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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
기업가치
올리는
ESG

글_ 최남수 서정대 교수, 전 YTN 대표이사 


기업가치 제고를 가져오는 ESG 경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의 마라톤이다. 3M, 오스테드, 유니레버 등의 기업들이 중장기 ESG 계획을 실천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사례들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내재화’와 ‘중장기’가 ESG의 키워드 

ESG가 기업경영의 기본 틀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관련 제도가 잇따라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공급망 실사 대응과 같이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 스스로도 ESG위원회와 전담 실무 조직을 두는 등 내부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각론에 집중하면서도 총론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미시적 이슈에 지나치게 집중하다가 왜 ESG 경영을 하는지, 그 핵심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가치를 내재화해서 중장기적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내재화’와 ‘중장기’이다. 경영 전반에 ESG의 가치가 스며들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내재화’이고, 적어도 3~5년 앞을 내다보는 기업가치 제고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게 ‘중장기’가 담고 있는 의미이다. 경영의 본질적 체질을 개선하기보다 단기적으로 등급을 잘 받는 데만 집중한다든가 대외 홍보에 과도하게 치중한다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직원 만족도 높은 기업이 수익성 높아 

긍정적인 사실은 ESG 경영을 제대로 하면 기업 성과가 개선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가 10만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ESG 활동이 활발한 기업은 탄소 배출 감축, 재생에너지 사용, 다양성 존중 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고 이게 더 높은 성장률과 더 좋은 수익성, 그리고 고객과 직원의 만족도 제고로 이어졌다. 예컨대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은 더 나은 재무적 성과를 기록했고,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은 수익성이 더 좋았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점은 ESG 경영이 재무적으로 중요한 활동에 집중될 때 경영성과의 개선이 가시화한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재무적 중요성 기반 ESG 공시의 유용성’이란 보고서에서 재무적으로 중요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ESG 성과를 개선한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초과수익률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높은 ESG 성과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폐기물 재활용 등으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3M 


ESG 경영, 긴 호흡의 마라톤과 같다 

ESG는 이처럼 기업경영에 선순환을 가져온다. 맥킨지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ESG는 먼저 기업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기존 시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롱비치시는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발주할 때 과거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했다. ESG는 또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유니레버의 경우 물을 훨씬 덜 쓰는 식기 세제인 선라이트(Sunlight)를 시판했는데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다른 제품까지 덩달아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ESG는 비용을 크게 낮출 수도 있다. 3M은 제품 재설정, 제조공정 개선, 설비 재설계, 그리고 폐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해 오염을 줄임으로써 22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ESG는 이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실력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기업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동기부여를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스는 포츈지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5년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률은 다른 기업보다 2.3~3.8% 높았다고 밝혔다. 

ESG는 길게 내다보고 가는 ‘중장기 경주’이다. 덴마크 발전 기업인 오스테드는 화력발전에서 재생에너지인 풍력발전으로 대변신하기 위한 30년 계획을 세웠지만 이를 10년여 만에 달성했다. 유니레버도 ‘지속가능 생활계획’이라는 10년 플랜을 운영해 ESG 경영도 잘하고 수익성도 뛰어난 모범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사례는 기업가치 제고를 가져오는 ESG 경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의 마라톤임을 말해주고 있다.  



오스테드는 풍력발전으로의 변신을 10년 만에 달성   

물을 훨씬 덜 쓰는 식기 세제 선라이트로 호평받은 유니레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