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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페트병,
적정기술로 부활하다

글_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트병은 구하기 쉽고 공작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도구를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페트병을 물 살균과 물 보관 등에 활용하는 적정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수백만 명에게 혜택을 준 페트병 적정기술 

추석 때 시골길을 달리다가, <사진 1>처럼 페트(PET)병으로 만든 바람개비를 보았습니다. 아마도 새를 쫓기 위해 만들어 둔 것 같은데, 밭 주인의 멋진 적정기술 작품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병에 담겨있는 음료수의 시장이 2022년 기준, 연간 3조 달러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중 80%는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트병이고요. 이처럼 흔한 페트병을 사용한 적정기술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SODIS(Solar Water Disinfection)는 간단하고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물의 살균 방법입니다. 투명하고 깨끗한 1~2리터 정도의 흔한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서, 강한 햇볕 아래 하루 종일 방치해 두는 것인데요. 태양광의 자외선과 태양열로 인해, 병 속의 세균이 살균되는 원리입니다. 1984년 레바논의 아프팀 아크라(Aftim Acra) 교수가, 1984년 유니세프(UNICEF) 소책자에 처음 알렸고, 그 후 ‘스위스연방 물연구소(EAWAG)’ 등 여러 기관에서 개발 및 보급을 하였습니다. 다만, 아주 완벽하게 살균하지 않은 채로 오래 보관하면, 조금 남아있던 세균이 다시 자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혜택을 보고 있는 기술입니다.



사진 1. 페트병 바람개비

출처 : https://blog.naver.com/phj67/221900542621


페트병을 활용한 다양한 물 살균 방법 

페트병은 구하기 쉽고 공작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데요, <사진 3>은, 제가 전에 만들었던 간이 모래필터 정수기입니다. 나무 등의 막대기에 묶어둔 두개의 페트병인데, 위쪽의 물통에 물을 넣으면, 모래와 숯가루를 통해서 걸러지고, 아래쪽의 물통 위로 흘러나오는 방식입니다. 직접 만들어서 실험해보니, 미생물의 양이 80% 정도는 줄어들었는데, 완벽하지는 않아서, 앞에서 서술한 SODIS 방법을 이어서 추가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페트병의 뚜껑은 전 세계적으로 사이즈가 호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탄산이 들어있는 종류와, 없는 종류에 따라 규격은 다르지만, 같은 종류의 음료라면, 병뚜껑을 바꿔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인 ‘쉐어라이트’에서는 사진과 같은 병뚜껑 형태의 자외선 살균기를 개발하였는데요, 태양전지로 전력을 충전하고, 일반 페트병에 물을 담아, 뚜껑을 잠그고 자외선램프를 켜두면, 자외선으로 물속의 미생물을 살균하는 방식입니다. 전 세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페트병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같은 회사에서는 이보다 안정적으로 물을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장치도 만들고 있고요.

 

  

사진 2. 페트병으로 물을 살균하는 방법, SODIS

출처 : 위키피디아(wikipedia.org)


갈수기 대비 물 보관용으로도 활용 

한편, 물을 보관하는 것이 물병의 가장 고유의 용도이겠지요. 콜롬비아의 알바(Alba) 가족은 2015년 대구 세계 물 포럼 중에 진행했던 제1회 ‘World Water Challenge’ 공모전에서, ‘Ekomuro H2O+’라는 장치를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했었는데요, 여러 개의 페트병을 모아서 빗물을 모아두었다가 갈수기에 사용하는 장치라고 하네요. 이 가족의 리카르도 알바(Ricardo Alba) 씨는 지금도 이 기술을 전파하기 위하여 ‘Eko Group H2O+’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 3. 페트병을 활용한 간이 모래필터 정수기

사진 4. 페트병 뚜껑과 자외선을 활용한 물 살균 장치


 

사진 5. 콜롬비아에서 개발된, 페트병으로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는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