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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이 꼭
필요한 시기,
고정생활비를
들여다보자!

글_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KBS <국민영수증> 금융멘토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도 모두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 지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한 절약에서 우리가 꼭 들여다봐야 할 생활비 항목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자. 


요즘 SNS 화제, ‘거지방’이란 오픈 채팅방 

올해를 시작하며 우려했던 대로 2023년 상반기는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3중고로 개인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특히 그만큼 삶은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경기침체의 우려는 투자시장에도 공포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퍼펙트 스톰’이라고 불리는 복합적인 경제위기로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가 닥치면서 과거 ‘플렉스’나 ‘욜로’ 같은 과시성 소비에 몰두하던 개인들도 이제는 180도 바뀐 소비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극단적인 절약과 무지출, 소위 짠테크로 불리는 절약재테크가 바로 그것입니다.

최근 SNS에 ‘거지방’이란 오픈채팅방이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극단적으로 절약하면서 생활해보자는 사람들이 모인 채팅방입니다. 각자의 소비를 올려서 평가받고 서로에게 절약을 독려하는 익명의 모임방인거죠.

한 참가자가 “3,000원짜리 커피”를 먹었다고 올리면, 다른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그냥 물 마시세요”라고 혼내고 심지어 “편지지와 볼펜 지출 7,000원”이라고 올리면, “집에 있는 공책을 뜯어서 사용하세요”라는 답문이 올라옵니다. 이렇게 실시간 팩폭을 해주니까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재미있게 평소 불필요한 과소비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면서 생활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어떤 참가자가 “도넛을 먹고 싶다”라고 올리니까, 어떤 분께서 바로 답변으로 “조만간 1+1 행사를 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렸다 사 먹자~” 식의 정보성 댓글을 주기도 하고 “식비를 줄이기 위해 밥 말고 낮잠을 선택하겠다”라고 하면 “낮잠은 1시간 이상 자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져 오히려 병원비가 많이 드니 차라리 식사를 하세요”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참가자들끼리 “그래,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하고 동질감 속에서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도 얻으며 경제위기의 어려움을 삶의 활력소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과거 과시성 과소비에 빠진 젊은이들이 이제는 반대로 과시성 비소비에 몰두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칫 장난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기 침체로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퍼펙트 스톰 

개별적으로는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으로, 보통 경제계에서는 심각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일컫는다.


나는 정상적인 소비를 하는가 VS 과소비를 하는가 

정상적인 소비와 과소비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사실 소비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의 문제라서 어디까지를 정상, 어디까지를 과소비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소득이 무한하지 않고 개인의 빈곤문제가 결국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히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가구당 중위소득의 60%의 수준을 적용해 매년 발표하는 최저생계비의 경우 올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월 1,246,735원입니다. 최저생계비란 중위소득의 가구가 적정하게 소비할 경우 적용되는 최소한의 소비금액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기준에 비해서 너무 과도한 소비는 지양하는 것이 옳습니다.


가구 수 대비 최저생계비


진정한 절약재테크, 4가지 고정비 항목을 점검하자 

절약을 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매월 달라지는 변동지출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단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정비의 경우는 한번 정해지면 웬만해서는 줄이기 힘들지만 애초에 그 예산을 만들 때 다음과 같은 기준을 명확히 적용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과소비의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절약재테크를 위해서는 애초에 고정비를 세팅할 때 적절한 기준과 예산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면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절약재테크를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정비의 적절한 예산은 어느 정도일지 알아보겠습니다.

 

① 엥겔지수는 1인 가구 소득 25%를 넘지 말자 

엥겔지수란 총지출금액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지수입니다. 개인마다 총지출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월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적절한 가이드를 만들자면, 25%를 넘지 않는 것이 적절합니다. 요즘은 식비에 외식과 배달, 그리고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는 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며 엥겔지수는 소득이 높아질수록 낮아지는 성향이 있어야 합니다. 


소득원 가구원수 대비 엥겔지수 가이드


② 차량유지비는 소득의 5~7%를 넘지 말자 

한국 사람들은 유독 차에 대한 애정이 강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관계지향적인 성향이 강하고 차량이 자신의 경제력이나 수준을 보여준다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가장 중요한 고정비를 증가시켜 절약재테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차량을 교통수단으로 보자면 교통비는 소득의 5% 수준,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해도 7%를 넘어서면 안 됩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자신의 월평균 소득의 6개월 치 이상의 차량을 사지 않는 원칙이 중요합니다. 또한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차는 해당비용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파생적인 소비가 계속 이어지는 내구재이기 때문입니다. 

차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 

보험료, 통행료, 과태료, 주유비, 주차비, 세차비, 수리비, 대리비, 발렛비, 세금 총 10가지


③ 문화·레저 비용은 소득의 15%를 넘지 말자

최근에는 문화생활과 취미, 운동 레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비용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절약이라는 원칙에서는 이런 문화·레저 비용을 늘리려면 다른 무언가는 줄여야 합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서 문화·레저 비용의 예산을 소득의 15%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운동이라고 꼭 피트니스센터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취미나 문화생활도 얼마든지 비용을 줄이거나 어쩌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문화·레저 비용에 월 소득의 15% 이상을 사용한다면 필수적인 저축을 전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④ 주거비용은 소득의 15%를 넘지 말자  

최근 이사철을 맞이해서 이사를 계획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세자금 대출이자나 월세 같은 주거비용은 무주택자에게는 부담스러운 항목입니다. 아울러 내집 마련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서는 분명한 주거 관련 비용 예산이 필요합니다. 만일 본인 소득의 15%를 넘는 주거비용이 계속 지출된다면 다른 어떤 것을 절약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주거비용은 대체로 직주근접을 선택하는 경우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데, 직주근접을 통해 얻는 시간적인 여유나 편의가 생긴다면 그에 걸맞은 다른 비용의 감소가 있어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모든 것에 무조건 편의만 추구한다면 절약이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절약이란 한정된 소득의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배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삶의 지혜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직주근접 

근로자의 직장과 거주하는 집이 가까운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