또한 언제든지 거래를 통해 시장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Liquidity)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가격의 2가지 속성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가까워지면서 시장에는 일정한 현금흐름이 없는 자산도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해왔다. 당장의 이자율이 적으니 지금 손에 잡히는 수익이 없더라도 미래의 기대감에 힘입어 자산이 거래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코인이라고 불리는 암호화폐들이다. 이것은 자산시장이 그 전과 달리 미래 성장가능성에 돈이 쏠리면서 벌어지는 현상들이고 이런 추세는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키워왔다.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3가지의 요인 : 현금흐름의 양, 안정성, 성장성 

자산가격이란 그 자산에서 나오게 될 미래의 현금흐름의 합이 오늘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되는가로 결정된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3가지로 다음과 같다. 바로 현금흐름의 양, 안정성, 그리고 성장성(기대감)이다. 과거 시장금리가 높았던 시기에는 당연히 현금흐름의 양이 클수록 자산가격이 높게 평가되었다. 지금 자산가격에 비해 1년간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양이 크다면 수익률이 좋은 것이고 이런 자산들이 비싸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가격대비 임대료가 높은 주택이 주가 대비 배당이 많은 주식이 점점 비싸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경제위기가 잦아지면서 지금 당장 현금흐름의 양이 많아 수익률이 좋더라도 변동성이 높다면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보단 현금흐름이 적어 수익률이 낮아도 꾸준히 변하지 않고 안정성이 높은 자산이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2015년 이후 상가 건물보다 아파트의 가격이 그전 보다 월등히 높아진 이유는 바로 아파트가 이런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시장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 또는 아파트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이란 임대료를 말하는데 가격 대비 임대료의 크기는 당연히 상가 건물이 높지만 안정성 면에서는 아파트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정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당장의 수익률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이 말은 안정성이 높을수록 당장 그 자산에 요구하는 요구수익률(R)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요구수익률이란 현금흐름의 안정성과 반비례하는데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요구수익률이 낮은 자산은 바로 예금이다. 왜냐하면 예금이자만큼 안정성이 높은 자산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금흐름(CF)은 클수록 요구수익률(R)은 작을수록 자산가격은 높아지는데 여기서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을 한 번 더 낮추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성장률 즉 기대감(g)이다. 자산가격의 형성원리를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서울 중위지역 34평형 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서울소재 전용 84㎡ 8억 원 아파트를 자산가격 결정원리로 이해해 보자. 우선 이 아파트의 현금흐름(CF)의 양을 확인해야 하는데 지난 6개월 간 이 아파트의 월세계약의 평균을 알아보니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55만 원이었다면 보증금에는 예금이자율 평균 3.5%를 곱하고 월세금액에는 12개월을 곱해서 그 합을 구하면 된다.

그렇다면 위의 숫자를 수식에 대입해보자. 분자 값은 1,720만 원, 자산가격은 8억 원이므로 분모 값은 1,360만 원 나누기 8억 원 하면 0.017라는 수치가 나오는데 퍼센트로 1.7% 즉, 아파트 요구수익률에서 성장률을 뺀 값이 현재 1.7%라는 말이 된다. 이 아파트의 월세는 은행이자보다는 현금흐름이 불안하기 때문에 예금의 요구수익률 3.5%보다는 높겠지만 그렇다고해도 서울 아파트의 월세가 매우 안정적임을 감안, 3.5%인 은행이자율보다 1% 정도 높은 4.5%라고 가정해보면 이 아파트의 분모 값이 현재 1.7%인 것은 투자자들이 이 아파트의 미래 성장률을 2.8%, 즉 1년에 평균 2.8% 정도는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해서 8억 원에 거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이어질 고금리에도 과연 서울 아파트가 앞으로도 줄곧 연간 2.8%씩 상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높아진 자산가격은 성장 기대감을 과다하게 반영한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최근 자산가격에는 현금흐름의 양이나 안정성보다는 성장 기대감(g)을 너무 과하게 반영해서 분모 값을 많이 낮추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현금흐름에 비해 자산가격에 버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의 경우 현재 100이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1년에 한 주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의 100년 치를 모아야 현재 주가 원금이 된다는 말인데 그럼 수익률은 현재 1%라는 말이 된다. 현재 자산가격이 금리인하의 기대감과 미래 성장성을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과다하게 반영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오늘 언급한 자산가격의 결정원리가 자산의 적절한 가치의 평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