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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예술의 날개옷이 되다
김보슬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전공 교수,
미디어아트 작가

사진 제공_김보슬 


‘예술’은 무엇보다 모두가 즐겁게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김보슬 교수. 그는 인공지능(AI)이라는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 세계를 더욱 뚜렷하게 확장해 나가고 있다. 


똘똘한 인공지능 똑똑한 활용 

김보슬 교수는 NFT, 메타버스, XR 등 여러 최첨단 기술을 예술과 접목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예술 작가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탐색하고 활용하는 그이기에 그와 인공지능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단시간 내에 아이디어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제공해 주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치 저와는 다른 지능을 가진 다른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그는 변화하는 환경,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는 가상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가상공간이라고 해서 상상으로만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과거와 인류의 흔적을 토대로 예측하여 설계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천, 수만 개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의견을 제안하는 인공지능이 그에게는 든든한 파트너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주고받은 대화에서 얻은 결과가 작품에 반영되기도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매번 유용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인공지능이 처음 보여준 정보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고들다 보면 거기에 갇혀 다른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김보슬 교수는 인공지능이 처음 제시한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놀라거나 흥분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생각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같은 이유로 거기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닌 디지털 자산을 대표하는 토큰의 한 종류 

 



눈앞에 나타난 상상 속 세계 

Open AI(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가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에 이어 DALL·E 2(이미지 생성 AI)를 발표했을 때 창작자들은 충격에 빠진 한편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했다. 김보슬 교수는 사진기의 발명으로 사진이 우리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왔듯, 인공지능이 창작 활동의 도구가 되면서 예술의 문턱을 낮춘 것 같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표현 능력’을 키우기 위해 평생을 노력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인공지능으로 그 부분을 대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누구나 예술 창작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김보슬 교수는 앞서 생명의 근원을 다루는 다섯 가지 원소를 기반으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구축, 이미지, 음악, 글 등의 단편적인 요소를 유기적으로 엮어 ‘하이브리드 네이처’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에 준비 중인 ‘하이퍼 커넥션(Hyper Connection)’은 한발 나아가 관객의 움직임과 가상공간이 연동할 수 있는 메타버스 아트 작품이다. 김보슬 교수는 작품을 만들 때 관객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때문에 가상공간 속 모든 요소가 그의 세계관에 닿아 있어야 한다. 특히 이미지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거대한 세포도 인공지능에서 추출한 이미지를 입체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올해 울산시립미술관, 몬트리올 S.A.T(Soceity of Arts and Technology) 등 국내외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을 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작품에 몰입하여 가상공간을 즐겁게 탐험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했다고. 하이퍼 커넥션은 ‘물’을 모티브로 심해의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물은 지구 탄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생명이 시작된 지점이자 돌아갈 본체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주보다 신비로운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보슬 교수는 작품을 통해 생명의 근원과 태초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최첨단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태초의 세계. 그런 태초의 세계를 통해 그가 다시 그려나갈 미래가 몹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