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김경필 경제칼럼니스트, KBS <국민영수증> 금융멘토
금리인하 기대감과 경기침체 우려감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지금, 하반기 주식시장의 날씨가 맑아지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확인하고 난 후 현명한 투자를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보다 주의 깊게 시장의 반응 지켜봐야
최근 미국 경제는 은행들의 금융 불안 문제에 이어 경기둔화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당초 연준의 긴축 로드맵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에서 0.25% 베이비스텝 내지는 동결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인상의 중단은 곧바로 향후 금리인하의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시장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반면 그만큼 경기둔화가 두드러지고 경기침체의 국면으로의 본격 진입을 알리는 것이어서 우려감이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증시는 반짝 상승하며 그동안의 하락이 끝나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하반기 본격적인 상승으로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경제현상이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지금처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날 때 시장이 어느 방향성을 더 주목하는가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므로 보다 주의 깊게 시장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 투자시장의 날씨가 맑음을 유지하기 위한 선결조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투자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금처럼 안전자산에 넣을 것인지 또는 채권처럼 중립적 자산에 넣을 것인지 아니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돈을 이동할 것인지와 그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재테크의 자산 배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원-달러 환율입니다. 그동안은 미국경제의 경기둔화 신호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주춤하며 한 때 1,200원대로 내려오는 모양새였지만 최근 세계경제의 불안과 우리 경제의 수출 부진 등으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대로 치솟으며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코스닥과 코스피의 반짝 상승이 기술적인 반등을 넘어서 2023년 하반기에 더 좋은 흐름을 보여줄 수 있으려면 반드시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즉 1,200원 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악재가 많습니다. 최근 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OECD국가 중 가장 낮은 1.6%로 하향조정했고 중기성장률도 3%로 낮게 발표하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런 어려움에도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면 당분간 주식시장은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과 더불어 달러 인덱스의 움직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달러 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만일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다소 낮아진다고 해도 달러 인덱스에 비해 하락 속도가 낮으면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일 원-달러환율이 지금보다 낮아진다고 해도 달러 인덱스가 더 빨리 낮아지면 외국인은 한국에 투자하기보다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세계 다른 나라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재테크 의사결정의 1순위
- 자산비중의 포트폴리오 결정하기
- 예적금(안전자산), 채권(중립형자산), 주식과 부동산(위험자산)
※ 채권도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전자산은 아니다.
* 국내 주식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
- 원-달러 환율 1,200원대로 안정되어야 함
-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 > 달러 인덱스 하락 속도
※ 달러 인덱스 : 유럽연합의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스웨덴 크로네, 캐나다달러, 스위스 프랑 대비 달러가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수
둘째, 하반기에 국제유가는 70~90달러 사이로 안정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OPEC플러스는 다가오는 글로벌 경기침체 흐름에 선대응 한다는 취지로 대규모의 감산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절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에 국제유가의 불안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경기가 둔화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어 대체로 국제유가는 낮아지는데 대규모 감산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 경제 불안이 커지면서 언제든지 유가는 다시 들썩일 수 있으며 아무래도 에너지 수입에 대한 큰 부담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모두 큰 영향을 받아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것이 되려면 국제유가가 90달러 아래의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합니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높아진 유가에 이중고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제유가가 마냥 낮아지는 것도 좋지는 않습니다. 당장 물가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제유가가 70달러 미만으로 낮아지면 경기 침체의 우려가 실제 거래시장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모양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는 안 좋은 신호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최근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감의 반영으로 큰 폭의 하락을 보이고 있는데 물가에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오히려 주식시장의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국제유가는 큰 이슈 없이 70~90달러 사이에서 유지되는 모습이어야 투자에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입니다.
* 국제유가가 70~90달러로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
- 국제유가 90달러 이상 → 물가 불안으로 부정적인 요인
- 국제유가 70달러 미만 → 경기침체 현실화로 부정적 요인
셋째, 하반기 미국 ISM제조업지수 45에서 둔화속도가 멈출 것인가
한국은행이 4월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출물량지수와 금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4%, 13.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출물량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하락하다 2월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고 수출금액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수출부진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향후 전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제지표는 바로 미국의 ISM제조업지수(=PMI)입니다. 매월 초순(1일~3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실제 생산현장에서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이 전월의 고용, 생산, 재고, 유통 등 각종 자료를 기반으로 실물경기를 측정한 정교한 설문으로 이루어지는데 지수가 50보다 낮은 경우 전월에 비해 실제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이고 반대로 5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 ISM제조업지수
- 미국의 공급자관리협회(ISM :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미국 내 20개 업종 400개 이상 회사를 대상으로 매달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지수. 정식 명칭은 PMI(Purchasing Managers’ Index, 구매관리자지수)지만 국내에서는 ‘ISM제조업지수’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지표는 특히나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의 수출증감율과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어서 이 지수의 변화가 한두 달 후 우리 수출현황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주식과 같이 미래를 선반영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꼭 챙겨봐야 할 지표입니다.
최근 4월에 발표된 3월 PMI 지수는 46.3으로 5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했으며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특히 3월에 발표된 2월 PMI 지수는 47.7로서, 전월 지수인 47.4에 비해 0.3 소폭 증가한 모습이었지만 3월은 46.3으로 크게 낮아져 급격히 식어가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분간 경기침체의 국면에서는 지수 50을 넘기 쉽지 않겠지만 하반기에 하락폭이 낮아지고 45 이하로 가지 않으며 하락폭이 둔화된다면 투자시장에는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PMI 지수 하락폭 둔화될 것인가
- 하반기에 45 이하로 내려간다면 주식시장에 악재
- 하반기에 45 이상에서 하락속도 둔화된다면 긍정적
반대로 하반기에도 여전히 하락폭이 크고 45 미만의 지수를 보여준다면 우리나라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기저효과로 상승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게 되므로 악재로 작용할 것입니다. 당장 50을 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둔화율 이 낮아질 것인가에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투자란 자신의 투자위험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달라져야 하겠지만 적극적인 위험선호형이 아니라면 경기침체의 초기에 있는 지금 적극적인 위험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안전지향적 투자를 하다가 경기침체의 바닥이 어느 정도 확인되는 때에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