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미있고 유의미한 일상부터 남기고 싶은 것, 기억하고 싶은 것 등 각자의 프레임 안에는 저마다의 삶이 들어있다. 사진을 통해 참된 삶의 의미를 배우고,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한 부산국제사진제 백성욱 조직위원장을 만나보려 한다.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백성욱 위원장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부산국제사진제를 기획하며 그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본업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지만, 사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어느 사진가에게 견주어도 그 못지않다. “모두가 사진가가 될 수 있는 현재, 현대인에게 이미지나 사진은 하나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예술화된 사진으로 참여하고 함께 공감하는 사진축제가 바로 부산국제사진제이지요. 부산국제사진제는 부산의 사진문화를 선도하며 동시대를 아우르는 사진예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당장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 찍기만 하면 한 장의 예술이 탄생하는 셈이다. 벌써 일곱 번째 개최를 앞두고 있는 부산국제사진제는 누구나 사진으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작가로서 참여하여 다른 작가들과 경쟁하기도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유명 사진가의 작품을 놓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수도 있다. 전시된 작품을 통해 이해와 감동으로 서로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곳, 백성욱 위원장은 부산시에서 그런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 Julia Fullerton-Batten _ Princess Alice, 67x90cm
사진에는 삶이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부산시에 시를 대표하는 사진 행사가 없었던 것이 안타까워 부산국제사진제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부산국제사진제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주축이 되어 사진 예술 단체를 결성했고, 세계적인 사진 축제를 목표 삼아 나아가고 있습니다.” 백성욱 위원장은 15년 전 처음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에 몰두하게된 그에게 사진은 하나의 소통 방식이 되었다. 때로는 말보다 사진 한 장으로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하다고.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담는 이의 삶의 시선이 녹아 있다. 작가는 사진을 통하여 삶과 철학이라는 바탕 위에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더해 이미지로 이야기하고, 그렇게 탄생한 이미지들이 여러 장 모이게 되면 근사한 서사가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현존하는 모든 예술 행위의 기본이며, 종합 예술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이미지의 시, 이미지의 서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나 서사에는 작가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시각적인 이미지로 시와 서사를 표현한 예술이 바로 사진입니다. 전 그 점에서 사진 예술의 깊이와 매력을 느낍니다.” 백성욱 위원장의 첫 개인전은 2015년의 ‘한실’이었다. 한실은 백성욱 위원장이 자란 고향으로,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의 한 마을이다. 하지만 한실마을은 1965년에 사연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되었다. 10대 소년이었던 백성욱 위원장에게 잃어버린 고향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성욱 위원장은 한실마을을 사진으로 담아 트라우마를 마주하는것을 택했다. 그에게 사진은 트라우마를 뛰어넘을 수 있게 도와준 치료제와도 같았다. 백성욱 위원장은 병원에서의 진단과 상담, 치료에서도 이야기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사진이라는 소통 수단은 대화가 중요한 그의 직업과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고. 그는 실제로 사전에 양해를 구한 뒤 사진을 통한 치료도 시도하고 있다. 상담 과정에서 셔터를 누르고, 결과물을 찬찬히 살펴보면 다양한 표정 속에서 그들의 감정이 보인다고 한다. 있는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자신이 치유 받았듯, 그를 찾아오는 상담자들도 자신의 내면 속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인것이다.
ⓒ KEUM Hyejung _ 말과 잉어와 사막과 북극 #1. 125x165cm
세계적인 사진 축제를 향한 한걸음
“지금은 미약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해서 부산시가 가진 역사적 자산과 천혜의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사진예술과 결합시키고 싶습니다. 미래에는 부산국제사진제가 세계적인 사진 축제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오는 9월에 개최될 제7회 부산국제사진제의 주제는 ‘사진의 내러티브’, 즉 사진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서사의 힘이라고 한다. 백성욱 위원장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위대한 힘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를 마주하고, 오랜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그처럼 사진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