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박헌균 ㈜솔라리노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과거에는 사람들이 라디오로 뉴스를 많이 들었지만 요즘은 라디오 대신 휴대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재난과 재해 상황에서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적정기술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라디오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재난·재해 시 가장 필요한 건 라디오
해마다 태풍과 수해 등 각종 재난과 재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핸드폰에서 재난 문자알림이 너무 자주 울려서 귀찮게 느끼는 사람들까지도 있을 정도인데요. 만약, 정말 엄청나게 큰 재난이 일어나서, 주변의 휴대폰 기지국까지도 망가진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꼭 기지국이 파괴될 정도의 재난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 장소에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 통화가 일시적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재난을 당한 미야기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더니, 재난 환경에서 정보를 얻는 데 가장 도움을 주는 매체로 라디오를 꼽았다고 합니다. 라디오는 비교적 간단한 장비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어서, 해당 지역을 대상으로 임시로 재해 방송을 내보내기 용이합니다. 또한, 수신자 입장에서도 라디오 수신기는 가볍고 저렴하며 에너지도 많이 소모하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진1. 1962년에 발표된 깡통과 쓰레기로 만든 라디오 프로토타입
깡통과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라디오
최근에도 근해에서 지진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인도네시아도 화산과 지진 등의 자연 재해가 많은 나라인데요. 오스트리아의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인 빅터 파파넥(Victor Papanek)은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자연 재해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접하고,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아주 낮은 가격의 저렴한 라디오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1962년 빅터 파파넥과 그레고리 시거스(Gregore Seegers)가 발표한 깡통으로 개발한 9센트짜리 라디오 프로토타입(사진1)을 한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깡통 입구에 철사를 감고, 케이블과 안테나를 연결하는데, 깡통 속에 쓰레기나 동물 배설물 등을 태워서 나오는 열로 유도전류를 발생시켜서 전파를 수신한다고 하네요. 라디오 주파수를 하나만 잡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방송 주파수가 하나밖에 없는 곳이라면 쓸모가 있겠지요. 물론, 이보다도 현대적인 비상용 라디오도 있습니다. 영국의 라이프라인 에너지(Life Line Energy)에서는 손잡이로 발전기를 돌리거나 태양전지를 연결해서 전력을 공급하는 라디오(사진2)를 개발했습니다. 제품에 따라서, 비상용 조명이나 충전 배터리로 쓸 수도 있습니다.
사진2. 영국의 라이프라인 에너지에서 개발한 비상용 라디오
스마트폰을 라디오로 활용하는 방법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는 어떨까요?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굳이 라디오를 따로 갖고 있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재난 사태에 대비할 라디오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비상용 라디오로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래 대부분의 스마트폰 통신 칩에는 라디오 수신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안 써서, 제조사에서 아예 라디오 기능을 차단해 둔 경우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쓰는 안드로이드폰의 경우(갤럭시 노트20), 유선 이어폰 줄을 안테나 역할로 쓰기 때문에 C-type 유선 USB 이어폰을 연결하고, ‘라디오’ 앱을 검색해서 사용해 보니 잘 되는군요. 다만,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보니, 유선 이어폰이라도 정품이 아니면 모델에 따라서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복잡한 것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그냥 재난 대비 비상용 소형 라디오를 준비해두는 것이 편할 수도 있겠네요. 아무쪼록, 모든 분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