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라고 하면 흔히 ‘물건을 안 사거나 버리기’를 떠올리기 쉽다. 사실 그것보다는, ‘중요한 삶의 가치를 위해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기’가 미니멀 라이프의 참 뜻에 더 가깝다.

미니멀 라이프 그 자체, 괴테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27세부터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떠올랐으며, 바이마르 왕국의 재무국 장관을 지낸 고위 공직자이기도 했다. 그는 화려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항상 검소한 환경을 좋아했고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화려한 방이나 호화로운 가구는 아무런 사상도 갖지 못하고, 가지려는 의식조차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식일 뿐이다.” 이렇게 말했던 괴테의 생각은 그의 생가에 가보면 더욱 잘 와 닿는다. 겨우 한 명 누울 만한 작은 침대, 별다른 가구가 없는 단출한 집필실…. 진짜 언행일치의 삶이었다. 괴테의 영향을 받은 오늘날 독일인들도 미니멀 라이프를 즐긴다.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 그들은 한 계절 당 겉옷 하나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가구는 질이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도록 고쳐가며 소중히 사용한다. 그들은 겉모습보다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며 사는 것이 더 만족스럽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강박에서 탈출하는 법
인류 역사상 요즘처럼 자신과 타인의 생활 방식을 비교하기 쉬운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매일 SNS를 통해 친구, 직장 동료 등이 새로운 휴대폰, 차, 캠핑 장비 등을 장만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보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구가 쌓여 간다. “다들 가지고 있잖아. 나도 가져야 해.” 하지만 대부분의 충동적 소비는 기분 전환과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지언정, 근본적인 만족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바쁜 일정과 성취, 끝도 없는 물질의 축적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에서 ‘불필요한 걸 덜어내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내면의 깊은 가치를 충족시키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면, 끝없는 압박감과 극도의 피로감에서 해방될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 근검·절약일 뿐인가?
고물가,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영끌’과 ‘플렉스’는 줄어들고 ‘짠테크’와 ‘무지출 챌린지’가 트렌드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지금 ‘미니멀 라이프’를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미니멀 라이프’를 단순히 ‘근검·절약’과 같은 뜻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전도사 ‘에리카 라인’이 쓴 책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물건을 버리고 소비를 줄이는 일이 미니멀리즘의 핵심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해볼 때 물건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얻게 되는 것은 보다 창의적인 일, 남을 위한 보답과 봉사, 경제적 안정, 삶과 일에서의 목표의식 등이다. 그 방법론으로서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에 시간과 마음을 뺏기지 않으려 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