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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살다
배우 및
갤러리 끼 대표
이광기

“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넘어지거나 쓰러질 때가 있는데, 저는 그들을 붙잡아주고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인생의 전환점은 종종 뜻하지 않은 데서 오기도 한다. 17년간의 오랜 무명 기간을 거쳐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던 이광기에게 찾아온 개인적인 아픔은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세상에 눈뜨게 했다.


배우에서 아트 디렉터로 발 넓혀 

<태종 이방원>, <정도전>, <야인시대> 등의 선 굵은 시대극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다가도, <해피투게더>, <보이스 킹>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선 재치 있는 입담과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던 다재다능한 배우 이광기. 그가 최근에는 미술 전시 기획자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용인에서 ‘갤러리 끼’를 오픈하여 세계적인 작가들과 명망 있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들을 연달아 공개하고 있는데, 미술애호가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고 한다. 

특히 7월 1일부터 7월 29일까지 ‘갤러리 끼 파주’에서는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랭 클레망(Alain Clément)의 개인전이 열린다. ‘관능적 인체 추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는 클레망의 작품은 조르주 퐁피두 센터,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될 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독일의 한 갤러리에서 알랭 클레망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 꼭 저희 갤러리에 모시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가님이 계시는 프랑스 남부의 님(Nîmes)까지 직접 찾아가서 이틀 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작품들을 골랐지요. 화려한 색채와 간결한 선을 통해 인체를 해부하고 본인의 느낌으로 재해석한 이번 작품들에서 많은 것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픔을 치유해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배우로만 알고 있었던 그가 언제부터 이렇게 갤러리를 운영할 정도로 미술계에 깊이 발을 담그게 된 것일까. 사실 그는 오래 전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수집하고 있었다고 한다. 

“2000년대부터 컬렉션을 시작했으니 벌써 23년이 됐네요. 그동안 수많은 작가들과 갤러리스트들을 만나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교류했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눈이 좀 높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컬렉션을 하면서 겪었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바탕 삼아 후배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어서 갤러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그런데 갤러리를 오픈하기 전부터 이미 그는 온라인으로 자선 경매 쇼를 진행해왔었다. 2010년 아이티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아이티 봉사 활동을 하고 돌아온 후 시작하게 된 이벤트였다. 당시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봉사 활동에 매진하던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먼저 세상을 뜬 아들 때문에 너무나도 괴로워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이 봉사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에게 닥친 아픈 사건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봉사 활동에서 만난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치유해줬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뭔가 보답을 해주고 싶었는데, 어떤 선물을 줄까 궁리하다가 지진으로 다 무너진 학교들을 보고 학교를 세워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그래서 자신이 잘 아는 미술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무작정 자선 경매 쇼를 열었던 것이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을 번갈아가며 공간을 대여받아 12년 넘게 꾸준히 경매 쇼를 진행한 결과, 아이티에 3개의 학교를 세우는 보람찬 결실을 맺게 됐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도록 

이러한 봉사 활동과 갤러리 운영을 통해 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항상 앞만 보고 다니며, 제 잘난 줄만 알고 살았는데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발견하게 되었죠. 그런 부분에서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살다가 넘어지거나 쓰러질 때가 있는데, 저는 그들을 붙잡아주고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를테면, 연기자 선배로서 실의에 빠진 후배들을 일으켜 세워주거나, 제 갤러리를 통해 재능은 있으되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아티스트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싶은 거죠.”

그런 것들이 이제 50대 중반의 나이를 넘긴 사회적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본인 또한 벼랑 끝에 내몰린 적이 있는데, 그때 자기를 붙잡아 준 고마운 분들이 있었다며, 그런 분들 때문에 오늘날 자신이 이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자신도 쓰러진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캠페인을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제가 나서서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또는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요.”


 


한류 아트로 세계에 진출하고파  

배우로서 이광기는 데뷔 후 17년간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내야 했다. 연기 초창기에 KBS <전설의 고향>에서 “내 다리 내놔”를 외치던 귀신 단역으로 출연하여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다. 그러다가,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맏아들인 견신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것이 호평을 받아 2001년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함으로써 긴 무명 시절에 종지부를 찍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이정재의 수행비서 이억일 역을 맡아 확실히 전 국민에게 얼굴을 알렸다. 각종 예능 방송에서도 종횡무진 활약했었다. 

그러다가 앞서 언급한 불행한 사건 이후 한참 동안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2014년 <정도전>에서 하륜 역할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한층 더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소생, 하륜이옵니다”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아트 디렉터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을에 선보일 주말 연속극도 지금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이라는 작품인데 데뷔 후 첫 주말 연속극에 출연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극 중 태산그룹의 전무 ‘염진수’ 역을 맡았는데요, 유이, 하준, 고주원 등 젊은 후배 연기자들을 잘 서포트해주고 드라마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향후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하게 될 봉사 활동들도 기다리고 있다. 또 ‘획의 발견’이라는 새로운 미술 전시 기획으로 ‘한류 아트’ 바람을 세계에 일으키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개인적인 버킷 리스트를 꼽자면, 가족들과 함께 세계의 유명 미술관들을 찾아다니는 문화예술 기행을 하고 싶다고. 개인적인 불행을 딛고 일어나 새로운 제2의 삶을 행복하게, 의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항상 좋은 일과 건강이 함께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