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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의미를
찾아서

인류는 시간을 의식하거나 기록하고, 시간에 따른 자연 현상을 예측함으로써 생존에 많은 도움을 얻어왔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발견하거나 만들어낸 시간의 법칙들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부여했을지 한번 살펴보자.


시(時)테크 열풍을 돌아본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초반 한때 시테크 열풍이 불어닥쳤다. 시(時)테크란, ‘시간을 돈으로 인식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시간을 관리하는 시간 경영’을 뜻한다. 기업들은 노동자의 시간을 분단위·초단위로 쪼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앞다투어 내놨다. 그때 우리들은 ‘바쁨’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였고 아무도 이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성공을 위해 달리자’는 시테크에 지친 사람들이 웰빙과 ‘슬로’ 운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슬로 운동은 느리더라도 삶의 가치를 찾으며 살자는 취지의 ‘느림’을 촉구하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 시테크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인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또한 입장을 바꾸었다. 지나친 스피드 경쟁의 속도를 못 따라오는 기업들, 피로감에 찌든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빠름’과 ‘느림’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시테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랑을 담아 추억을 선물하다 산책간다고했잖아요 

부산광역시 북구 와석장터로 25, B1 / 인스타그램(@sandaooo) 확인, 100% 사전 예약제

‘산책?’, ‘산책 갈까?’ 아마 간식보다도 강아지들의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돌아가게 만드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미용이나 진료를 받으러 갈 때도 반려견을 집 밖으로 무사히 데리고 나오기 위해 산책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때면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강아지는 원망의 눈빛으로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산책 간다고 했잖아요!’ 산책간다고했잖아요는 평생을 강아지와 함께한 포토그래퍼가 운영하는 반려동물 전문 스튜디오다. 그래서 스튜디오 이름도 낯선 장소에 오게 된 강아지의 마음을 상상해 지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면서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르게 촬영을 진행한다. 반려동물 독사진의 경우 15분, 보호자와 동반 촬영일 경우 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빠른 촬영의 비결은 철저한 사전 준비에 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 반려동물이 공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가지며 보호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런 점들은 반려동물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또, 스튜디오 바닥은 펫 전용 매트가 깔려 있으며 모든 소품이 반려동물 눈높이에 맞춰 낮게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점잖다는 반려동물도 이곳에서는 진짜 산책하러 온 것처럼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에 보호자도 같이 즐거워지고, 또 그런 이유로 재방문율이 높다. 촬영은 실내 침대방, 야외 피크닉 외에도 여러 가지 콘셉트 중 선택해 진행, 촬영 후 바로 촬영 파일과 액자를 받을 수 있으며 고양이, 페럿 등의 반려동물 촬영도 가능하다. 임예린 포토그래퍼는 보호자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오늘이 언젠가는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게 될 소중한 순간이라는 생각에 매 순간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해 셔터를 누른다고 한다. 사진에 마음을 담았다는 건 반려동물의 행복한 모습이 담긴 결과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타닉 침몰 시 멈춘 회중시계

사진제공 : 정동진 시간박물관 

타이타닉호의 정확한 침몰시간을 알려준 유일한 시계가 우리나라 정동진 시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2005년 5월 2일, 미국 메사추세츠 브루클린에서 열린 본햄&버터필드 경매에서 타이타닉호의 침몰 시각을 알려주는 18도금 회중시계를 한화 2,500만 원에 최종 낙찰받았다고 한다. 이 시계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살았던 ‘노라 키안’ 씨의 소유로 알려졌다. 그녀는 대서양에서 침몰하던 타이타닉에서 탈출하기 위해 제10호 보트를 타고 피신했다. 그 순간, 시계에 바닷물이 들어가며 ‘1912년 4월 15일 오전 2시 20분’에 멈췄는데, 바로 이때가 타이타닉호의 공식 침몰 순간으로 세계사에 기록됐다.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해상 사고로 알려진 타이타닉호의 침몰. 그 비극적인 순간을 영원히 박제해버린 이 회중시계를 보는 사람들은 많은 감회에 젖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과거 세월호 사고와 같은 비극을 겪은 만큼,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조선의 시간을 찾은 천문학자

2019년 개봉한 영화 <천문>은 조선의 독자적인 천문학을 수립하고자 했던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영실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당시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천문학자 ‘이순지’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중국의 달력(역법)을 받아 사용해왔지만 위치가 다르니 일식 발생 시간도 다르고 농사 등에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따라서 조선의 자주적인 역법을 만들고 싶어 했던 세종대왕은 재능 있는 인재 이순지를 발굴해 조선의 실정에 맞는 역법을 완성케 했다. 뿐만이 아니다. 그가 편찬한 역법 ‘칠정산’에 따르면, 1543년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보다 100여 년 더 빠르게 1427년에 지동설을 주장했으며, 칠정, 즉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달, 해의 운행 궤도를 밝혀냈다. 이 칠정산으로 인해 조선은 농업에 꼭 필요한 일출, 일몰, 일식, 월식 등의 예보를 정확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이순지’처럼 시대를 앞서나가는 과학자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배출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