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MBC 나 혼자 산다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경수진, 전현무 등이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를 선호한다는 언급이 나온 적 있었다. 이는 금속, 유리 등 산업용 소재를 주로 사용하고, 미니멀리즘을 살리면서 공간 내부를 심플하고 모던하게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미드 센추리 모던’이 유행하기 전부터 이미 인테리어 트렌드의 대세는 미니멀리즘이었다. 지난해 30평대 아파트를 시공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5.4%가 가장 많이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미니멀리즘’을 선택했다. 물건을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에 이어, 멋진 것보다 편하고 친숙한 것을 좋아하는 ‘실용주의’가 2위로 21.4%를 차지했는데, 큰 틀에서 보면 이 또한 미니멀리즘과 관계가 깊다.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점점 더 중시하면서, 인테리어 또한 정돈되고 소박한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추구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간에 많은 물건이 없어야 하는 게 첫 번째 조건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거추장스럽게 큰 가구, 전자제품 등을 작고 실용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도 미니멀 라이프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1인 가구의 급증으로 미니 냉장고, 미니 식기세척기, 미니 오븐, 미니 건조기 등 ‘미니’ 제품이 대인기를 누리고 있다. 거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파 또한 미니 사이즈가 등장했는데, 폭과 가로 길이를 각각 20cm 이상 대폭 줄인 S사의 미니 소파는 지난해 무려 10만 개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을 선도했다.
가구·가전뿐만 아니라 드라이어기, 화장품, 과자 등에서도 미니 제품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이러한 ‘미니화’ 경향은 과시를 위한 겉모습보다는 실속과 기능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들의 ‘미니멀 라이프’ 성향이 반영된 덕분이다.
대량생산·대량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크고 화려한 삶을 동경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대한 피로감이나 반작용에서 비롯된 것일까. 최근에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작고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집은 짓는 것이 아니라 출력(?)하는 것이다. 가로 6m, 세로 5m, 높이 4m의 대형 3D프린터만 있으면 20시간 안에 소형 주택 또는 황토찜질방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한 국내 업체에서 지난해 선보인 이 기술은 이제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쉽고 빠르게 집을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프랑스에서도 3D 프린터로 10평짜리 소형 주택을 찍어낸 적이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미 3D 프린팅 주택이 실제 주거용으로 보급되고 있다. 기존 콘크리트 시공 기술은 대형 거푸집이 필요해 많은 인력이 공사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지만 3D 프린팅에선 이런 작업이 필요 없다. 또 건설 시간과 재료 운반비를 절감하고 폐기물 발생량도 줄일 수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3D 프린터로 찍어낸 10평짜리 소형주택을 활용할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달 항아리’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걸작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미니멀리즘 예술작품이다. 몸체는 부드럽고 여유 있는 둥근 모양이다. 표면은 우윳빛에 가깝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단색인 흰색이 아니라, 흰색 안에서도 미묘한 색조의 변화가 전반에 은근히 드러난다. 높이가 40cm가 넘는 큰 항아리에 아무런 문양, 장식도 하지 않은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일이다.
달 항아리의 흰 표면을 보면 당연히 무엇인가를 채워 넣고 싶은 욕망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든 도공은 모든 문양과 장식을 없애고 흰색만으로 도자기를 마무리함으로써 무엇인가를 채우고 싶은 욕망을 완전히 버렸다. 이로 인해 드러난 흰색의 미묘한 색조 변화는 오히려 감상자에게 더욱 커다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미감이며 욕심 없는 흰색의 공백이 창조한 아름다운 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