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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법원으로 간
까닭은?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법원에서 ESG가 점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S(사회) 이슈에서도 법적 쟁송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실제 상황을 반영한 투명하고 정직하고 일관된 공시를 하는 게 법적 분쟁을 피하는 정공법일 것이다.


목소리 커지는 환경단체, 승소 판결 이어져 

ESG는 언뜻 보면 법정하고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경영이슈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ESG가 점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2013년 11월의 네덜란드로 가보자. 당시 환경단체인 우겐다재단은 네덜란드 정부의 탄소 감축 계획이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하기에는 너무 약하다며 소송을 냈다. 2019년 12월에 네덜란드 대법원은 환경단체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 내용은 2020년 말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대 수준보다 25% 이상 감축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당초 네덜란드 정부가 계획했던 17%를 크게 상회한 수준이었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2020년 2월 젊은 환경활동가들이 독일의 탄소 감축 목표치가 파리기후협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일 기후보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21년 4월 29일 독일 헌법 재판소는 역사적인 판결을 한다. 2030년까지의 단기 대책만 명시한 기후보호법은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독일 정부가 2022년 말까지 기후보호법을 개정하라고 판결했다. 독일 정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5월에 기후보호법을 개정했다. 탄소중립 시기를 당초의 2050년에서 2045년으로 앞당기고 1990년대에 대비한 2030년의 탄소 감축 목표도 종전의 55%에서 65%로 크게 올렸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헌법소원 제기 

법원이 민간기업의 탄소 감축에 개입한 경우도 있다. 무대는 역시 네덜란드. 2019년 4월 환경단체인 밀리우디펜시는 글로벌 정유기업인 쉘(당시 이름 로얄더취쉘)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회피함으로써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헤이그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5월에 법원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5% 줄일 것을 쉘에게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기후변화가 모든 사람의 삶과 인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점에 비춰볼 때, 쉘은 이를 관리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쉘의 이익보다 중요하다.” 헤이그 지법의 판결은 민간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법원이 개입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쉘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기후행동’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모두 다섯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 판결이 주목된다. ESG 관련 소송은 환경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S(사회) 이슈에서도 법적 쟁송이 잇따르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 미국에서는 주로 보건이 문제가 돼 4,200건 이상의 소송이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됐다. 직장에서의 성차별과 인종차별도 자주 언급되는 법적 분쟁 이슈이다. 캘리포니아주정부가 흑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차별이 있었다는 혐의로 테슬라를 고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ESG 관련 소송에 정공법으로 응해야 

이코노미스트지는 앞으로 이 같은 소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선언을 법제화함에 따라 법이 개입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성공이 성공의 씨앗을 낳고 있다. 2021년에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기된 기후 관련 소송의 승소율이 58%에 이르다 보니 승소를 예상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의 경우 공시한 내용과 실행한 일에 큰 차이가 있을 경우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SG와 관련된 불법 행위나 불성실 공시, ESG 정보의 오류와 누락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실제 상황을 반영한 투명하고 정직하고 일관된 공시를 하는 게 법적 분쟁을 피하는 정공법일 것이다. 어쨌든 법원에서의 ESG 공방은 ESG의 완성 수준을 높여가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