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_ 이영철 여행작가, <세계 10대 트레일> 저자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의 광활한 풍경
생명체가 태동하던 원시 시대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트레킹과 드라이브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곳의 엑기스 코스만 뽑아서 3일 만에 둘러보자.
생물처럼 살아 숨 쉬는 공원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어디일까? 150년 전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탐험대 일행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다들 크게 놀라 주저앉았다. 땅과 호수가 흔들리고, 거기에 대지가 숨을 쉬듯 주기적으로 뜨거운 증기를 뿜어내며 하늘 높이 솟아 올린다. 옐로우 스톤의 자연은 생물적이며 역동적이다. 세계 최초이자 미국 1호 국립공원의 위상에 걸맞다. 서구인에게 처음 발견됐던 1870년과 똑같은 상태로 수천 혹은 수만 년 동안을 생물처럼 살아 숨 쉬어 왔다.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북쪽 일대의 맘모스 핫 스프링스와 노리스 간헐천 일대를 걷노라면 알 수 있다. 발바닥을 통해 그르렁그르렁 생생한 진동이 느껴진다. 땅 속 어딘가에 숨겨진 거대한 심장의 박동인 것이다. 거칠게 몰아쉬는 대지의 숨결일 수도 있다. 머드 볼케이노나 웨스트 썸 간헐천 등 옐로우 스톤 어디를 걸어도 실감할 수 있다. 생명체인 대지가 쉼 없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 표지판 / 옥색 물빛이 신비로운 웨스트 썸 간헐천
압도적 장관, 간헐천 앞에 말을 잃다
간헐천(Geyser Basin)은 뜨거운 수증기와 가스류를 일정한 간격에 따라 정기적으로 내뿜는 온천을 말한다. 전 세계 간헐천의 3분의 2가 옐로우 스톤에 몰려 있다. 공원 남쪽에 있는 올드 페이스풀은 엘로우스톤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주변을 걷던 이들이 정해진 시간만 되면 이곳으로 모여든다. 수십 미터 높이까지 분출되는 온천수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오랜 세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횟수만큼 약속된 장관을 연출해준다. 마치 인간이 그 빈도와 시간을 맞춰 놓은 놀이공원 분수처럼 정확하게 작동한다. 50m 넘게 솟구쳐 오르는 물줄기가 5분 가까이 굉음을 일으킨다. 모여든 여행객들이 질러대는 환호와 함성이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다. 옐로우 스톤 일대의 지표면은 지질 구조상 맨틀층과 가장 가깝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얇은 지각층의 지하수는 뜨거운 맨틀과 가까워 당연히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끓어오른 지하수가 전기밥솥이 내뿜는 증기처럼 꾸역꾸역 지표면으로 솟아오른다. 온천과 간헐천 같은 뜨거운 지질 구조가 생겨나는 이유 중 하나다.
아메리카 들소, 바이슨의 무리
간헐천이 분출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야생동물이 강아지처럼 흔한 곳
옐로우 스톤은 또한 야생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조우하는 특별한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서식 동물들 중에서도 아메리카 들소인 바이슨과 사슴의 일종인 엘크 그리고 곰, 이들 세 종류가 옐로우 스톤을 대표한다. 누군가 멀리서 곰 한 마리라도 발견할라치면 소리를 지르고 일대엔 난리가 난다. 주변에 있던 모두가 곰 쪽을 향해 길을 멈추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워낙 멀어 자그마한 모습인데도 ‘나 드디어 곰 봤다!’ 하는 듯 모두가 즐겁고 흡족한 표정들이다. 들소인 바이슨은 워낙 자주 보여 시간이 갈수록 심드렁해진다. 여러 마리가 떼를 지어 도로를 막는 바람에 차량들이 정체되기 일쑤다. 덩치들이 워낙 거대해서 차나 사람들에게 달려들지나 않을까 겁도 나지만 대체로 양순한 편이다. 일상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것도 정겹지만, 그들을 대하는 인간들 모습이 더 정겹고 재미난 곳이 옐로우스톤이다.
3일 만에 둘러보는 옐로우 스톤의 정수
공원 전체는 제주도 면적의 다섯 배에 가깝다. 그러나 일부 핵심 지역만 관광용으로 개발되어 이들 주변은 아라비아 숫자 ‘8’ 모양의 도로로 잘 연결되어 있다. 총거리 250km이니 제주도 둘레와 거의 비슷하다. 평이한 구간들은 자가운전 차량으로 이동하고 명소들마다 차를 세워두고 트레킹하는 방식이 옐로우 스톤 여행엔 효율적이다. 3일 정도라면 공원 주요 명소들은 거의 들러서 트레킹할 수 있다.
Yellowstone National Park
1일 차 : 공원 동남부
머드 볼케이노에서 옐로우 스톤의 상징인 간헐천과 들소(바이슨)들을 처음 만난다. 크고 작은 간헐천들을 바라보며 보드워크를 1시간 정도 트레킹한다. 하이든 밸리의 광활한 경관을 감상하고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한두 시간 트레킹을 즐긴다.
2일 차 : 공원 북부
하트 오브 칼데라에 정차하면 주변의 광활한 광경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이어서 마운트 와쉬번 트레일 5km를 한두 시간 트레킹한다. 맘모스 핫 스프링스는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다. 온천수가 솟아오르며 굳어버린 채 계단식 테라스 형태가 되었다. 독특하고 이질적인 지형에 이어서 골든 게이트와 노리스 간헐천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3일 차 : 공원 남부
파운틴 페인트 팟과 미드웨이 간헐천은 온천수가 펄펄 끓는 머드 스폿으로 각각 한 시간 정도씩 트레킹하는 구간이다. 옐로우 스톤을 대표하는 올드 페이스풀은 사방 180도에 객석의자를 두었다. 단체 관람석이다. 뜨거운 온천수는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50m 높이까지, 거의 한 시간 주기로 5분씩 분출된다. 마지막 코스는 웨스트 썸 간헐천이다. 한 시간 정도 느긋한 산책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