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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성과·
기업가치
높이는 남녀평등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최근 경영진 내 여성 비율이 30% 이상인 기업은 여성이 없거나 소수에 그친 기업보다 경영 실적이 48%나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이 아시아 국가 중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도 이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때다.


남녀평등 이슈에 초점을 맞추다 

“회사는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하는 개인들이 모인 인간적인 조직이라는 것이 우리의 철학입니다.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며 본래의 자기 모습이 될 수 있고 거기에 회사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의 CEO 허버트 졸리는 재임 당시 이런 경영철학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졸리가 지휘봉을 잡은 베스트바이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남녀평등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 다양성은 채용과 이사회 구성 등에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포용성은 실제 업무에서 남성과 여성에게 차별 없이 동등한 권한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이 회사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평등 서약에 서명하고 이사회와 최고 경영진을 포함해 부사장 이상의 모든 직위의 채용 면접 시 여성 후보자를 최소한 한 명 이상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9년 4월 베스트바이 최초의 여성 CEO인 코리 배리가 졸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또 여성 이사가 7명이 돼 13명 이사회의 과반수를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성별 다양성으로 고속성장 구가 

인도의 IT 기업인 인포시스. 기술기업인 만큼 남성 중심이었지만 성별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여성 리더 인력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인포시스 여성 포용 네트워크’나 ‘리스타트 위드 인포시스(Restart with Infosys)’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 중 리스타트 프로그램은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프로젝트 경험과 멘토링 기회를 주면서 재취업을 돕고 있다. 인포시스는 출산한 여성 직원들을 직장 복귀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여성 직원의 89%가 육아휴직 후 업무에 복귀했다. 인포시스는 오는 2030년까지 여성인력 비율을 4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이 기업이 고속성장을 지속하면서 성별 다양성을 이뤄냈다는것이다. 인포시스의 매출은 2016년에 100억 달러, 2021년에 15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여성 임원 비율 높을수록 긍정적 영향 커 

앞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남녀평등을 중시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은 기업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맥킨지가 15개국의 1천 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경영진 내 여성 비율이 30% 이상인 기업은 여성이 없거나 소수에 그친 기업보다 경영 실적이 48%나 좋은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를 보면 이사회 내에 여성 임원이 존재하면 남성만 있는 경우보다 더 다양한 관점과 독립적 의견이 제시돼 기업 성과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여성 임원이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 수준과 부채비율, 이익 변동성을 보였고, 여성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업 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특히 ESG 경영도 높은 성과를 보였다. 김영길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이 양호할수록 ESG 통합 등급도 높아지고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지표 각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한국 기업들의 현황은 어떨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JP모건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아시아 국가 중 꼴찌 수준인 5%로 전 세계 평균 25%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과 10위권 경제 강국답게 한국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크게 개선하는 게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모든 직원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일은 인간성을 고양할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직원의 신뢰도를 높이고 성과에도 선순환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