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지오닉 팀장 정지환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장난감 하나쯤은 있다. 세월이 쌓여있는 추억을 꺼내 새롭게 조립하고, 근사하게 재탄생시켜 가슴 속 ‘어린 나’를 돌아보는 팀 지오닉. 먼지 덮인 내면의 향수와 동심을 자극하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내 안에 있는 피터팬
“서울, 경기처럼 수도권 지역은 모형에 관한 활동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그에 비해 부산은 문화 콘텐츠가 부족한 편이죠. 부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키덜트 문화’를 알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팀 지오닉 정지환 팀장은 2009년 부산에서 모형 카페를 창단해 햇수로 15년째 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정지환 팀장의 본업은 꽃집으로, 지오닉 공간과 3D 디자인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직업 부자’다. 정지환 팀장은 처음에는 단순하게 모형 카페를 만들었다가 그곳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팀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금의 중년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어린 시절 즐길 거리라곤 동네에 있는 문방구나 오락실이 전부였다. 어렸을 적에는 장난감이나 프라모델은 손에 쥐기에 부담이 되는 고가의 놀거리였기 때문이다. 정지환 팀장은 그때는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다 가지거나 충분히 누리지 못했었지만, 이제는 어린 시절 못 가졌던 것을 가질 수 있을만한 여유도 생겼고, 추억을 되짚어 보고 싶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팀 지오닉 공방은 개인 자리를 대여해주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줍니다. 또 모형 제작을 위한 교육 수강도 진행하죠. 수입을 창출하겠다는 목적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추억과 취미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랑방이나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정지환 팀장은 키덜트 문화가 생소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며 동심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관공서나 은행, 백화점 등에서 초청이 오면 전시를 열기도 하고, 방과 후 수업도 담당하고 있다.
“제가 사랑하는 이 문화가 부산에서도 자리 잡을 수 있다면 어디든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갑니다.”
올해 10월에도 벌써 여섯 번째 개최를 맞는 팀 지오닉 주최의 부산모형전시회가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즐거움
“지금은 시선이 많이 좋아졌어요. 요즘은 키덜트 문화가 어느정도 자리가 잡혀서 주변에서 보시고는 오히려 대단하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키덜트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않았던 10년 전까지만 해도, 어른이 아이들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거냐며 핀잔주는 분들도 계셨다. 그럼에도 정지환 팀장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길을 꿋꿋하게 걸어 나갔다.
“작품을 보고 가장 좋아하시는 연령대는 아이의 아버지인 30~50대 남성분들이셨어요. 공원에서 전시를 할 때 아이와 함께 오시는 가족 단위 분들이 많았거든요. 아버지와 아이, 2세대가 함께 관람하면서 즐거워하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스타워즈나 건담을 보고 가슴 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어린 아이와 마음속의 어린 아이를 간직한 어른도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팀 지오닉의 공간과 문화. 바로 이것이 정지환 팀장이 바라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정지환 팀장은 단지 모형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외 작례나 수상작들을 보고 꾸준히 공부했다. 그리고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연구했다. 더 정교하게,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를 통해 지금의 팀 지오닉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다.
“요즘은 디오라마, 프라모델 등이 많이 대중화가 되어서 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충분히 라이트하게 즐길 수도 있어요.”
프라모델이라고 해서 멀게만 느낄 필요는 없다. 상당한 고가의 경우도 존재하지만 그건 어느 취미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본인이 어느 정도의 작품을 구현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여타 취미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선에서 가볍게 즐기기도 가능하다. 팍팍하기만 한 세상에서 힘들고 지칠 때, 어릴 적 추억을 손으로 만들어 내 성취의 짜릿함과 두고두고 힘이 되어줄 향수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