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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면서도 따뜻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홍보대사,
개그맨 이홍렬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존경받는 선배나 어른이 되고 싶고, 일이 있든 없든 마음의 중심을 지키면서 공허함 없는, 알찬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런 소망을 갖고 있다면 이홍렬에게서 소중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사람 

방송인은 TV 출연이 뜸하면 잊히기 쉽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비록 방송에 자주 안 나오더라도 마음속 한자리를 차지하며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 같다. 개그맨 이홍렬이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그래서 우연히 그를 만난 사람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면서 “요즘 방송에 왜 잘 안 나오세요?”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잘 알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좀 야속한 기분도 든다. “저라고 왜 방송 욕심이 없겠어요. 그런데 이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많이 사라졌고 후배 개그맨들이 들어갈 자리조차 별로 없는 걸요, 우리 인생에 끝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하는 일에도 끝이 있는 법이죠. 그걸 빨리 잘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는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는 유튜브 ‘이홍렬TV’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고, 지난 8년간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를 통해 꾸준히 전국의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8월 22일에는 부산은행 본점을 방문하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와 함께하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제6회 학교폭력 예방 스마트폰 영상제’ 후원금 전달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이 60이 넘었을 땐 조금 놀랐는데 70이 넘었을 땐 아주 깜짝 놀랐어요. ‘데뷔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떻게 이런 나이가 됐지?’하고. 그래서 ‘이제 남은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요즘은 좋은 선배, 그리고 꼭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게 꿈이에요. 너무 흔하고 평범한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에게서 배운 신용과 책임감의 가치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지만 이미 누구나 그가 좋은 선배, 좋은 어른임을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정상의 위치에 있으면서 그 어떤 스캔들이나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깨끗한 이미지로 사랑받아왔다. 후배들에게도 항상 존경받으며 의지할 수 있는 선배였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인간관계에서 정확함을 지켰기때문이 아닐까요.”라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정확하다는 것은 ‘실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가르쳐주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신용과 책임감이에요. 갚아야 할 것이 있으면 정확한 시기 안에 갚아야 하고, 선배라도 후배에겐 신의를 지키며 지켜야 할 선을 넘지 말아야 하죠. 그래서 사회복지기관과 같이 일하는 게 저하고 잘 맞더라고요.” 사회복지기관은 많은 사람들의 기부를 받아 그 돈이 어느 곳에 적합하게 쓰이는지 누구에게나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을 후원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함’을 중시하는 그와는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우연한 기회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데서 사회복지기관과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행사 끝나고 나서 흰 봉투를 받았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당시로선 큰 액수였던 10만 원이 들어 있었어요. 엉겁결에 받은 것이긴 했지만, 과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왔던 제가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에 써야 할 이런 돈을 받는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생각하니 부끄러웠죠. 그래서 그것을 돌려준다는 의미로 어려운 형편에 처한 아이들과 후원 결연을 하나둘 맺기 시작했는데 그게 점점 더 큰 의미로 다가와서 더 많은 결연을 맺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리면서 이렇게 28년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 일을 해오게 된 거예요.”

  

마지막 남은 버킷리스트 하나 

정확함을 좋아한다고 해서 인간관계에서 칼 같고 냉정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사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직업을 떠나서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 것을 천명처럼 여긴다. 사석에서 보는 그는 절묘하게 선을 넘지 않는 농담으로 주위 사람을 웃기는가 하면, 스스럼없이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속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었다. 잘난 척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상대에게 아첨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끔 해준다. 이런 것을 가리켜 “정확하면서도 따

뜻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는 사회복지기관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국토종단 대장정과 같은 버킷리스트에 있던 일을 이미 많이 이루었다. 그러면서도 인생 마지막 날까지 꼭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목록이 하나 더 남았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주

위 사람들이 121명의 에티오피아 어린이들과 후원 결연을 맺게 해주는 일이다. 참고로, 121명은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파견된 에티오피아 군인들 중 전장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이다. “2016년에 에티오피아에 가서 그곳의 참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거기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커피 껍질 볶은 물을 가지고 한 끼를 때워요. 한 달에 3만 원만 후원하면 아깝게 죽어갈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제 나이쯤 되면 주위에서 결혼 주례를 서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주례를 무료로 서줄 테니 에티오피아 아동 한 명과 후원 결원을 맺어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그렇게 주례를 서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57쌍의 주례를 섰고 57명의 후원 결연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요즘 청년들이 결혼을 잘 안 하려 해서 걱정이라면서 그는 사석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에티오피아 아동 후원 결연 이야길 꺼내며 홍보한다고.

 

“정확하다는 것은 ‘실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가르쳐주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신용과 책임감이에요.”


남을 돕는 일이 곧 인생을 잘 사는 길 

과거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연예계 진출을 꿈꾸던 시절, 그는 부산에 내려와 1년가량 초량, 남포동 등지에서 음악다방 DJ와 서빙 일을 하면서 지냈던 적이있었다. 불 꺼진 음악다방에서 의자를 붙여 새우잠을 자며 어렵게 연예인의 꿈을 이루기위해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큰 성공을 거둔 뒤에도 과거 자신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지금 나이가 되어 인생을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 깨달은 바가 있다며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길 들려주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사회복지기관과 인연을 맺어 좋은 일을 시작해보세요. 남을 도와주면 그 사람이 당신이 잘 되라고 기도해줄 거예요. 그러면 당신이 잘못된 길로 갈 일도 없을 것이고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해도 당황해하거나 공허함을 느낄 일도 없을 거예요. 이건 제 경험에서 나온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