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느낌부터 좋았던 와인은 평생을 함께할 좋은 친구가 되었다. 자신이 경험한 와인의 힘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와이너&끌리마 이승훈 대표.
그를 만나 와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방황을 멈추게 한 힘
술은 그저 쓰고, 마시면 숙취를 남길 뿐이라 생각했던 20대의 이승훈 대표. 그랬던 그에게 와인은 첫 만남부터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 주었다. “여자 친구 추천으로 와인을 처음 마셔봤어요. ‘이건 뭐지?’싶을 만큼 맛있더라고요. 맛있으니 기분도 좋았고, 또 어떤 다른 맛이 있을지 궁금했어요.” 와인을 추천한 여자 친구는 현재 그의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인 이수정 대표다. 20대의 이수정 대표는 ‘소믈리에’라는 꿈을 키우던 중이었고, 덕분에 이승훈 대표는 와인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승훈 대표는 와인에 호감을 느낀 정도였고, 외식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마침 6개월 단위 프로젝트성 창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는데, 잠깐의 경험이 그를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게 할 줄은 몰랐다. 2005년에 결혼을 하면서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게 된 두 사람. 소믈리에로 일했던 이수정 대표는 부산에서도 소믈리에로 일을 하고 싶었으나, 당시만 해도 부산에는 그럴 수 있는 곳이 드물었다. 이승훈 대표는 아내의 의견을 반영해 와인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익적인 면을 비롯해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자영업의 혹독한 현실을 마주했고,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는 좌절을 겪으며 방황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아내가 건넨 위로의 말들과 와인이었다. 이승훈 대표는 와인이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와인에 어떤 힘이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그는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와이너리를 직접 방문하며 와인을 공부했고, 한국소믈리에대회에서 최초로 2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소믈리에가 되었다. 그리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업가보다는 좋은 와인을 소개하는 소믈리에로서 와인 수입 회사 ‘와이너’와 와인복합문화공간 ‘끌리마’를 운영하게 되었다.
와인을 마신다는 것의 의미
이승훈 대표는 와인이 ‘행복’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쉼, 힐링의 순간이 필요한 법. 그래서 사람들은 힐링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와인이 여행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와인 향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와인이 생산된 나라의 음악으로 분위기를 맞춰주면 마치 그 나라에 와 있는 듯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술을 마신다’와 ‘와인을 마신다’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와인의 즐거움은 그 문화를 알아가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와이너에서는 와인 메이커의 철학이 뚜렷한 곳을 협력사로 선정, 스스로 자신 있게 ‘좋은 와인’이라고 소개할 수 있는 와인을 수입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추럴 와인’의 수입 비중이 커졌다고 “자연친화적 와인이라는 건 결국 농사를 어떻게 짓느냐의 차이입니다. 집요할 정도로 철저하게 포도밭을 관리해서 자연 그대로의 포도밭을 재현하는 곳을 찾아내고 있어요.” 그리고 내추럴 와인은 살아 숨 쉬는 듯 잠깐 사이에도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잔, 두 잔, 세 잔 모두 다른 맛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또 하나, 이승훈 대표는 ‘복합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을 좋은 와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딱 맞는 와인이 ‘올드바인 와인’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며 인품이 쌓이듯 포도나무도 세월이 지날수록 더 좋은 풍미를 끌어낸다고. 그러나 와인을 즐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맛있는 와인’을 찾는 것이다. 맛있는 와인은 ‘숙성이 잘된 와인’인데 병입이 된 와인도 숙성 기간을 가진 후 맛을 보면 그 와인이 보여주려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을 ‘와인 잔에 행복을 서비스하는 소믈리에’라 소개하는 이승훈 대표. 그는 앞으로도 와인 메이커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와인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와인 문화를 꽃피우는 일에 앞장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